[훅뉴스] 스포츠계 '미투'…한발 앞선 폭로에도 잠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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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앞선 스포츠계 '미투' 폭로, "또다른 피해 없도록"
-코치 권력남용, 합숙생활 속 성폭력 피해 접수만 매년 수십건
-'미투' 열풍엔 잠잠…"운동 그만 두면 먹고 살 길 없잖아요"
-성폭력 드러나도 자체징계 후 '제식구 감싸기' 감경 일쑤
-근본적 문화 개선 전 '미투'의 문턱부터 낮아질 필요

■ 생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FM 98.1)
■ SNS 참여 : 페이스북[www.facebook.com/981news]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이죠. 훅!뉴스. 오늘도 김정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평창올림픽 기간을 건너뛰어서 오랜만의 훅뉴스인데, 뭘 갖고 오셨어요?

◆ 김정훈> 지난 월요일 저녁 28개 단체가 긴급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취재팀이 이 토론회를 다녀왔는데, 어떤 사안이길래 30개 가까운 단체들이 모여 긴급 토론을 벌였는지 한번 들어보시죠.

2월 26일 열린 #Me Too 운동 긴급 토론회(사진=조석영 수습PD)

 

[녹취 : #MeToo 운동 긴급 토론회 패널]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바꿨습니다. 그러나 여성에게는 아직도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특히 여성의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제대로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진짜로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자신이 겪었던 피해를 얘기하기 시작할 때 정말로 사태가 달라지기 시작하는 모습을 지금 목격하고 있습니다."(권김현영 여성주의 활동가)

◇ 김현정> 이거 미투 운동 얘기 아닌가요?

◆ 김정훈> 한국여성단체연합 28개 회원단체가 주최한 긴급 토론회 현장의 목소리들이었는데요. 우리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미투' 운동의 의미를 평가하는 자리였습니다.

◇ 김현정>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미투 운동이 하나둘 시작되더니, 고은 시인, 연출가 이윤택씨, 배우 조민기씨 등 유명 인사들이 성폭력 가해자로 드러나고… 그러면서 일파만파 어느 영역 하나 빠지지 않고 드러나고 있어요.

◆ 김정훈> 그런데 한발 앞서서, 끊이지 않는 성폭력 피해 속에 '미투' 폭로가 있었는데도 웬일인지 이후로는 침묵을 지키는 곳도 있습니다.

◇ 김현정> 오늘 훅뉴스에서 들어가 볼 것이 바로 그 분야의 '미투'입니까?

◆ 김정훈> 바로 스포츠계입니다. 체육인들의 미투, 그 속사정을 취재해 봤는데 그 내용을 오늘 훅뉴스 시간에 전해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안 그래도 지난 수요일에 안민석 의원이 출연해서 '체육계 성폭력이 심각하다, 곧 터질 것이다'라고까지는 얘기했거든요. 그 뒤에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그걸 취재해 온 거네요?

◆ 김정훈> 체육계에서는 한발 앞서 '미투' 폭로가 있었습니다. 테니스 선수로 활동했던 김모 씨가 그 주인공인데요,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가르친 코치의 성폭력 사실을 2년 전 드러냈는데… 어떤 결심이었던 건지 들어보시죠.

[녹취 :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한 김모씨]
"제가 17년, 16년 전에 이제 그 당시에는 몰랐어서 신고를 못한 건 맞지만 그 당시 신고를 하지 못해서 이미 제2의 제3의 피해자가 나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됐고. 이제 내가 이번에조차 신고를 하지 않으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왔을 때 그 피해자에게 죄를 짓는 건 나겠구나, 나 때문에 그 사람이 그런 피해를 입게 되니까 내가 또다른 가해자가 될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좀 많이 들었었어요."

◇ 김현정> '미투' 운동이라는 게 이렇게 본격화되기 훨씬 전에, 2년 전에 이미 세상을 향해 소리를 냈던 거예요?

◆ 김정훈> 네. 가해자인 테니스 코치를 16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됐는데, 여전히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걸 보고 고소를 결심했다고 합니다. 가해자는 강간 치상 혐의로 뒤늦게 처벌을 받게 됐고요. 김씨는 이후 개인 블로그와 여성 체육인 단체를 통해서 자신의 피해 사례를 알리면서 미투 운동을 진행해 오고 있었던 거죠.

◇ 김현정> 테니스 코치가 어린 제자를 상대로 끔찍한 일을 저질렀던 말인가요?

(사진=자료사진)

 

◆ 김정훈> 그렇습니다. 이렇게 십수년 전 일뿐만이 아닙니다. 기억하시는 분들이 더러 계실 것 같은데요, 2014년엔 전 화성시청 쇼트트랙 감독이 어린 제자들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처벌받기도 했죠.

◇ 김현정> 이거는 기억하시는 분들이 꽤 계실 거예요. 저도 기억합니다. 그때 저는 일회성 사건이겠거니 생각했던 거거든요. 그때 기억을 더듬어볼까요?

◆ 김정훈> 당시 피해를 겪은 한 선수의 아버지 말을 들어보실까요?

[녹취 : 쇼트트랙 성폭력 피해 선수 아버지]
"운동하면서 슬슬 만지고 쓰다듬고 그런 정도의 성추행이었고, 어린 선수 하나를 사람들 많은 데서 바지를 확 내린 거 그게 크게 잡혀서... 운동할 때 필요없는 터치를 하고, 운동 끝나고 온 사람한테 목 좀 주물러 봐라, '나한테 잘해' 이러고..."

◇ 김현정> 요새 문화예술계에서 폭로되는 성폭력 피해 사례와 굉장히 유사한 패턴이네요.

◆ 김정훈> 상황은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올림픽을 계기로 요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컬링 종목에서도 지난 2014년 소치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대회가 끝난 뒤 선수들이 코치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며 집단 사표를 제출한 적도 있습니다.

◇ 김현정> 그때도 '미투' 폭로가 있었던 거네요.

◆ 김정훈> 드러내놓고 폭로하지 못한 성폭력 피해 사례는 수도 없습니다. 대한체육회 산하에 스포츠인권센터가 있거든요. 그곳에 접수된 신고 상담 사례를 살펴보면 2013년 37건, 2014년 57건, 2015년 41건, 2016년 24건이었다가 지난해에는 다시 55건으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 김현정> 유의해야 할 건, 공식적으로 접수된 건수만 그렇다는 거잖아요. 용기를 내서 실명으로 접수한 것만 그런 거고, 물밑에 숨어있는 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것이고. 공식적인 것만 봐도 차츰 감소하다가 지난해 다시 확 늘었어요.

◆ 김정훈> 그런데 취재를 하다 보니 이게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더라고요.

◇ 김현정> 다른 나라도요?

◆ 김정훈> 최근 미국에서는 체조 대표팀 주치의가 30년 동안 선수들 265명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큰 파문이 일었습니다. 한 피해자의 증언을 들어보실까요?

[녹취 : 성폭력 피해를 겪은 미국 체조 선수]
"내 몸 위에 누운 채로 당신이 나를 만지면 내 통증이 줄어들거라 말했죠. 하지만 실제로는 당신은 내게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고통을 줬습니다. 나는 불편했고 당신이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신이 의사라는 이유로 나는 죄책감을 느꼈고 당신을 나쁘게 생각하는 내가 문제라 생각했죠."

◇ 김현정> 성폭력 피해를 겪을 때는, 그것을 문제로 생각하는 자체가 꺼려졌다는 얘기예요.

◆ 김정훈> 또 이웃 홍콩에서도 지난해 한 육상 선수가 13살 때 코치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SNS에 고백했는데요, 이후 71명의 선수들이 성추행 재발 방지 성명서를 내면서 힘을 모았습니다. 현재 홍콩의 미투 캠페인은 체육계에서 가장 활발하다고 하네요.

◇ 김현정> 스포츠계에서 국가를 불문하고 성폭력 피해들이 신고되고 있는 거라면, 보여지고 있는 거라면 스포츠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데요?

◆ 김정훈> 저도 그 점을 주목해 봤는데요. 권위적이고 때로는 폭력적인 도제식 교육이 한 원인으로 꼽히겠죠. 선수들을 다그치는 코치의 뜻을 선수들은 거스르지 못하게 되고요. 그러다 보니 삐뚫어진 권력 관계 속에 선수들이 성폭력의 피해자로 놓이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겁니다.

◇ 김현정> 일대일 교육을 받는데, 게다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코치의 지도를 받게 되잖아요.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김정훈> 맞습니다. 아예 보호자와 떨어져서 코치와 생활하는 경우도 많죠. 경인여자대학교 허현미 교수가 여성 선수들의 성폭력 실태를 연구해왔는데, 이런 지적을 하더라고요. 들어보시죠.

[녹취 : 경인여대 허현미 교수]
"어린 나이부터 합숙제도가 너무 일반화되어 있어서요. 어린 나이인데도 가정을 떠나서 부모의 관리를 받지 못하고 지도자 관리만을 받는 상태에서, 합숙의 어떤 폐쇄적인 환경 위에서 지도자에게 복종하고 이런 단체생활을 우선으로 하는 것에서부터, 피해자들이 '내가 폭로하면 우리 팀에, 우리 단체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하는 생각들도 많이 하는 것 같고요."

◇ 김현정> 합숙도 많이 하고 전지훈련도 많이 하고, 더구나 어리고. 판단이 잘 안되는... 이러다 보니 성폭력 피해에 노출될 염려가 크다는 것이죠?

◆ 김정훈> 또 신체 접촉이 부득이한 코칭 과정에서 어린 피해자들이 추행을 당한다면, 이게 성폭력인지 아닌지 정확히 구별하기도 어렵다는 말씀도 하더라고요. 그런가 하면 좁은 체육계 안에서 코치 눈밖에 날 경우 진학이나 대표 선발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데, 그 때문에 코치와 선수가 성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우려가 커진다고 하네요.

◇ 김현정> 마지막 지적한 부분, 그 부분은 문화예술계에서 성폭력이 빈번했던 이유와 일치하는 것 같은데요?

◆ 김정훈> 그 부분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드러낸 전직 테니스 선수 김모씨, 그리고 쇼트트랙 성폭력 피해 선수 아버지의 말로 들어보실까요?

[녹취 : 스포츠계 '미투' 폭로한 김모씨, 쇼트트랙 성폭력 피해 선수 아버지]
"체육계가 생각보다 심하게 폐쇄적이예요. 초중고 대학생 때까지 운동만 하다보니 운동 아니면 내가 먹고 살 길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걸 말하게 됐을 때는 이 스포츠계에서는 영영 떠나야 되고 퇴출되는..."

"내 새끼 목줄이 잡혀있으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요? 내 아이가 앞으로 운동을 계속해야 하고, '이런 게 안 좋다' 얘기를 해가지고 좋은 꼴 본 사람이 없거든요."

◇ 김현정> 지금 문제가 된 문화연예계보다, 어떻게 보면 더 폐쇄적이고 더 좁은 영역일 수 있어요. 스포츠계가.

◆ 김정훈> 그 때문에 최근 사회 각 영역을 뒤흔든 미투 파문이, 유독 스포츠 영역에서는 제대로 확산되지 않는 것 아닐까요? 줄곧 운동만 하던 이들이 체육계를 떠날 각오를 하고 성폭력 사실을 폭로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테니까요.

◇ 김현정> 그나마 용기를 내서 하나둘 드러낸 케이스들, 처벌은 제대로 이뤄졌습니까?

◆ 김정훈> 그게 또 문제입니다.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도 대개는 각 연맹별 자체 징계를 하는데 결국 제식구 감싸기로 끝난다는 것이죠.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스포츠 지도자 성폭력 범죄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다는 지적을 했는데, 이 의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 태도가 문제입니다. 앞서 사례로 말씀드렸던 모 쇼트트랙 감독은 대한빙상연맹에서 영구제명되었지만 대한체육회 재심을 통해 자격정지 3년으로 감경조치를 받았고요. 어린 여자 중학생을 지속적으로 폭행했던 여자중학교 정구코치는 지역체육회에선 영구제명되었지만 대한체육회 재심에서 자격정지 5년으로 감경이 됐단 말이죠. 같은 스포츠인이라고 체육인이라고 감싸고 또 공적이 있다는 걸로 봐주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성폭력에 정당한 게 될 수 없는 거거든요."

◇ 김현정> 자체징계인데, 그게 자격정지 3년, 5년 정도였다... 결국은 조금 지나면 다시 만나게 되잖아요.

◆ 김정훈> 그러니 문제죠. 또한 미투 캠페인이 확산되는 무렵, 평창올림픽이 한창이었던 점도 체육계 내 미투 동참자가 적었던 한 이유일 것 같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들어보니, 올림픽이 진행중이니 섣불리 나서지 말자는 얘기가 체육인들 사이에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 김현정> 피해 사례가 없다면 모르겠지만, 굳이 올림픽이기 때문에 참자는 얘기가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무튼 스포츠계에서 성폭력 피해가 잦을 수밖에 없는 이유, 그런데도 '미투' 운동이 스포츠계 안에서는 본격화하지 않는 이유까지 짚어주셨습니다. 김정훈 기자, 취재 과정에서 뭔가 다른 변화,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날 조짐은 발견하셨어요?

◆ 김정훈> 사단법인 '100인의 여성체육인회'라는 단체가 있거든요. 최근에 체육계 성폭력 사건들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와 관심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어요, '미투' 운동과 관련해서도 피해자들과 함께 그 목소리들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네요.

◇ 김현정> 또다른 미투 폭로자가 나타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죠?

◆ 김정훈> 미투의 문턱부터 낮아질 필요가 있죠. 성폭력 피해를 고백해도 보복당할 염려가 없고, 가해자에게는 합당한 책임을 지우도록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입니다. 앞서 열린 미투 운동 토론회에서 여성문화예술연합 신희주 감독이 지적했던 내용을 들어보실까요?

[녹취 : 신희주 감독]
"목소리를 낸 피해자들을 파악하여 당장 필요한 긴급지원을 하고, 사건을 목록화하고, 사건별 공소시효를 따져 수사기관에 사건을 접수하고, 보복성 고소에 대비하고, 성범죄를 묵인하고 방조했던 주변인들을 조사하여 구조적인 문제를 밝히는 등의 단기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 김현정> 가장 중요한 건 근본적으로 문화가 달라져야 하겠죠. 하지만 일단은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서 문제를 들추는 일이 필요한 거잖아요. 스포츠계 안에서도 '미투' 운동으로 인한 변화가 본격화하기를 기대해봐야 겠습니다. 오늘의 훅뉴스, 김정훈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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