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침묵하지 말자'는 공지영, '쓸데없는 말'이라는 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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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왼쪽),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사진=자료사진)

 

'거짓말'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소설가 공지영은 SNS를 통해 정치인의 거짓말에 대해 분노한다. 그는 스스로 진정성 있는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던 당사자가 후안무치한 거짓말을 하는데 대하여 침묵할 수 없었다며 입을 연다. 불륜을 저질렀다든지, 누구를 때렸다든지, 쌍욕을 했다는 등의 표면적인 행동보다는 그 모든 것을 '아니다'고 부인하는 거짓말에 대하여 말한다.

공지영은 이렇게 토로한다. 시민은 사랑한다면서 옆에 있는 이웃 한사람은 챙기지 못하고, 세월호 유가족 아픔은 그렇게 잘 공감하면서 옆에 살아 숨 쉬는 가난한 여자의 아픔은 하루아침 농단거리로 넘기는 데 치가 떨린다는 것이다. 결점 많은 한 여자에게 그 결점을 꼬집어 철저히 농락하면서 시민들을 속일 수 있다고 자신하는 태도에 울분이 터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건을 둘러싼 정치권 혹은 주변사람들에게 각인된 '침묵의 카르텔'을 볼 때는 소름끼치도록 무섭고 환멸스럽다는 것이다.

'편을 들어야 하고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고 외친 사람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작가인 '엘리 위젤'(Eliezer Wiesel)이다. 그는 평생을 평화와 속죄,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메시지를 전파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위젤은 '침묵'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큰 죄악이라고 지적한다. 그런가하면 억울한 약자의 고통을 보면서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면서 무관심한 것도 죄악이라고 말한다.

소설가 공지영이 배우 김부선의 실존에 대하여 무관심하지도, 침묵하지도 않는 것은 엘리 위젤의 메시지와 일치한다. 정치인의 편견과 불관용 그리고 비열함에 대하여 세상을 향해 작심하고 말한다. 침묵하는 주변인들과 그들이 속한 정당 사람들의 '침묵 카르텔'에 날을 세운다. 공지영은 "민주당이 50년은 더 집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당신들을 지지하는 거지 당신들이 우리에게 군림하는 게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불의에 침묵하는 것도 적폐 대상이라고 단언한다. 선거라는 정치적 명분에 떠밀려 불의와 거짓에 침묵하거나 무관심한 것은 비겁한 양심이라고 말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시중에 퍼진 배우 김부선과 연관된 출마 후보자의 갖가지 부정적인 논란에 대해 '쓸데없는 말'이라고 일축하며 폄하한다. 추 대표는 정치인에게는 '불륜'이나 '거짓말'보다 '일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단언한다. "쓸데없는 것 갖고 말이 많은데 도지사는 일하는 능력을 보면 된다"며 항간의 논란을 비난한다. 외로운 독신 여배우가 권력을 쥔 자에게 이용당하고, 비하되고, 정신병자로 폄하되는 인권 유린적인 사건들이 추 대표의 생각에는 '쓸데없는 것'일 뿐이다. 추 대표는 인권이나 윤리보다 현실정치가 우선이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것에 현혹되지 말고 일 잘하는 후보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정치인에게 있어 대의명분이 중요한 것인지 정의와 윤리적 가치가 더 중요한 것인지에 대하여 고민하게 만드는 경계지점이다. 좋은 예가 1974년 8월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으로 사임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다. 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것은 '도청'이라는 범죄 때문이 아니었다. '도청'이라는 범죄행위보다도 사전에 도청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몰랐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 국민들이 등을 돌린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대한민국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온 것은 정치인의 범죄를 정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적폐를 몰아내려는 것이었다. 진보정권을 출범시킨 촛불이 상징하는 것은 불의한 권력 앞에 침묵하지 않고 외쳐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탄생한 정권이 거짓말을 외면하고 침묵의 카르텔을 암묵적으로 만드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엘리 위젤의 외침은 침묵하며 무관심하려는 시민들을 부끄럽게 한다.

"우리는 언제나 편을 들어야 합니다.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압제자를 돕는 것이지 피해자를 돕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침묵은 폭력의 주동자를 독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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