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스토리] 기회, 서울엔 있고 지방엔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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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보면서 울다


◆ 서울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스펙'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출산인구 감소로'인구절벽'을 앞둔 2018년.

대한민국은 '지방 소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극심한 수도권 공화국이 됐다. 가속화되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젊은 세대에서 뚜렷하다. 청년의 '교육'과 '취업'은 모두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다.

서주연(24‧강원도 강릉시) 씨는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현재는 서울의 유명 미술 전문 학원 강좌를 수강 중이다. 지방에도 여러 전문 학원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수도권 학원 수를 따라잡기엔 턱도 없다. 서 씨는 "지방에서는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어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을 벗어 나본 적이 없다는 김화영(24‧서울시 강서구) 씨는 현재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닌다. 김 씨는 "서울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다"며 무엇보다 대중교통을 서울의 장점으로 꼽았다. 김 씨는 비수도권보다 수도권에 여러 혜택과 기능들이 집중돼있다는 점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서울에서 생활하는 것에 만족했다.

왜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올 수밖에 없는 것일까?

서울 청년 '나서울', 지방 청년 '나지방'이라는 두 가상의 인물을 설정해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청년 문제를 살펴보았다.

강원도 출신 대학생 서주연씨(좌)와 서울 출신 대학원생 김화영씨(우). 서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다. 김 씨는 줄곳 서울에서만 거주한 서울 토박이다.

 


◆ 'IN 서울'에 얽매인 한국 청년

나서울씨는 고향이 서울인 서울 토박이다.

나서울씨는 서울의 수준 높은 교육 인프라의 수혜자였다. 주말이면 집 근처 대형 도서관에 가서 공부했고, 비싸지만 유명 사설 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했다. 나서울씨는 집에서 30분 거리의 서울 소재 한 대학에 입학했다.

강원도 출신의 나지방씨도 서울로 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많지 않지만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학원도 다녔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학비와 생활비였다. 서울의 국공립대를 가지 않는 이상 나지방씨의 경제력으로는 서울 생활이 불가능했다. 결국 나지방씨는 집 근처에 있는 국립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진학했다.

대한민국 주민등록 인구 현황. 인구 대부분이 서울, 인천, 경기에 집중돼 있다. (사진=통계지리정보서비스)

 


같은 성적을 받았지만 서울로 진학한 나서울씨와 지방을 선택한 나지방씨의 격차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대학생에게 '스펙'으로 통하는 대외활동 대부분은 서울로 몰렸다.

2017년 6월 1일부터 8월 11일까지 1,669개 대외활동 공고 중 1,117건(약 67%)이 수도권에서 열렸다.

 


취업자수도 수도권이 많았다.

유명 취업사이트에 올라오는 채용공고 10곳 중 4곳은 서울에 집중됐다.

2017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수도권의 청년 취업자 수는 212만 9천여 명으로 전체 청년 취업자의 54%를 차지했다.

서울만 따지면 약 85만 명 이상이 취업했다. 청년실업문제로 힘들었지만 나서울씨는 비교적 순탄하게 원하는 직장에 취업했다.

 


반면 나지방씨의 구직 활동은 순탄하지 못했다. 지역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구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역에 일자리 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청년층의 선호도가 높은 지식기반서비스산업 일자리 대부분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그나마 가끔 나오는 좋은 일자리의 상당수는 서울 명문대를 나온 졸업생이 차지했다. 강원도에서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청년들은 자연스레 서울을 향했다. 육체노동이 강한 일자리는 조금씩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졌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청년이 바라는 일자리 정책 1위는 '일자리 질 개선'으로 전체의 57.3%를 차지했다. 지방은 내수가 나빠지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과 도소매, 숙박 등 영세 사업장 비중이 높다. 임금 차이도 있었다. 강원 지역은 서울보다 월평균 약 6시간 더 일하지만 월급은 약 64만원이 적다.

 


수도권대학 졸업생의 91.2%는 그대로 수도권에서 취업했지만 비수도권대학 졸업생의 33.3%는 지역을 떠나 수도권에서 취업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젊은이들이 '서울행'을 택하는 것은 당연했다.

모든 것은 '서울'로 귀결됐다.

◆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게 지방 청년의 업(業)인가요?

지난 5월 3일부터 12일까지 자체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316명의 응답자 중 93% 이상이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응답했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수도권에 사는 20대였다.

응답자의 68%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에 대해 수도권에 주요 대학이 밀집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수도권 집중화로 비수도권의 일자리 수와 다양성이 제약된다는 응답도 65.5%로 가장 많았다.

 


반면 응답자의 77.9%는 우리 사회가 수도권 집중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응답자의 절반 이상(58.9%)은 향후 10년간 우리나라 수도권 집중화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 서울에는 있고 지방에는 없는 것, '기회'

은 수도권 집중화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체계적이고 점진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았다.

김 팀장은 "단기적으로는 현행 수도권 규제 정책을 유지하고, 중기적으로는 정부 부처의 통합적 분산화 정책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수도의 이전까지 포함한 공공기관의 획기적 지방 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안산지청 고용복지플러스센터 김군자 총괄팀장

 


또한 김 팀장은 "지역의 특성과 노동시장 상황을 반영한 지자체 주도의 정책 마련 또한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과거 중앙정부가 주도했던 과거 청년 일자리 정책은 사업 운영 성과가 낮았던 이유도 지역 특성을 간과한 것으로 분석했다.

수도권 집중화 문제의 핵심은 '청년'이고, 그 해결의 시작점 역시 '청년'이다.

수도권‧비수도권, '나서울'‧'나지방'의 현실을 벗어나 언제쯤 같은 '청년'으로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을까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서울 보면서 울다' 이야기
이 기사는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 '수도권 공화국'이라는 주제로 데이터-스토리텔링형 기사로 작성한 것입니다.

취재·제작 :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성호경, 윤상운, 박유정, 이화랑, 추지우, 김한빛(프랑스어학과)

퍼블리싱 : 윤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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