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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사법농단 수사…꼴 사나운 檢·法의 힘겨루기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사진=자료사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과 법원의 '장외 신경전'이 치열하다. 하지만 예견된 꼴불견 힘겨루기가 시작됐을 뿐이라며 법조계 반응은 냉담하다.

검찰은 최근 두 차례나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제외하고 기각되자 25일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날 선 반응을 내놨다.

지난 21일에도 임 전 차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자택 등 나머지 영장이 기각되자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기각했을 때 입장을 밝히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압수수색 영장을 대상으로 장소와 범위, 재청구 사유, 법원 기각 이유 등을 밝히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보통은 진행 중인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오히려 공개를 꺼린다.

대법원도 검찰 반응에 이어 수사자료 협조 상황을 알리는 장문의 입장을 내놨다.

여전히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고 다만 의혹과 관련이 없거나 공무상 비밀이 담겨 있는 파일 등이 포함돼 있어 관리자로서 비밀 등이 유출되지 않는 범위에서 임의제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신경전은 사법부가 자체 조사로 밝혀낸 410개 문건 파일을 검찰에 던져주며 이를 토대로 수사하라고 했을 때부터 이미 예견됐다.

검찰은 수사 대상자가 건넨 기록만으로 수사할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법리상 제출된 문건 파일만으로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논란은 법원행정처가 검찰과 협의를 거쳐 수사에 필요하거나 관련성 있는 컴퓨터 저장장치 내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디지털 포렌식 절차를 함께 진행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입장차는 여전하다.

결국 수사자료 확보를 둘러싼 기 싸움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영장 발부 '키'를 쥔 법원과 검찰의 힘겨루기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그런데 검찰과 법원이 신경전을 벌이는 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이 최대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모든 것을 검찰 손에 쥐여주기는 부담스럽다. 검찰이 사법부의 내밀한 문건을 하나부터 열까지 훑어보면서 사법부 목줄을 틀어쥐도록 둘 수 없다는 반감 때문이다.

"검찰이 이 정도로 나올 줄 몰랐다"는 이야기가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 나오지만, 법조계에서는 "순진한 소리"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입장을 밝히는 법원 속내가 검찰의 무분별한 수사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 엄격한 영장 발부 기준을 제시하는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면 일거양득(一擧兩得)인 셈이다.

이런 해석은 법원행정처가 내놓은 '의혹과 관련성이 없거나 공무상 비밀이 담겨있는 파일에 대한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당시의 상황에서 제공은 곤란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 때문이다.

영장을 심리할 판사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이유다. 실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의도가 아니더라도 이런 설명 자체가 담당 영장 판사에게 충분히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장외전도 마찬가지다. 이례적인 입장 발표 등을 통해 강제수사 동력을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렸다고 분석한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미온적인 협조를 넘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불만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진행 중인 수사의 밀행성을 존중해야 하고, 피의사실이 추단될 수 있는 등의 사정으로 검찰의 수사내용에 관해 구체적인 설명을 드리지 못하는 점에 양해를 부탁한다'는 법원행정처 해명을 놓고 "언제부터 이렇게 검찰 편의를 봐줬냐"며 시큰둥한 반응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행정처의 미흡한 수사협조 태도를 알려 강제수사 정당성을 확보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까지 형성된다면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사법행정을 다루는 법원행정처에서 비롯됐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서면 일선 법원은 이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결과를 놓고 뒷말이 나올 것도 뻔하다.

사태의 원인을 만든 법원행정처가 그 책임을 일선 법원에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심정으로 검찰 입장을 최대한 존중해 자료를 제공하는 게 마땅하다.

검찰도 이번 일을 계기로 끊임없이 제기되는 '저인망식 수사'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환부만 도려내는 특수수사 기법을 만들겠다고 다짐한지 오래지만, 아직 요원하다. 검찰도 법원이 불리한 여론 속에서도 수사 협조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법원과 검찰의 꼴 사나운 힘겨루기는 결국 서로를 믿을 수 없다는 '속내'만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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