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원순 씨의 옥탑방살이, 쇼인가 '시민 일상 삶 속으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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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강북 '한 달 살이'를 시작하는 강북구 삼양동의 2층 옥탑방을 향하며 지역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옥탑방살이가 화제다.

박 시장은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며 지난 22일 서울 강북구 삼양동 2층 조립식 건물 옥탑방에 한 달 일정으로 부인 강난희 여사와 함께 입주했다.

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민과 동고동락하겠다"며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 시민의 일상의 삶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제 의지는 폭염보다 더 강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박 시장이 옥탑방에 입주한 이후 서울은 111년만의 폭염으로 가마솥을 방불케 하는 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방 2개에 거실과 화장실이 딸린 9평 남짓한 옥탑방에서 에어컨도 없이 역대 최악의 무더위를 나기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옥탑방에 선풍기조차도 없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선풍기 한 대를 선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강북 '한 달 살이'를 시작하는 강북구 삼양동의 2층 옥탑방에 부인 강난희 여사와 함께 도착하고 있다.

 

옥탑방살이는 매일 박 시장의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선물한 선풍기를 부인과 함께 조립하는 장면이나 동네 길거리를 청소하는 모습 등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최악의 폭염 속 옥탑방살이에 건강을 상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민도 많다.

박 시장은 자신이 "시민만 만나면 기운이 펄펄 나는 사람"이라며 "걱정 전혀 안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쇼 공방도 거세게 일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시장의 옥탑방살이를 두고 '완전 신파 코미디'라며 쇼 평점도 '별 하나짜리'라고 평가절하했다.

또 박 시장이 전복죽을 먹은 것을 가리켜 "서민체험을 한다면서 일요일 이른 아침 쉬고 있는 공무원들을 동원해 전복죽 배달시켜 먹는다"며 "서민 체험을 하는 거면 제대로 하라"고 원색적으로 비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정치를 우롱하지 말라"며 강도높게 맞받아쳤다.

"동네 분들과 아침 간담회 때 먹은 죽은 국회 조찬 간담회 때 보좌진들이 준비하는 죽과 같은 죽"이라며 "국회는 매일 보좌진을 동원해 황제식사를 한다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또 자신은 "놀러 온 것도 서민 체험하러 온 것도 아니고 일하러 왔다"고 강조했다.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한 인터뷰에서 "쇼라고 비판하는 분들은 좀 과도하다"며 "오히려 시장이 편안한 집무실이나 관저에만 머물러 있다면 그것이 잘못된 것 아니겠냐"고 박 시장을 옹호했다.

"박 시장은 옥탑방살이를 하면서 새벽 5시부터 찾아오는 민원인들의 주차 문제,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려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 시장의 옥탑방살이를 쇼로만 몰아붙이는 것은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쇼라는 비판을 나올만한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박 시장이 3연임에 들어가면서 지난 재임기간 7년 동안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행보를 갑자기 보여주고 있고 그 행보도 매일 페이스북으로 중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정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힌다.

그의 행보 하나하나는 대권과 연결돼 읽히고 있다.

옥탑방살이도 바로 대권가도에서 서민적인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와 함께 쇼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하지만 쇼라고 해도 박 시장의 옥탑방살이를 조롱하고 비난만 할 일은 아니다.

쇼 측면이 있다해도 차기 대권주자가 이번 기회에 시민 일상 삶 속으로 들어가 서민 삶의 애환을 피부로 느끼고 그에 대한 대책을 고민하는 것은 우리 정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

박 시장도 옥탑방에 입주하면서 "집무실 책상 위 보고서는 2차원이지만 시민 삶은 3차원"이라며 "'살아봐야 안다'는 말처럼 절박한 민생, 시민의 삶 속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한 뒤 "오직 이것만이 제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의 진심이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박 시장은 옥탑방에서 열흘 가까이 지나고 나서는 "시원한 에어컨 아래 대신 뜨거운 시민 속에 있어보니 잘 안보이던 것들, 놓치고 넘어갔을 것들이 보인다. 동네 주민들과 식사하며 나누는 이야기 속에 진정 살아있는 정책들이 들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언급이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그동안 우리 정치인들의 실망스러운 행태 때문이다.

박 시장의 페이스북에 달려 있는 댓글은 이를 잘 드러내 준다.

"대한민국 정치인 모두가 일 년에 한번씩 이런 쇼라도 했으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지금보다는 응원했을 거다. 이벤트도 매일하면 생활이니까 그땐 살만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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