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뉴스] 라돈침대 공장 노동자 "좋은 거라기에 마스크도 안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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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침대' 재하청 생산업체…직원 너댓명 수준
라돈 물질 폴폴 날려도 "마스크 쓰면 작업 못해요"
"몸에 좋은 것인 줄", "무서운 줄 알았다면 줘도 안써"
"생산 노동자, 분발 형태 라돈에 내부 피폭 가능성"
"사각지대 속 방사능물질, 법 적용도 규제관리도 안돼"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입니다.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오늘도 김정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 속으로 훅 들어가 볼까요?

◆ 김정훈> 덥습니다. 그런데 석달째 열기가 가시지 않는 논란도 있는데, 바로 이 이슈입니다. 들어보시죠.

[녹취: 라돈침대 관련 뉴스 멘트들]

"정부는 우체국을 통해 거둬들인 라돈 매트리스를 충남 당진에 있는 야적장에 보관중인데요. 인근 주민들은 청와대 시위까지 하겠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라돈 매트리스를 해체하는 작업이 한달만에 다시 시작됐습니다. 다만 매트리스를 더 들여오지 않는 조건이어서 당진항에 쌓여있거나 아직 수거되지 않은 매트리스를 처리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 김현정> 이른바 라돈 침대 얘기네요.

◆ 김정훈> 침대를 사용했던 이들뿐만 아니라 그 해체 작업 곁에 있는 주민들까지 반발할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 됐죠.

◇ 김현정> 저희가 당진 연결도 했었잖아요. 주민들은 '쌓여있는 것만으로도 불안하다, 당장 치워라' 이러지 않았습니까.

◆ 김정훈> 최근에는 까사미아 업체의 침구류에 또 라돈이 검출됐다고 해서 사람들의 염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네요.

◇ 김현정> '건강에 상당히 위해하다, 그 정도는 아니다' 논란은 있지만, 어쨌든 그 침대에서는 라돈이라는 방사선이 나온 것만은 분명합니다.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고요.

◆ 김정훈> 그런데 생각해보니, 큰 불안감을 느낄 법한데도 아직까지 목소리조차 내지 않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그런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바로, 그 라돈 침대를 만들었던 노동자들입니다.

'라돈 침대'를 생산하는 한 협력업체 내부 모습에 노동자의 이미지를 씌웠다. (사진제작=임금진PD)

 

◇ 김현정> 라돈 침대의 생산, 제작에 참여했던 노동자, 사람들?

◆ 김정훈> 네, 그래서 이번주 훅뉴스에서는 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 합니다.

◇ 김현정> 그러고 보니 분명히 만든 사람이 있고 그 물질을 만진 사람이 있을 텐데, 한번도 그분들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네요. 찾아가 보셨어요?

◆ 김정훈> 찾아가봤는데, 사실 문제가 된 매트리스는 대진침대가 직접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청업체를 통해 납품을 받았는데, 여기에 관계된 업체는 모두 세 곳입니다.

◇ 김현정> 하청에, 재하청...이런 식으로 된 거예요?

◆ 김정훈> 간단히 정리하면 대진침대 매트리스 제작에 세 업체가 관여하는데, 이들이 역할을 나눠 천을 만들고 거기에 음이온 코팅을 하고 최종 매트리스를 만든 뒤 대진침대에 납품하는 구조입니다.

◇ 김현정> 바로 거기서, 음이온이 코팅된 매트리스, 거기서 라돈이 검출됐다는 거잖아요.

◆ 김정훈> 그렇습니다. 숯가루에 섞인 음이온 가루가 문제가 된 건데, 그 원료가 되는 '모나자이트'라는 물질에서 라돈이 발생한다는 것이죠.

◇ 김현정> 직접 공장에 찾아가 보신 거예요?

지난 31일 충남 천안시 대진침대 본사에 수거된 매트리스가 쌓여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김정훈> 충남 공주, 천안 그리고 경기 양주에 위치해 있는데 대진침대와 직접 거래하는 업체조차 직원 수는 20명을 넘지 않았고요, 재하청을 받은 다른 두 곳은 너댓 명의 직원만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크진 않았습니다.

◇ 김현정> 영세하네요.

◆ 김정훈> 공장 내부도 둘러봤는데, 어떤 곳에선 목이 금방 칼칼해질 정도로 뿌연 먼지 속에 직원들이 기계를 돌리고 있더라고요. 그 공간에서 어떻게 작업을 해왔는지 노동자들의 목소리로 직접 들어보실까요? 혹시라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목소리는 변조했습니다.

[녹취: 라돈 물질 취급 공장 노동자들]

"가져오면 다 가공하고 만들고 하는 거지. 다 만지고 그러고 하는 거지. (코로 들이마실 수밖에 없고요?) 어."

"마스크 쓰고는 못해요. 힘들어서. 덥고 그래서. 마스크 쓰면 덥고 그래서 일 못해. (풀풀 날리니까…그런 것들이) 이미 지나간 걸 어떻게 해."

◇ 김현정> 공장 안으로 김정훈 기자가 들어갔다 온 거예요?

◆ 김정훈> 네. 세 공장을 다 둘러보고 왔습니다.

◇ 김현정> 목이 컬컬하게 느껴지는데요. 그냥 소리만 들어도.

◆ 김정훈> 실제 그렇더라고요.

◇ 김현정> 지금은 라돈 물질을 사용하지 않겠지만, 그 전까지는 라돈이 나오는 그 물질을 마스크도 안 쓰고 다뤄왔다는 얘기가 되는 거네요?

◆ 김정훈> 네.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부터 설명드려볼게요. 숯가루에 라돈이 나오는 모나자이트 가루를 섞고요, 그 가루를 다른 공장으로 옮겨가 끈적한 코팅액에 붓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른바 음이온 코팅액을 천에 도포한 뒤 그것으로 매트리스를 만드는 겁니다.

◇ 김현정> 김정훈 기자가 가서 그 뿌연 것 다 마셨듯이 그 당시에도 라돈 물질이 날아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거 아니예요?

◆ 김정훈> 특히 요새 얼마나 더웠습니까. 이런 더위라면 마스크를 쓰기도 답답할 수밖에 없죠. 틀어놓은 선풍기 때문에 분진이 날리는 그 환경에서 얼마전까지 라돈 물질을 다뤘던 거죠.

◇ 김현정>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 김정훈> 제가 찾아갔을 때는 없었고요, 그 전까지도 '마스크를 쓰고는 작업을 못한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너무 답답해서...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하셨지만 그렇게 일단락할 일인가 싶은데. 이렇게 유해한 물질이라는 걸 몰랐다고 하나요?

◆ 김정훈> 알면 그렇게 작업해왔겠느냐 반문하시더라고요. 오히려 몸에 좋은 물질이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합니다. 들어보시죠.

[녹취: 라돈 물질 취급 공장 노동자들]

"(뭐라고 설명 들으셨어요?) 쓰면 몸에 좋은 게 나간다고. (위험할 수 있는 성분이라는 얘기는?) 몰랐죠. 나오고 알았죠."

"매스컴 통해서 아는 거지, 이번에. 가공하는 사람들은 좋다고, 보시는 것처럼 해왔으니까. 판매하는 업체가 문제 없다고 하니까…"

◇ 김현정> 쓰면 몸에 좋은 게 나간다고... 매스컴을 통해 처음 알았다는 얘기예요?

◆ 김정훈> 그러니 전혀 경계심 없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오랜 기간 라돈 물질을 만지고 들이마셔왔던 겁니다.

◇ 김현정> 직원들은 어떤 물질인지 모른 채 좋은 줄 알고 작업을 했다 치더라도, 계약을 맺고 물품을 주고받았던 업체 대표들은 알 수 있었던 거예요?

◆ 김정훈> 그분들도 몰랐다고 하네요. 들어보시죠.

[녹취: 라돈 물질 취급 공장 사업주들]

"그렇게 무서운 물질이었으면 취급도 안 했고, 줘도 쓰지도 않았어요. 그 당시는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사용된 거지. 그게 모나자이트 그렇게 무서운 거라면 저희 업체가 쓸 수도 없던 것이고."

"숯인 줄 알았잖아, 숯. 그게 알고 보니 음이온 모나자이트라고 나온 거야."

◇ 김현정> 하긴 이게 음이온이다, 황토다 다 좋은 것인 줄 알았지 여기에서 방사능 물질이 나올지는 몰랐다는 거네요. 그런 환경에 노동자들은 몇 년동안 노출이 돼 왔던 거고요.

◆ 김정훈> 전문가들도 그 심각성을 지적하는데, 노동환경연구소 이윤근 소장의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 이윤근 노동환경연구소 소장]

"모나자이트에는 라듐이라는 방사선과 우라늄이 4~10% 정도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이 모나자이트라는 광물질을 그대로 쓰지는 않고 분말 형태로 만들어서 일반 생활용품에 도포를 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면 입자 상태로 날리니까, 생산하는 노동자들은 침대를 사용하는 소비자들보다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거죠. 왜냐면 내부 피폭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래요. 분말 상태로 호흡기로 그냥 들어올 수 있으니까."

◇ 김현정> 분말 상태로 만들어서 코팅을 한다면, 분말 상태로 날리는 그것을 노동자들이 마셨을 때는 그야말로 라돈 물질이 직접 들어온다는 말이잖아요.

31일 충남 천안시 대진침대 본사에서 작업자들이 보관 중이던 매트리스를 해체하고 있다. 라돈 침대는 커버와 매트, 스프링 부분이 제각각 해체돼 폐기 처리된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김정훈> 마스크 없이 그 환경에서 일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 김현정> 김정훈 기자 갔을 때 정말 목이 컥컥 할 정도로 뭐가 날리고 그런 환경이었어요?

◆ 김정훈> 들어가서 몇분 안돼서 그런 느낌을 받았고요, 나온 이후에도 한동안 목의 컬컬함이 가시지 않더라고요.

◇ 김현정> 우리 미세먼지 봄에 심할 때 마스크 없이 힘들었던 그 정도 상황?

◆ 김정훈> 그것의 몇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김현정> 심각하네요. 그 때는 모르고 그랬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하더라도 지금 알게 된 이상은 그분들의 건강 상태 체크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 김정훈>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최근 각 공장들을 돌아보긴 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공장 내 방사선 노출 정도만 확인한 것인데, 이미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는 더이상 라돈 물질을 취급하지 않으니까 기준치 이상으로 나올 리 만무하고요. 이 점도 한 공장 직원의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 라돈 물질 취급 공장 노동자]

"다른 얘기는 물어보지도 않더라고. 병원가서 건강검진만 받아와라. 그거면 끝이죠."
(건강이 어떠시냐 이런거에 대해서는?) "와서 말만 몇마디 하고 가더라고."


◆ 김정훈> 원안위는 각 공장에 대한 작업환경실태조사가 끝난 뒤에 해당 공장에서 일했던 전, 현 직원들을 상대로 건강이상 여부를 확인해보겠다 말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라돈이라는 물질, 이런 자연 방사능 물질의 위험성이 왜 전부터 알려지지 못했을까. 왜 관리가 될 수 없었던까. 왜 이렇게 뒤늦게 논란을 삼아야 되는 걸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 김정훈>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 있긴 하고, 그에 따라 방사선 원료물질을 다루는 취급자는 어떠해야 한다는 조항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본인들이 방사선 물질을 다루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업장이 있다는 것이고요, 당국은 원료물질의 유통경로를 따라가면서 꾸준하게 꼼꼼하게 관리 감독을 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 김현정> 사실상 누가 어디서 위험물질을 취급하는지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거예요?

◆ 김정훈> 맞습니다. 이 부분은 원자력안전위원회 김혜정 위원 말로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김혜정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시민방사능감시센터 대표]

"모나자이트 같은 경우 수입을 하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고를 합니다. 그런데 수입한 업자가 모나자이트를 쓰려고 하는 업체에 판매를 하면 판매업체까지 신고가 돼요. 그 다음은 전혀 추적 관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모나자이트나 토르마린 같은 방사능 물질이 사각지대에 있는 양이 많다... 사업주는 노동자들에게 이 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법에서 하고 있지만 전혀 적용이 안되고 규제 관리도 안되는 거죠."

◇ 김현정> 라돈 침대 문제가 터지고 난 뒤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떠들썩했습니까. 대진침대 사용했던 소비자들이 문제제기하고 일어섰고, 또 지금은 해체 작업 반대하는 주민들 시위하고 있고. 혹시라도 내 몸에 이상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건데, 정작 그 라돈 물질을 만지고 들이마신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 김정훈> 이 문제를 조사해온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그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지적하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김종훈 민중당 의원]

"라돈 침대 피폭과 관련해서도 사용자 부분에는 이슈가 됐지만 노동자들에 대한 얘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어요. 자기가 피해를 입는지 잘 모른다는 이유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죠. 특히 직접적인 작업을 했던 노동자들은 피폭했을 수밖에 없다는 게 객관적인 현실이라고 보여집니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문제가 생겼다면 지금이라도 조치를 취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

◇ 김현정> 우리가 라돈 침대 문제를 꽤 오랫동안 여러 각도에서 다뤘는데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놓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되고요. 이제라도 꼼꼼한 실태조사가 필요하겠고요. 대진침대 매트리스 외에도 라돈 성분이 나왔던 물품이 꽤 많잖아요. 그것을 다뤘던 노동자 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지 않겠나, 여기까지 화두를 던져봅니다. 김정훈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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