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유명무실한 교원소청위…차라리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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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법, 혁명을 논하다] ② 피해교사 속출하는데 교육당국은 '수수방관'

현재의 사립학교법은 사학법인의 자율성을 내세워 사립학교의 공공성을 망각하고 있다. 상당수 사립학교에서 회계 비리와 횡령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이사회는 설립자의 거수기로 전락했다. 교육당국이 사학 비리에 대한 감사를 통해 징계 처분을 해도 법원 판결에서 번번히 깨지고 있다. 교육당국의 오랜 관행과 안이한 대처도 한몫하고 있다. 이 총체적 모순의 밑바탕에는 퇴행적인 사립학교법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CBS 노컷뉴스는 '사립학교법, 혁명을 논하다' 연재 보고서를 올린다. [편집자 주]
제목 헤드라인
① '징계 의도만으로 직위해제' 남발 …사립학교법 독소조항
② "30년간 유명무실한 교원소청위…차라리 폐지하라!"
(계속)
◇ "차라리 교원소청위 폐지하는 게 낫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없애는 게 답이다. 소청위는 비용과 시간을 더 들어가게 만든다. 소청위는 도움이 안 된다. 소청위를 없애야 바로 행정소송으로 갈 수 있다. 소청위를 거치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못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청을 낸다."

강동대학교 J 교수의 하소연이다. 그는 2006년 폐과를 이유로 직권면직을 당한 이후 12년째 학교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3차례 직권면직을 당해 교원소청심사에서 두 번 이기고 한 번 졌다. 3차 소청 패소도 행정소송을 통해 결국 승소했고, 대법원 확정판결로 최종 승소했으나 복직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는 사이 재임용 기간 6년이 끝났다. 이후 재임용심사에서 2차례 거부되었으나 재임용거부취소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 모든 소송에 이겼음에도 그는 아직 복직되지 않았다.

그래서 J 교수는 차라리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대법원 결정이 나도 제재가 없다, 뭣 하러 시간 낭비를 하겠느냐. 민사소송에서 이기면 연 15% 이자에 금전적 이익이라도 생긴다"고 자조 섞인 한탄을 했다.

교원이 징계처분과 불리한 처분, 재임용거부처분을 당했을 때 소청심사를 위해 설치된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교원의 재판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 주고, 신속한 보호 조치를 취하자는 취지에서 행정소송의 전 단계로 소청심사 절차를 두었으나 "시간만 낭비했다"는 것이 J 교수가 내린 판단이다.

J 교수는 지난 2000년 강동대학교가 교비 횡령과 유용 사건으로 내부갈등을 겪을 때 교수협의회 조직 활동에 주력했다. 대학 측은 2~3년 후 구조조정을 할 때 전 교수가 속한 인문사회계를 폐과하면서 J 교수를 직권면직시켰다. 대법원은 "폐과가 사회적 문제이자 학교문제인데, 해당 폐과의 교수를 직권면직하는 것은 부당하다. 다른 과로 전환배치를 통한 회피 노력이나 구조노력이 없어 잘못된 조치"라며 J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 총장 비리 문제제기 후 재임용 탈락 교수, 소청위 복직 명령 받았으나 대학 측이 뭉개

서울신학대 김영인 교수는 총장 비리와 부정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가 지난해 12월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김 교수는 올해 3월 소청심사를 제기해 취소처분 결정을 받았다. 소청위는 "절차상 하자가 있고, 인사권자의 재량권을 남용했다"며 재임용 시키라는 결정을 내렸으나 학교 측은 이를 뭉개고 있다.

학교 측은 소청위 결정에 대해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하거나 재임용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90일이 넘었는데도 학교 측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에 김 교수 역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자 신청을 했지만 미온적이었고 제보자 신원이 노출되었다"며 "이 때문에 조직에서 왕따를 당하고, 강의 배제, 교내 설교 금지를 하더니 소속을 변경해 일종의 대기발령 식으로 아무것도 못하게 하고, 결국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고 증언했다.

학교의 비리나 부정을 바로잡으려 한 교원이 오히려 '보복성' 재임용 탈락을 당한 것이다. 이는 앞의 강동대학교 전형구 교수가 교수협의회 활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폐과를 명분으로 한 '직권면직' 당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 사립중고, 공익제보 교사들 직위해제 파면 남발…교원소청위의 복직 명령 완전 무시

사립 중고등학교에서도 공익제보자를 직위해제, 파면시킨 뒤 소청위의 복직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사례는 자주 발생한다.

공익제보자 정미현 교사를 성추행 교사로 몰아 수차례 직위해제와 파면을 시킨 서울미술고. 이 학교는 올해 3월 소청위으로부터 파면취소 결정을 받은 정교사에 대해 복직을 이행하지 않은 채 바로 3차 직위해제를 했다.

서울미술고의 이재근 교사 역시 공익제보자이지만 해임 처분을 받았고, 소청심사를 제기해 취소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학교법인은 행정소송을 한다는 이유로 복직조치를 하지 않았고, 서울시교육청의 복직 촉구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학교법인은 행정법원에서 패소한 이후에도 교육청의 복직 조치 지시를 불이행했고, 서울고등법원에서도 패소했다.

학교 회계부정과 횡령을 공익제보한 안종훈 교사를 업무태만을 이유로 수차례 배제징계를 남발한 동구마케팅고. 안 교사는 4년여 동안 파면과 재파면, 세차례 직위해제를 당했다. 소청위의 재파면 취소결정에 대해 학교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기각 당하자 상고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에는 "교원은 해당 학교의 운영과 관련해 발생한 부패행위나 이에 준하는 행위 및 비리 사실 등을 관계 행정기관 또는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거나 고발하는 행위로 인해 정당한 사유 없이 징계 조치 등 어떠한 신분상의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의 사례에 적시된 교원들은 공익제보자로서 특별히 보호를 받기는커녕, 교원소청위의 복직 명령에도 불구하고 이마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교원소청위 30년 동안 유명무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복직 결정 처분이 사립학교 법인에서 거의 이행되지 않고 있다. 사립학교 법인은 행정소송을 이유로 교원소청위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소청위의 행정명령에 대한 이행 여부를 지도감독 해야 할 교육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1991년 교원소청위가 생긴 이래 거의 30년 동안 소청위 역할은 유명무실하다.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소청위는 차라리 폐지하는 게 낫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소청위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지도감독 기능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동대 J 교수는 "소청위에서는 결론만 내주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소청위 결정을 이행 하느냐, 안 하느냐 관리감독은 교육부가 해야 되는 게 당연히 맞다. 교육부에서 손을 놓고 있는 것 때문에 안 되는 것이다, 고등교육법 5조는 '학교는 교육부 장관의 지도 감독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교육부 장관의 지시나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할 수 있는데 제제를 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교육부가 정원도 줄일 수 있고 모집 중지까지 할 수 있는데 교육부가 지도감독을 안 하는 것이다"고 성토했다.

교원소청위 당국자 역시 J 교수와 같은 소리를 했다. "소청위는 결정만 내리도록 규정돼 있다. 결정의 이행 여부는 교육부에서 지도 감독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1991년 교원소청위 설립 이래 이제껏 교육부의 사후 지도 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소청위 결정이 효력을 가지려면 교육부가 이행 여부에 대해 지도 감독을 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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