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받고 팔려다니는 요양병원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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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시장'으로 전락한 요양병원의 민낯 ③]
환자 스스로 요양병원 찾아 "리베이트 주나요" 묻기도
그룹 지어 리베이트 주는 병원 찾아 옮겨다니기도

요양병원 환자들 스스로가 요양병원 입원을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받고 자신들을 사고 판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CBS 취재 결과 확인됐다. 광주 CBS의 기획보도 <'인간시장'으로 전락한 요양병원의 민낯> 세 번째 순서로 리베이트로 거래되는 환자들의 실태에 대해 고발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브로커 판치는 요양병원… 환자 사고 파는 '인간시장'으로 전락
② 요양병원 브로커 활동 무대로 전락한 국립대병원
③ '리베이트' 받고 팔려다니는 요양병원 환자들
(계속)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요양병원에서 리베이트를 받고 환자를 입원시키는 것은 브로커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A씨는 지난 3월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 최근 위암 수술을 받았다고 밝힌 환자 B씨는 요양병원 입원 상담을 받기 위해 A씨의 병원을 찾았다. A씨에게 자신이 가입된 실손 보험 보장금액과 보장 비율을 밝힌 B씨는 리베이트를 얼마나 줄 수 있는지부터 물었다.

B씨는 "다른 요양병원에서는 한 달에 수십만 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안했다"며 "조금이라도 리베이트를 더 준다면 입원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입원 기간이 6개월이 넘을 경우 추가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지와 다른 환자를 데려올 경우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는지 등을 꼼꼼히 묻고 돌아갔다.

광주전남지역 요양병원에서 환자 유치를 위해 브로커들을 고용한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환자들 스스로가 병원 측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자신들을 사고 파는 실태가 CBS 취재 결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몇몇 환자들은 그룹을 지어 몇 개월 단위로 철새처럼 요양병원을 이동하며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환자들은 진료비의 최대 30%를 리베이트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간에 브로커가 끼지 않았다는 점을 노려 브로커에게 지급되는 리베이트까지 요구하는 셈이다.

지난 7월 말 화순전남대병원에서 만난 암 환자 C(65)씨는 "어차피 요양병원에 입원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용돈이라도 주는 병원에 입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암 환자들끼리 어떤 조건으로 입원했는지 정보를 교환하고 그룹을 지어 병원을 옮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간호사나 물리치료사 등도 리베이트가 오가는 환자 유치에서 자유롭지 않다. 화순의 한 요양병원 직원은 "누가 데리고 왔는지에 따라 일반 직원도 수당을 받을 수 있다"며 "가장 먼저 누구에게 상담을 받는지가 수당 지급 대상을 결정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실제 요양병원에서 만난 직원들 중에는 다른 직원과 미리 상담했다는 사실을 드러내 놓고 말하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광주 북구의 한 요양병원 직원은 다른 직원들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조건을 전제로 한 달 70만의 본인 부담금을 대신 내줄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요양병원을 사고파는 과정에서도 리베이트의 일종인 '권리금'이 오간다. 입원 환자 한 명당 수백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까지 권리금이 오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병원에서 퇴직한 이후 요양병원을 인수하려 했다는 의사 D씨는 "환자가 많은 병원의 경우 환자 인수 비용만 수억 원이 들어간다"며 "안정적이긴 하지만 금액이 부담돼 병원 인수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설립부터 운영까지 사실상 전 과정에서 리베이트가 필요한 셈이다.

환자 스스로가 브로커로 전락한 상황에서 리베이트를 주지 않는 이른바 '착한' 요양병원들은 환자 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 서구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사무장 요양병원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소문을 듣고 리베이트 주지 않고 있다"며 "리베이트를 주는 요양병원 사이에서 우리 같은 병원이 살아남는 일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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