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독립운동, 흩어진 신앙 역사 재조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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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배 집안의 독립운동과 신앙 ③] 사라져가는 독립투쟁과 신앙의 큰 족적

서슬 퍼렇던 일제강점기 전북 삼례와 만주, 북녘 함경도를 무대로 목숨을 건 독립운동과 신앙의 역사를 이어갔던 집안이 있다. 우리에게는 익숙지 않은 이름, 독립운동가 김춘배와 그 집안의 이야기다. 김춘배는 길지 않은 40여 년 생의 절반 가까이 감옥에서 지내며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누구보다 더 불꽃 같은 독립투쟁의 삶을 살았지만 그의 고향인 전북에서도, 주 활동무대인 함경도에서도 그의 삶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김춘배 집안의 신앙의 역사 역시 국경을 넘나들고 세대를 아우르며 삼례지역 신앙의 한 근간을 제공했지만 이 역시 수면 아래 있기는 마찬가지다.CBS 노컷뉴스는 김춘배의 독립운동과 그 집안의 신앙역사를 3차례에 걸쳐 다룬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멈추지 않은 독립투쟁의 삶, 불꽃처럼 살다간 김춘배
② 삼례에서 일으킨 신앙, 만주 거쳐 다시 삼례로
③ 외로운 독립운동, 흩어진 신앙 역사 재조명해야

김경근 목사와 이승철 사료조사위원이 올해 펴낸 '독립운동가 김춘배' 표지.

 

독립운동가 김춘배와 그 집안의 독립투쟁, 신앙의 역사는 한 편의 영화와 같을 정도로 극적이다. 목숨을 건 독립투쟁은 쉼 없이 지속됐고, 신앙의 자유를 찾아 만주로 한 집안이 이주한 사례 역시 흔치 않다.

그러나 이들의 삶에 대한 기억은 삼례와 만도, 함경도를 거치면서 희미해져 가고 있다. 그래서 나라를 위한 헌신한 독립운동가의 삶을 기억하고 초기부터 이어온 신앙의 역사를 짚는 일은 갈수록 시급해지고 있다.

독립운동가 김춘배의 유족과 김춘배를 연구한 이들의 눈을 통해 재조명의 필요성과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본다.

◇ 왜 그들의 삶은 조명받지 못했을까

40년에 불과한 김춘배의 삶은 18년을 감옥에서 보냈지만, 누구 못지않게 극적이었다.

독립운동 군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권총을 들고 부호들의 집을 찾아다니다 일제에 붙잡혀 6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5개월 만에 탈옥에 성공했고 다시 붙잡히면서 형량이 늘었다. 8년을 만기 출소하고 또다시 독립투쟁의 삶에 뛰어들기까지는 채 5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일제의 경찰주재소 무기고를 홀로 습격해 다수의 무기를 빼앗았다. 의거 뒤 집을 찾은 김춘배는 아내와 자녀가 고생할 것을 걱정해 총구를 겨눴다가 울면서 총을 거두기도 했다. 19일 동안 일본 경찰 연인원 2만여 명이 동원된 추격을 따돌렸다. 이 과정에서 일본 순사부장 등 2명에게 총상을 입혔고, 기차역장의 집에 들어가 변장한 채 역장의 부인을 동행해 포위망을 따돌리려다 열차 안에서 체포됐다.

김춘배가 붙잡히자 국내 주요 신문은 일제히 호외를 발행해 의거 당시 상황부터 붙잡힐 때까지 상황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그야말로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한 독립운동가였다.

하지만 김춘배의 활약은 알려지지 않았고, 아들 종수 씨의 노력으로 1990년에 와서야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지금도 김춘배는 그 삶에 비하면 한참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다.

김춘배의 독립운동에 대한 논문을 쓴 황수근 평택문화원 학예사는 "김춘배의 주 활동무대는 만주와 함경남도였고 생의 상당 부분을 감옥에서 지냈다"며 "정의부에 가담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독립운동을 홀로 진행하다 보니 어떤 집단에 속하지 않아 조명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명되지 않은 건 김춘배뿐 아니라 그 할아버지인 김헌식과 5남 1녀의 자녀를 위시한 신앙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김헌식 일가는 1903년 당시 전주부 삼례면에서 최초의 교회인 삼례교회를 세우고, 민간학교인 영흥학교를 건립했다. 1918년에는 신앙의 자유를 찾아 재산을 처분하고 식솔을 포함해 50여 명이 만주로 이주하는 일종의 엑소더스를 감행하기도 했다.

만주에서도 교회를 세우는 등 신앙의 역사를 이어가던 김헌식의 손자이자 김춘배의 형인 김성배는 삼례를 떠난 뒤 31년 만에 목사로 청빙되는 등 극적인 신앙의 역사를 연출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 역시 아직은 수면 아래 있다.

◇ 과거 아닌 현재를 위해 그들의 삶 재조명해야

현재 독립운동가 김춘배와 관련한 자료는 손자인 김경근 목사(전주채움교회)와 이승철 국사편찬위 사료조사위원이 올해 펴낸 100p 분량의 '독립운동가 김춘배'라는 책자와 황수근 평택문화원 학예사가 쓴 석사학위논문 '김춘배의 군자금 모금 활동 : 함남권총의거를 중심으로', 그리고 당시 기사 수십여 건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선양사업위원회 구성 등을 비롯해 김춘배 일가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승철 사료조사위원은 "시급한 일로는 김춘배의 이름이 더이상 잊혀지지 않도록 전주나 삼례에 김춘배 이름을 딴 거리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며 "가시적 작업이라도 벌여 기억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근 학예사는 "김춘배의 독립운동뿐 아니라 그 집안도 교회와 학교를 세우고 이후 만주로 이주하는 등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다"며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시나리오를 통한 영화화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독립운동가 김춘배의 손자 김경근 목사는 "할아버지의 형인 김성배 목사는 삼례교회와 전주중부교회에서도 시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북노회에서 준비 중인 기독교 110주년사에 할아버지와 집안의 이야기가 다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충일 전주시기독교연합회장은 "이들의 신앙의 역사를 현재 우리 삶에서 본받아야 한다"며 "신앙을 통한 해방운동에 나서야 할 때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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