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아리송한 판문점선언 비용추계…통일부는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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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내 평화의 집에서 판문점 선언 공동 발표를 했다. (사진=한국사진공동기자단)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판문점선언 비용추계서'를 놓고 어제(11일)부터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2019년 남북협력기금에서 판문점선언 이행 관련 비용은 총 4712억 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산림협력, 사회문화체육교류, 이산가족상봉,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그런데 보수 야권에서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사업에 최소 수조원 이상이 들텐데 내년 1년 치 예산만 계산해 국회 동의를 받으려 한 것은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10·4 선언' 이행 비용과 관련해 통일부는 당시 진영 의원의 질의에 최대 14조 3천억 원(민자포함)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답변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만 8조 6700억 원이 들고, 개성공단 2단계 사업과 3통(통행, 통관, 통신) 문제 해결에 3조 3000억 원, 서해평화특별협력지대 조성에 1조 1430억원, 자원개발 5000억원, 농업협력 1230억 원 등입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판문점 선언 일방적 국회 비분을 반대하는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그런데 왜 이번에는 1년 치만 추산해서 제출했을까요?

이에대해 통일부는 "판문점선언 이행 비용 전체를 구체적으로 추계하기 위해서는 남북 간 추가 협의와 공동연구조사, 현지 점검 등이 필요하다"며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2019년도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재정소요만 산정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북한 현지 조사와 분야별 남북간 회담 등을 통해 사업규모와 사업기간 등이 확정된 이후에야 대략적인 총비용 산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남북관계 특성상 전체 예산을 추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이해 못할 바도 아닙니다.

정부는 지난 2007년 11월 '10·4 남북공동선언 이행에 관한 제1차 남북총리회담 합의서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도 2008년 1년 치 사업비 1948억원만 추계한 전례도 있습니다.

문제는 근거가 너무 빈약하고 국민들에 대한 설명 절차가 생략됐다는 사실입니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후에도 비용추계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고, 오후 6시쯤 국회에 의안이 접수된 후에도 '왜 1년 치 산정했는지', '내년에 왜 4700여 억원이 필요한 지'에 대한 배경 설명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통일부가 제출한 비용추계 상세 내역을 보면 2019년까지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무상+융자)에만 총 4128억 원의 예산을 잡았습니다.

그게 다였습니다. 사업명칭만 있을 뿐 구체적인 내역은 생략됐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통일부 당국자가 하루 지난 오늘(12일)에야 해명에 나섰지만 수천억 원이 어디에 쓰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게 많은 금액이 아닐 수 있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하는 등 여전히 명쾌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통일부는 '판문점선언 이행 관련 2019년 예산 편성 내역' 자료를 이미 준비중이었습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먼저 철도·도로 사업을 보면 △철도 개보수 관련 설계·감리 등에 1119억 원 △도로 개보수 관련 설계·감리 등에 745억원 △철도 북측구간 개보수 자재장비 제공에 634억 원 △도로 북측구간 자재장비 제공에 453억원 등입니다.

산림협력에서는 △양묘장 조성 794억 원 △산림병충해방제 290억원 등입니다.

북한과의 협의 과정이 남아 있어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기 곤란하다는 점도 충분히 납득할만 합니다. 그렇다면 세부 내역은 보도유예를 요청하는 등 양해를 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예산 추계서'만 제출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는 국민적 동의하에 남북관계 진전을 추진한다는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세금을 쓰지 말라는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잘 설명되고, 투명하게 집행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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