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강남불패, 강남 거주 고위직들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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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9-1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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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결정자 107명 강남거주 여부 전수조사
강남에는 누가 살길래 부동산 대책은 강남을 빗겨날까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아주 부자들이 사는 고가 아파트, 그건 정부가 관여해야 될 이유가 없다"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이 라디오에서 한 말이다.

장하성 실장은 지난 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근 부동산 시장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이어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며 "저도 거기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실장의 발언은 고가주택은 정부 부동산 대책의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을 낳았다. 이는 다시 강남 부동산에 대한 정부 정책의 무력함으로 이해됐다.

발언이 알려진 이후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는 정부 관료가 강남에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강남 집값 잡기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일었다.

강남 불패 신화는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고관 대작들이 강남에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 과연 사실일까?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주체로는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국무조정실, 국회 등을 들 수 있다.

청와대에서는 비서관 이상, 행정부에서는 실장급 이상, 국회에서는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로 압축했더니 모두 107명이 검증 대상에 올랐다.

우선 청와대 비서관들이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로 소유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주택 현황을 살펴봤다.

청와대 비서실에서는 재산을 확인할 수 있는 45명 중 15명이 강남에 집을 가지고 있었다. 비서실의 33.3%가 강남 주택을 보유한 셈이다.

스스로 "강남에 살고 있다"고 밝힌 장하성 실장은 송파구에 아파트 1채를 보유했고 조국 민정수석은 서초구에 아파트 1채를 보유했다.

이외에도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송파구·서초구에 각각 아파트 1채를, 주현 중소기업비서관은 강남구에 아파트 2채와 복합건물(주택과 상가가 함께 들어선 건물) 1채를 두고 있었다.

 

부동산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토교통부 고위공직자는 어떨까?

국토부의 도로·교통 관련 보직 등을 제외한 토지·주택 관련 업무를 맡은 실장급 이상 고위 공직자를 살펴본 결과 현재 확인 가능한 인원 10명 중 40%인 4명이 강남에 주택을 가지고 있었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제1차관 등 3명은 강남 아파트 1채를 갖고 있었다. 박선호 국토도시실장은 서초구에 복합건물 1채를 보유했고 김재정 기획조정실장도 강남구에 아파트 1채를 가지고 있다. 권용복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도 강남구에 한 채의 아파트를 보유 중이다.

 

부동산 관련 보유세와 거래세 등 세금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도 살펴봤다. 강남에 주택을 보유한 기재부 고위관료는 44.4%로, 재산공개대상인 9명의 중 4명이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강남구에 아파트 1채를 보유했다. 그 외에 고형권 제1차관, 정무경 기획조정실장, 구윤철 예산실장도 강남구에 아파트 1채씩을 둔 상태였다.

 

반면 국토교통위원회 국회의원은 지역구가 다수인 만큼 강남 주택 보유 비율이 19.2%로 비교적 낮았다. 현재 부동산 정보를 알 수 있는 국토위 의원 26명 중 5명은 강남에 집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강남구에 복합건물(주택+상가) 2채 등 3채를 보유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이헌승 의원은 서초구에 아파트 2채를 보유했다.

이외에도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이 강남에 주택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조정실의 경우 고위공무원 9명 중 5명, 55.6%가 강남에 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낙연 국무총리, 노형욱 국무2차장, 윤창렬 사회조정실장은 각각 서초구에 아파트 1채씩을 뒀다. 이련주 규제조정실장과 최창원 경제조정실장도 강남구에 주택을 1채씩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비서실·국토부·국토위·기재부·국조실 5곳의 강남 주택 보유자 비율은 약 20%~56%에 이르며 평균 38.5% 수준이다. 지역구 의원들의 영향으로 가장 비율이 낮았던 국토교통위원회(19.2%)를 제외하면 43.3%이다.

검증 대상이 고위공직자임을 생각하면, 이 수치가 특별히 높은 것인지는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 다만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이들 중 강남에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부동산 정책방향을 주의해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재산공개시점 이후 처분하거나 사들인 주택은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고위공직자의 재산을 취합해 공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최근 보직을 맡은 인원의 경우 재산내역을 알기 어렵다. 청와대 비서실은 48명 중 5명, 국토부는 유관업무 담당자 12명 중 2명,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9명 중 3명의 자료가 누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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