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하키한다고 사기꾼 소리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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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하키의 산 역사' 신동윤 제주국제대 감독 인터뷰

'제주도 하키의 산 증인' 신동윤 제주국제대학교 총 감독은 2010년까지 전무했던 제주도 하키 역사를 창조한 인물이다. 하키팀 창단은 물론 국제대회까지 창설하며 제주도 하키 메카를 꿈꾼다.(사진=신동윤 감독)
2018 제주특별자치도하키협회장배 국제하키대회가 진행 중인 13일 제주국제대학교 하키경기장. 비가 내리는 그라운드를 바쁘게 다니는 한 사람이 있었다.

신동윤 제주국제대 총감독(41)이다. 대회 운영부위원장이기도 한 신 감독은 사실상 이번 대회 실무 책임자다. 신 감독은 "물이 고일 정도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오늘은 아무래도 경기를 못하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은 순천향대와 태국, 제주국제대와 방글라데시의 경기가 예정돼 있었다.

그래도 신 감독은 "순위를 가리는 게 아니라 큰 문제는 없다"면서 "선수들이 계속 힘들게 경기했는데 하루쯤 쉬어도 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태국, 방글라데시 선수들도 덕분에 오늘은 제주의 경관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대회는 제주도 유일의 하키 대회다. 지난해 첫 대회 이후 올해 2회째를 맞았다. 지난해는 대만, 홍콩, 태국과 한국체육대학교, 제주국제대 등 여자부였고, 올해는 대만까지 5개 남자팀이 참가했다.

하키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제주도에 비록 작게나마 대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는 2010년까지 하키 역사가 전무했다. 팀은 물론 협회조차 없었다. 그러다 2011년 제주국제대 남자팀이 생겼고, 이듬해 여자팀이 창단했다. 2013년에는 협회까지 만들어지면서 비로소 제주도에도 하키라는 스포츠가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삼다도 제주에 하키의 씨앗을 뿌린 이가 신 감독이다. 2010년 당시 국제사이버대학교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신 감독이 제주도를 우연히 방문했고, 팀과 협회 등 하키가 없는 제주도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껴 발 벗고 나섰다. 신 감독은 "이렇게 아름다운 제주도에도 하키 종목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한번 뿌리를 내려보자는 마음으로 왔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직장도, 가정도 포기해야 했던 헌신이었다. 제주도행을 결정한 신 감독은 국제사이버대에 사표를 제출하고 제주국제대를 찾아 팀 창단 준비에 들어갔다. 당시 4살이던 딸, 아내와도 떨어져 홀로 뭍을 떠났다. 신 감독은 "원래 식구들도 오기로 했지만 지금은 고인이 되신 장모님께서 편찮으셔서 아내가 돌봐드려야 했던 이유도 있었다"고 했지만 열정이 없었으면 내려오지 못했을 터였다.

2018 제주특별자치도하키협회장배 국제하키대회에 참가한 제주국제대 선수단.(사진=제주국제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작업이었다. 제주도에 중고교 팀이 없으니 대학부 선수가 있을 리 만무했다. 신 감독은 "일일이 전국 고교팀에 연락을 해서 스카우트를 했다"면서 "선수들이 집을 떠나 아예 새로운 지역에서 사는 것이라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팀도 없는데 선수들을 데려간다고 '사기꾼'이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신 감독의 열정과 기숙사까지 제공한 대학 측의 지원 속에 역사적인 첫 제주도 하키팀인 제주국제대 남자팀이 2011년 창단했다. 이듬해는 여자팀까지 만들었다. 신 감독은 "윤상택 체육학과 교수 등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제 제주국제대는 얕볼 수 없는 팀이 됐다. 2016년 남자팀이 전국체전 일반부에서 대학, 실업팀들과 겨뤄 당당히 동메달을 따냈고, 지난해는 여자팀이 역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 감독은 "강호 순천향대가 올해 우리를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면서 "4 대 2로 이겼고, 2 대 2로 비겼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신 감독은 "국제심판으로 9년째 활동 중이라 네덜란드, 독일 등 강호들의 경기 영상을 선수들에게 보여준다"면서 "그랬더니 그 기술을 따라하는 등 실력들이 쑥쑥 늘어나는 게 보인다"고 귀띔했다.

창단 당시는 선수들을 구하러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이제는 지원자가 몰린다. 현재 여자팀이 20명, 남자팀이 22명이다. 골키퍼 강영빈(4학년)이 태극마크를 달면서 국가대표까지 배출했다. 신 감독은 "주니어 국가대표도 7명이 나왔다"며 은근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목포시청, 경북체육회, 인천시체육회 등 졸업생들의 진로도 뚫리고 있다.

신 감독의 열정을 알아본 제주 지역 인사들도 거들고 나섰다. 2013년 제주하키협회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김재연 현 회장 등은 하키 문외한이지만 신 감독을 믿고 협회를 맡았다. 7000만 원 가까운 지난해 첫 국제대회 개최 비용도 협회 임원들이 주위 도움을 받아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이런 정성에 제주도도 올해는 대회를 지원하고 나섰다. 신 감독은 "원희룡 도지사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면서 "지난해 우리 힘으로 이렇게 훌륭하게 대회를 치렀는데 도에서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강조했는데 흔쾌히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무 것도 없었던 2010년 당시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을 이룬 셈이다.

신동윤 감독(왼쪽부터)이 올해 국제하키대회 개최를 위해 제주도청을 찾아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원희룡 도지사 등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한 모습.(사진=제주하키협회)
신 감독의 하키 열정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사실 신 감독은 제주국제대 이전 국제사이버대학교 하키팀 창단도 이뤄냈다. 하키 저변을 넓히는 산파 역할을 앞장서서 해왔다. "팀이 많이 창단돼야 후배들의 지도자 길도 열린다"는 신 감독이다.

신 감독은 용산중학교 시절 운동 능력이 눈에 띄어 하키에 입문했다. 초등학교 시절 100m 육상 선수를 했던 주력을 인정받았다. 용산고와 인천대를 거친 신 감독은 곧바로 코치로서 지도자의 길로 나섰다. 군 제대 후에는 말레이시아 이민도 계획했지만 모교인 용산중의 부름을 받아 감독을 맡았다. 2010년 국제사이버대학교, 2011년 제주국제대 창단을 이끌었다. 신 감독은 "이민도 하키 때문에 계획했다"면서 "어쩌면 하키 한류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고 웃었다.

제주도에서 많은 것을 이뤘지만 신 감독의 원대한 포부는 현재 진행 중이다. 신 감독은 "이제 계획의 60~70% 정도"라면서 "실업팀과 중, 고교 팀을 창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되면 뭍이 아닌 제주도 출신의 선수도 탄생하는 등 제주 하키의 역사가 완성되는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신 감독은 "이후 제주 출신의 국가대표도 배출하는 것이 마지막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실 세계 강호로 통했던 한국 하키는 올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40년 만에 남녀 대표팀이 노 메달에 머물렀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 한국 하키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신 감독은 "이런 때일수록 열심히 후진들을 양성해야 한다"면서 "선수로 오래 뛰지는 못했지만 지도자로서 한국 하키 발전을 위해 승부를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제주 하키의 산 증인에서 이제 한국 하키 전체를 바라보는 신 감독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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