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 진위 공방?' 오지환 사태 핵심은 잘못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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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회 3연패를 달성한 야구대표팀 오지환이 3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야구 대표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병역 혜택을 받은 오지환(LG)의 선발 과정에 대한 사후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종 명단 선발 당시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회의록 진위 여부에 대한 진실 공방까지 벌어진 모양새다. 여기에 선동열 대표팀 전임 감독 선발 과정도 투명하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모 국회의원과 일부 인터넷 매체의 주도 하에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번 사태의 핵심에서 벗어난 다소 지엽적인 문제 제기에 가깝다. 이전까지 선수 선발과 관련해 의무 사항이 아닌 회의 기록을 세세하게 남기지 않았던 스포츠계의 관행에 청와대, 혹은 국회에서나 있을 법한 정치권의 '속기록' 수준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뒤 '왜 너희는 이런 게 없냐'고 다그치는 꼴이다.

물론 야구를 비롯해 스포츠계의 국가대표 선발 과정은 향후 반드시 개선돼야 할 점이다. 행정에 밝지 못한 경기인 출신 지도자들이 대부분인 만큼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점도 이제는 고쳐야 할 부분이다. 앞서 언급했던 문제 제기도 결국은 이런 낡은 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이번 오지환 사태의 핵심은 달라진 시대의 흐름에 관계자들이 안일하게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대처했다는 점이다. 특혜에 대해 더 이상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논란이 될 만한 선수를 뽑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선 감독을 비롯해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등은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더 확실하게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사과의 뜻을 표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수 선발과 관련해 논란에 휩싸였던 선동열 감독이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O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알려진 대로 오지환을 비롯해 박해민(삼성)은 28살로 군 입대가 꽉 찬 나이다. 특히 이들은 군 복무와 선수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상무와 경찰 야구단 지원 기회를 마다했다. 그리고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에 올인했다. 물론 이들의 기량이 빼어나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터. 그러나 주전이 아닌 애매한 존재감 때문에 논란을 키웠다.

이게 문제의 핵심이다. 병역 회피라는 지적까지 받는 이들을 굳이 대표팀에 넣었어야 했느냐는 것이다. 회의록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대표팀에 백업 선수로라도 필요하다고 해도 논란이 될 게 뻔하다면 다른 선수를 뽑았어야 했다. 그러지 않은 게 잘못이다. 또 코칭스태프와 KBO가 달게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왜 논란이 커졌을까. 사실 대표팀 선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프로 선수의 아시안게임 출전이 허용된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때부터 선수 선발 논란을 크든 작든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감독이 해명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갈 만큼 큰 사안은 아니었다.

엄밀히 따져 이번보다 대표팀 구성이 더 문제가 됐던 것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다. 당시 대표팀은 프로 각 구단 별로 주축 병역 미필 선수를 안배해 구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 선수의 경우 부상을 안고도 대표팀에 승선했고, 아시안게임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않은 가운데 금메달을 따내 병역 혜택을 받아 적잖은 논란을 불렀다.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대만에 6대3 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대표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하지만 그 4년 사이에 세상이 바뀌었다. 대통령이 물러날 만큼 대한민국 사회는 격변의 시기를 겪었다. 특히 대통령 최측근의 딸이 온갖 특혜를 받으며 명문대에 진학한 과정은 전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특권층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힘이 모여 정권을 바꾼 단초가 된 사건이었다.

국민들의 의식이 달라졌다. 4년 전이었으면 유야무야 넘어갈 사안도 천라지망에 걸리는 게 요즘 세상이다. 최근에는 너무 사소한 사안까지 올라온다는 지적도 있으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생기면서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오지환, 박해민 문제 역시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더 논란이 커졌다.

그러나 선 감독 및 KBO, 협회는 이런 점을 무겁게 인식하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만 따낸다면 논란도 잠잠해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었을지 모른다. 선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이 금메달 부담이 컸다고 토로한 것은 그동안 한국 스포츠를 지배해온 성적 지상주의의 연장선 상이었을 것이다. 이게 이제는 낡은 생각이 돼버린 것이다.

국민들에게 프로야구 선수들은 이미 특권층에 가깝다. 최고 몸값 4년 150억 원, 평균 연봉 1억 원이 넘는 선수들이다. 물론 최저 연봉 2700만 원에 고생하는 선수들도 적잖지만 병역 혜택을 받은 이들은 거의 대부분 고액 연봉자다. 이런 상황에서 오지환, 박해민 등 논란이 될 선수들이 군 면제를 받은 게 국민들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선 감독은 1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호된 질타를 받을 게 뻔하다. 잘못된 선택을 했기에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KBO와 협회 등 관계자들도 역시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이 문제를 사전에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언론도 마찬가지 입장일 것이다.

오지환, 박해민과 선 감독이 엄밀히 따져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야구계가 해야 할 일은 달라진 국민 정서에 맞는 투명하고 공정한 대표 선발 규정 마련이다. 정치권 역시 뒤늦게 호들갑을 떨기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마련하고, 회의록 작성 등에 대해 의무화할 수 있도록 법적인 조치를 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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