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의 '뉴라밸'] 젠더 프리를 허(許)하라, 공연부터 패션 장난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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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제약 두지 않는 젠더 프리 캐스팅 화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헤롯왕 여자 배우가 맡아
같은 배역 남녀가 함께 하는 더블 캐스팅도
고착된 성에 대한 관념을 깨고 원작 흥미롭게 각색
패션, 뷰티 쪽에서는 젠더 프리 개념 이미 자리잡아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의 <조은정의 '뉴라밸'="">

◇ 임미현 > 매주 목요일 문화 트랜드를 읽고 실생활과 접목하는 '뉴스 라이프 밸런스', 조은정의 '뉴라밸' 시간입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 조은정 > 네. 반갑습니다. 조은정입니다.

임미현> 네 오늘은 어떤 트랜드를 캐치하셨나요.

◆ 조은정 > 앵커께서는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 어떤게 있으세요?

◇ 임미현 > 남북정상회담도 있었고, 올림픽도 있었고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 조은정 > 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저 개인적으로는 미투 운동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올초부터 미투 운동이 연극, 영화 등 문화예술계에서부터 시작돼 사회 전반적으로 퍼졌는데요. 그래서인지 지금 공연계에는 '젠더 프리' 캐스팅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젠더 프리 들어보셨나요?

◇ 임미현 > 젠더 프리, 성별을 보다 자유롭게 하는 그런 개념인가요?

◆ 조은정 > 사전적으로 젠더프리는 성별의 제약을 두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젠더 프리 캐스팅은 쉽게 말하면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허무는 캐스팅입니다. '젠더 밴딩', 즉 성의 관념을 구부린다.. 또는 '젠더 플루이드'... 성에 대한 관념을 자유롭게 흐르게 한다.. 라는 여러 용어가 있는데 가장 포괄적으로는 '젠더 프리'로 통용이 됩니다. 공연에서는 기존 극에서 남성이 해왔던 역할을 여성이 한다던가, 여성이 해온 역할을 남성이 한다던가 해서 성별을 바꾸는게 대표적입니다.

◇ 임미현 > 기존 역의 성별을 바꾼다는게 흥미로운데, 어떤 사례들이 있나요?

◆ 조은정 > 우리나라에서는 3년 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악역인 헤롯왕을 남자가 아닌 여자 배우 김영주씨가 맡아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바로 젠더 프리 캐스팅을 시도한 이지나 연출의 결정이었는데요.

이후에도 여러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한 공연에 여러 캐스팅이 있는데 같은 역할에 대해서 남녀 각각 더블 캐스팅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록키호러쇼'에서는 여배우가 전담했던 역에 남녀가 더블 캐스팅됐구요.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 월하 역을 맡은 (왼쪽부터) 이석훈, 구원영, 김호영. (사진=CJ E&M 제공)

 

지난해 말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는 극중에 '월하'역할을 배우 정성화와 차지연이 함께 소화했어요. 같은 배역인데 캐스팅별로 성별이 바뀌는거죠. 올해도 다시 공연하는데 더블캐스팅이 유지가 됩니다. 남녀 배우의 연기를 잠깐 들어볼까요.

◇ 임미현 > 아 특정 성별을 흉내낼 필요 없이 그냥 편하게 서로 개성대로 연기하는거군요. 확실히 관객들이 캐스팅이 다르니까 흥미롭긴 하겠네요.

◆ 조은정 > 네. 일차적으로는 캐스팅 자체에 관객들이 호기심을 갖게 돼고 흥미를 느낄수가 있구요. 그자체로 홍보가 되겠죠. 그리고 사실 남성에 비해 여성 배우들이 설 무대와 역할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요. 이런 캐스팅이 그나마의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합니다.

특정 극에서는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남자는 주로 이런 역, 여자는 주로 이런 역이라는 벽을 깨는거죠. 창극 <적벽>에서는 주연들이 원래는 모두 제갈공명 등 남성인데 모두 여성이 연기했거든요. 셰익스피어 원작 <줄리어스 시저="">라는 영국 유명 연극도 '카시아스'라는 비중있는 역을 여성으로 대체해서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했습니다. 주로 고전에 기반을 둔 이런 작품에서 성별을 뒤바꾸고 내용도 조금씩 새롭게 각색되고 있습니다.

김일송 연극평론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과거에 고착된 성에 대한 관념들이 있잖아요. 사랑은 남녀만 할 수 있고, 어떤 직업은 남성이 해야한다는 그런 편견을 깨고 다양한 삶을 현대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고전을 그렇게 캐스팅 하는 것은 의미가 있어요"

◇ 임미현 > 공연계의 젠더 프리 캐스팅 흥미로운데, 다른 문화분야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나요?

◆ 조은정 > 이미 패션, 뷰티 쪽에서는 젠더 프리 개념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남자옷, 여자옷을 구별짓지 않는 매장들이 뉴욕 등에서 생기고 있어요.

남자 개그맨이 유명한 뷰티 크리에이터가 돼서 메이크업 기술을 선보이는 경우도 보셨을 겁니다. 화장품의 경우에도 남녀가 구별없이 같이 쓸 수 있는 색조 브랜드가 런칭되고 있고, 패션에서도 레이스나 리본도 남성복에 들어간다던지 하는 식으로 좀더 과감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사진=젠더프리 장난감을 다룬 BBC 방송 캡쳐)

 

사실 성 정체성이 생기는 시기는 아이 때잖아요. 남자애들은 탱크, 로봇을 사주고 여자애들은 인형을 사주고 이런 식으로 장난감에도 고정관념이 뿌리깊게 박혀있는데 그래서. 남아용 여아용 구별짓지 않는 젠더프리 장난감도 유행한다고 해요. 젠더프리 양상이 문화와 소비 트랜드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임미현 > 그렇군요. 트랜드라지만 세대별로는 거부감이 좀 있을 것 같습니다.

◆ 조은정 > 세상이 쉽게 바뀐다면 아예 이런 시도들이 있지도 않겠죠. 사실 공연계만해도 이런 시도는 아주 일부구요. 영화나 드라마, 예능 등에서는 여성이 설 위치가 여전히 좁습니다. 특히 미투에 대한 반발로 '여혐'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잖아요.

하나의 성별로 묶어내기에는 모든 사람들의 개성이 다 다릅니다. 철학자 들뢰즈 식으로 표현하면 N명의 사람이 있으면 N명의 성이 있을 수 있는건데요.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또 열려있는 방향으로 문화계에서 이런 시도들이 계속되고, 또 시민들도 뭔가 옳고 그름을 심판하기보다는 좀 여유있는 마음으로 흐름을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임미현 > 조은정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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