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회의원과 KBO총재 발언에 못 버틴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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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대표팀 사상 첫 전임감독 선동열 자진 사퇴
아시안게임 대표팀 둘러싼 논란에 결국 스스로 책임지기로
무례한 국회의원 발언에 분노 "스포츠가 정치적 소비 대상 돼"
전임감독 반대한다는 정운찬 KBO 총재와도 오해풀지 못한듯

선동열 야구대표팀 전임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O 기자실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선동열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을 방문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대표팀 사령탑 자진 사퇴를 선언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풀이된다.

먼저 야구인으로서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선동열 감독은 짧은 입장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감독직 사퇴를 통해 국가대표 야구 선수들과 금메달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고 밝혔다.

선동열 감독은 지난 9월에 끝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의 대회 3연패를 이끌었다. 하지만 한국 야구는 금메달 획득에도 환영받지 못했다.

오지환과 박해민 등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 특례를 받고자 했던 선수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을 명확히 해소하지 못한 것이 끝내 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다.

우승 이후 논란이 오히려 더 커졌다. 이에 선동열 감독과 정운찬 KBO 총재 모두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선동열 감독은 이날도 입장문을 통해 "병역 특례에 대한 시대의 정서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재차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선동열 감독은 "선수 선발과 경기 운영에 대한 감독의 권한은 독립적이고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감독의 책임은 무한 책임이고 나는 그 책임을 회피해본 적이 없다"며 대표팀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표팀 선발과 관련해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한 것도 선동열 감독의 사퇴 결심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원망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선동열 감독은 입장문에서 "어느 국회의원이 말했다. '그 우승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 또한 저의 사퇴 결심을 확고히 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또 선동열 감독은 현직 대표팀 사령탑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이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를 "스포츠가 정치적 소비의 대상이 되는 사례"라고 표현했다.

선동열 감독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국정감사 이후 야구에 대한 이해없이 목소리만 높였던 국회의원들을 향해 쏠렸지만 선동열 감독이 느낀 굴욕감을 달래기에는 부족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정운찬 KBO 총재가 국정감사에서 야구 대표팀의 전임감독제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힌 것도 선동열 감독의 사퇴에 영향을 끼쳤다.

선동열 감독은 입장문에서 "불행하게도 KBO 총재께서도 국정감사에 출석해야만 했다"며 "전임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 비로소 알게 됐다. 저의 자진 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KBO 수장이 전임감독제에 찬성하지 않는 가운데 사상 최초로 한국 야구의 전임 사령탑을 맡은 선동열 감독의 심기는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입장문만 읽어봐도 불편하다는 기색이 역력히 느껴진다.

지난달 25일 선동열 감독을 만났다는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선동열 감독은 많이 당혹스럽다고 했다. 총재의 진의가 그게 아니라고 잘 설명했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명확히 얘기했다. 총재도 (자신의 입장을) 정확하게 전달해달라고 내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총재께서 국정감사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말할 때 뒷부분을 더 설명해야 했는데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진의가 덜 전달됐다. 그 부분을 안타까워 했다"며 "전임감독 반대는 개인적인 견해일 뿐 선동열 감독이 (임기가 보장된)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가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정감사 발언 이후 정운찬 총재와 선동열 감독이 직접 만나 오해를 푸는 자리는 없었다. 정운찬 총재는 이날 오후 선동열 감독을 만나 약 20분동안 사퇴를 만류했지만 선동열 감독의 의지는 확고했다.

선동열 감독이 자진 사퇴를 알리고 야구회관을 떠난 뒤 장윤호 사무총장이 단상에 올라 KBO의 입장을 전했다. 정운찬 총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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