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3법, 與 “명품백 구매 허용할건가” vs 野 “과도한 국가개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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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국회 교육위 법안소위 생중계에서 충돌
민주당 “분리회계 효용성 없어”
한국당 “사립학교와 사립유치원 본질적으로 달라”
바른미래 임재훈, 절충안 제안…채택 가능성

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조승래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교육위 법안소위에서는 민주당 및 한국당의 '유치원 3법'에 대한 병합심사를 진행한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여야는 3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두고 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10월 23일 개정안 발의 후 자유한국당도 지난달 30일 자체 법안 제출로 맞불을 놓으면서 교육위 법안심사소위 병합 심사 과정에서 여야는 반박에 재반박을 거듭하며 불꽃 튀는 신경전을 이어갔다.

통상 법안심사소위는 생방송 중계가 되지 않지만, 법안심사 과정을 전 국민에게 공개하자는 한국당의 제안을 여당이 전격 수용하면서 이례적으로 방송으로 중계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유치원 3법’을 둘러싸고 ▲지원금의 보조금으로 전환 ▲학부모 부담금 유용시 처벌조항 ▲분리회계 도입 ▲사학법상 교비와 법인회계 통합 여부 ▲학교급식법상 대상 규모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與 “회계투명성 확보” vs 野 “사유재산 인정”

먼저, 한국당은 개인 재산을 출연해 만든 사립학교와 달리 사유재산으로 운영되는 사립유치원의 특수성을 민주당이 무시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사립유치원과 사립학교의 차이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며 “사립학교는 재산을 전부 출연한 것인 반면, 사립유치원은 개인 재산을 제공한 것이라 다르다. 이 문제를 먼저 명확하게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사립유치원을 매입하거나 스스로 법인화하도록 전환시키겠단 것인데, 현재는 그 전 단계인 사유재산으로 등록돼 있다”며 “교육용이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에 대해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교육목적 교비의 사적 유용을 방지하기 위한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의미"라며 "한국당 개정안은 회계 투명성과 관계없이 교육비를 마음대로 써도 되는 법안을 만들어주자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지원금의 보조금 전환 두고 공방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사립유치원에 주고 있는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시키는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누리과정 지원금은 학부모가 자율적으로 원아를 보낼 때 국가가 일부를 보조하고 지원하는 일종의 복지 성격을 띠고 있다”라며 “애초 교육부가 제도 설계를 이렇게 해놓고 이제 와서 회계 투명성을 위해 모두 보조금으로 간다는 건 취지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재판소의 판결대로 지원금의 소유권은 운영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며 “한국당은 지원금을 교육 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명시하면서 회계 투명성을 위한 절충점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개정안에서 '학부모 지원금'을 국가보조금으로 전환하자는 '박용진 3법'과 달리 현재 형태 유지를 고수 중이다. 보조금은 국가가 규정한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지만 지원금은 정해진 용도가 없어 비리가 적발돼도 '횡령죄'로 처벌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다만, 한국당은 보완책으로 '학부모 지원금'의 교육목적 사용 조항을 개정안에 추가하고 유아교육법상 '벌칙' 항목도 현행 34조에 새로 넣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우리가 말하는 교육의 자율성은 회계분리에 의한 자율성이 아니라, 교육이념에 따른 교육내용을 어떻게 자율적으로 보장할 것인지에 있다”며 “사립유치원들이 돈을 어떻게 쓰든지 말든지 놔두자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학부모 부담금, 與 “처벌조항 필요” vs 野 “형사처벌 지나쳐”

일반회계에 속하는 학부모 부담금에 대한 관리·감독 방안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국당 개정안대로 국가지원회계와 일반회계로 이원화될 경우, 사실상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 사립유치원 비리를 막기 힘들다는 주장이 여당에서 터져 나왔다.

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결과적으로 한국당의 개정안은 사립유치원 비리 방지법이 아니라 유치원 비리 조장법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유감을 표한다”며 “분리회계를 하면 학부모 부담금을 교육 목적 외 사적 용도로 사용해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정감사에서 해당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박용진 의원은 “학부모 주머니에서 나왔든, 국민혈세에서 나왔든 교비 관련해선 교육용으로 써야 한다”며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그 돈으로 명품백을 사도 이걸 보조해주는 법안이 통과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부모 부담금과 관련해선 목적 외 사항으로 썼을 때 왜 아무런 처벌하는 조항이 없냐”고 한국당 의원들에게 따져 물었다.

국가나 지자체가 내는 보조금·지원금과 달리 순수하게 학부모들이 사립유치원에 지급하고 있는 부담금을 사립유치원에서 유용할 경우 강력한 처벌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당 전 의원은 “어떤 문제를 어떻게 처벌하느냐는 각 법이 규율하고 있는 정도에 따라 다르다”며 “학부모 부담금은 학부모들이 그 회계내역을 보고 적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사립유치원의 존립 기반과 취지에 부합한다고 본다”고 맞받아쳤다.

같은당 곽 의원도 “개인이 개인에게 받은 돈에 대해 무조건 형사처벌을 할 순 없다”며 “정부에서 준 돈에 대해선 비리가 발생하면 형사처벌을 해야 하지만, 학부모가 유치원에 낸 돈까지도 무조건 정부 보조금과 같은 취급을 하자는 게 옳은 건지 의문”이라고 거들었다.

◇임재훈 절충안, 여야 “마지노선”

이날 법안소위에서 약 5시간에 걸친 토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바른미래당 교육위 간사인 임재훈 의원은 양당의 주장을 결합한 절충안을 내놨다.

임 의원은 ▲회계시스템 통합 ▲보조금과 지원금 분리 등을 골자로 한 절충안을 양당에 제안했다. 회계시스템은 민주당의 안을, 지원금 전환 여부는 한국당의 주장을 반영한 셈이다.

임 의원은 절충안에 대해 “형식은 통합이지만 내용은 사실상 분리"라며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강력한 처벌 규정이 있기 때문에 법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당 모두 회계투명성 확보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해당 절충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양당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본회의 통과는 장담할 수 없다"며 "임 의원의 절충안이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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