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심석희의 용기, 지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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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수 칼럼]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심석희(21·한국체대)가 지난해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폭로로 체육계는 물론 온 나라가 벌컥 뒤집혔다.

심 선수는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고교 2학년 때인 지난 2014년부터 2018 평창올림픽 개막 2개월 전까지 무려 4년간 지속적이고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성폭행은 한국체육대학교와 선수촌 라커룸 등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곳에서도 일어났다고 한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조재범 전 코치를 강력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조 전 코치측은 성폭행에 대해 말도 안된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초등학교 재학시절부터 심 선수를 지도했던 조 전 코치는 이미 심 선수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고 수감 중이다.

심 선수는 항소심 협의과정에서 변호인에게 조 전 코치에게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진술하고 조 전 코치를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도가 유망한 20대 여자국가대표 선수가 거짓으로 치욕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고 나설 이유는 없다고 본다.

사실 여부는 앞으로 경찰 수사를 통해 가려지겠지만 폭로가 사실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다.

어떻게 여자 국가대표선수가 대표팀 코치에게 국가체육시설에서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이 이뤄지고 있는 동안에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나 대한체육회는 뭘하고 있었단 말인가.

정부나 대한체육회는 심 선수의 폭로가 있기 전까지 심 선수에 대한 성폭행 관련 내용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심 선수의 성폭행 폭로가 있었던 8일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전수조사를 했다며 ‘2018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대표와 지도자들의 폭력과 성폭력(성희롱, 성추행, 강간) 경험비율은 각각 3.7%와 1.7%로, 일반 등록선수와 지도자들의 경험 비율보다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조사요원의 방문면접으로 이뤄진 이 전수조사에서도 심 선수의 성폭행 관련 주장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투운동과 국가대표 선수단 내 폭력사건 등을 계기로 국가대표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했다’고 크게 자랑했지만 형식적으로 이뤄졌고 구멍투성이라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심석희 사건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체육계 성폭행 비위 근절을 위한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체육계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민간주도로 비위근절을 위한 체육단체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수조사는 대한체육회 전수조사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심 선수의 폭로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20대 여자대표선수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것은 선수생명을 거는 것과 다름없다.

한 여성으로서 견뎌야 할 추가적인 피해와 가족들이 입을 상처를 생각해도 두려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까지도 모든 일을 혼자서 감내하면서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매일같이 악몽에 시달려 왔으리라.

심 선수가 폭로를 결심하게 된 것은 팬레터 한 통 때문이라고 한다.

변호인에 따르면 “심 선수가 심하게 폭행을 당했는데도 올림픽이나 그 이후에 선수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을 보여준 게 큰 힘이 됐다”는 팬의 편지를 받고 폭로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이렇게 용기를 내서 얘기함으로써 어딘가에 있을 다른 피해자들도 더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심 선수의 용기에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폭로에 따른 2차 피해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심 선수가 악몽에서 벗어나 쇼트트랙 대표선수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어둠 속에서 남에게 얘기할 수 없는 아픔으로 끙끙 앓고 있는 다른 피해자들도 털고 일어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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