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인수전 패 넘겨보니…넷마블·텐센트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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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관심있다"·넷마블 "인수전 참여"…손잡나
넷마블 우군, 엔씨·빅히트엔터·삼성전자 등 거론
NXC 매각 10조원대…넥슨 등 게임계열은 5~6조원 안팎
텐센트 유력하지만 여론 부정적…우회 투자 가능성

넷마블 방준혁 의장 (사진=넷마블)

 

카카오에 이어 넷마블이 넥슨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게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최대 10조원에 이르는 넥슨을 포함한 NXC 인수대금을 감당할 국내 기업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현금 동원력이 여의치 않은 이들 기업이 어떤 패를 쥐고 있는지 벌써부터 이목이 쏠리고 있다.

넷마블은 31일 넥슨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넥슨의 유무형 가치는 한국의 주요 자산이라 생각한다. 해외 매각 시 대한민국 게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바, 넷마블은 국내 자본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인수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게임즈를 보유한 카카오도 "넥슨 인수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인수자문사는 선정한 바 없고 아직 내부 검토 단계"라고 밝혔다.

◇ 카카오 '검토중' 이어 넷마블 '컨소시엄 인수' 의사 밝혀

눈길을 끄는 대목은 "두 달 전부터 넥슨 인수를 검토했고, 한 달 전 최종 참가를 결정했다"며 "국내 자본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할 것"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경기도 판교 넥슨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지난 달 3일 넥슨 창업자이자 넥슨 지주사인 NXC 김정주 회장의 지분 전량 매각 소식이 언론을 통해 처음 나왔다는 점에서 카카오와 넷마블, 텐센트 등 국내외 IT·게임사 핵심 관계자와 김정주 회장측 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불과 한 달여 만에 매각과 입찰을 준비하기는 빠듯하기 때문이다.

넷마블 말대로 두 달 전 인수 검토에 들어갔다면 대략 11월 전후가 된다. 11월 15일부터 나흘간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G스타 2018'이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개최됐고, 주요 게임사 대표 등 임원들이 총출동 했다. 이 시기를 전후로 김정주 회장 측의 NXC 매각 계획을 전달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매각 준비가 무르익고 입찰에 참여할 업체들도 어느정도 갖춰지면서 자연스럽게 흘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한마디로 분위기를 띄워 예비 입찰자들의 경쟁심을 부추기는 작업이었다는 얘기다. 사실이든 아니든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는 조용한 가운데 넥슨 인수를 검토 중인 기업으로 중국 텐센트와 KKR, 칼라일, MBK 파트너스 등 글로벌 사모펀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넥슨 등 NXC 계열사 주가도 뛰기 시작했다.

2월 중순으로 예정된 예비입찰을 보름 여 앞둔 시점에 넷마블과 카카오의 인수전 참여 소식에 한국 게임 자산의 해외 매각을 막을 유력한 주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 텐센트가 가장 유력했다. 글로벌 사모펀드 등 투자사들도 몰려들면서 합종연횡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 과정에서 넥슨이 보유한 지적재산권(IP)이나 자본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었다.

국내 자본유출은 둘 째 치고 인수자금이 문제였다. NXC가 보유한 지분 총 가치는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실한 근거는 없다. 업계를 통해 추정가치가 나왔을뿐 NXC와 계열사 장부를 들여다봐야 정확한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넥슨을 비롯한 NXC의 전체 계열사 추정가치가 잠재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 주판알을 튕겨봐야 하는 문제"라며 "NXC의 재무제표와 상세정보가 담긴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인수 의향사들이 이미 적정 가격 계산을 끝마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 방준혁 의장(가운데)과 권영식 대표(오른쪽), 백영훈 부사장 겸 일본법인 대표 (사진=넷마블)

 

◇ 자본유출 우려 해외자본 인수 우려…국내 컨소시엄 후보는 누구?

넷마블은 국내 자본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자본에 매각될 경우 막대한 자본과 IP 유출, 넥슨 계열사 구조조정 등의 가능성도 높아 해외 자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어서 토종기업으로서 인수 적임자임을 간접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말 적임자일까. 당위성은 높이 사도 목돈마련이 어려운게 문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넷마블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6500억원 수준으로 단독으로 입찰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카카오 역시 시가총액은 약 8조5000억원이다. 어떤식으로든 컨소시엄을 구성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분율은 크지 않겠지만 해외 자본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NXC가 넥슨 등 게임사를 주축으로 유통, 블록체인, 데이터 회사 등 다양한 분야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게임 관계사 중심으로 분리 매각이 이루어진다면 인수금 규모는 크게 낮아질 수 있다. 넥슨은 2017년 자산총액 5조5000억원을 기록해 게임업계 최초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는 '준대기업'에 지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기준으로 인수금액 규모는 6조원대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경쟁이 치열해지면 몸값이 뛴다는 점은 변수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본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더라도 막대한 자금을 단번에 동원하기는 쉽지 않아 전문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모펀드 발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은 우위 지분 확보다. 넷마블이나 카카오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한계가 있는 만큼 컨소시엄구성 지분의 일정 비율은 우호지분으로 확보할 수 있는 일부 중소규모 게임사나 기관투자자, 국내 사모펀드 등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넥슨 매각설 이후 끊임 없이 나온 회사 이름이 바로 텐센트다. 글로벌 사모펀드를 제외하면 디즈니, EA 정도가 관심을 보이고 있고, 텐센트는 글로벌 IB(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해 사실상 인수전을 마쳤다.

한편에서는 텐센트가 단독 입찰에만 몰두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텐센트는 넥슨의 개발 자회사 네오플이 2005년 출시한 '던전앤파이터'를 2008년 중국내 독점 서비스 했고 몇 차례 서비스 연장을 거쳐 최근 10년 연장계약이 성사됐다. 넥슨이 텐센트로부터 받는 연간 로열티 수익만 1조 원이 넘는다. 넥슨 전체 매출(약 2조 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텐센트가 수단을 가리지 않고 넥슨을 잡으려는 이유다.

하지만 여론 저항을 피하고 실리 추구를 해야하는 텐센트가 반드시 넥슨을 인수하기 위해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서는 단독 입찰 또는 컨소시엄을 구성을 타진하면서 분위기를 살핀 뒤 국내 부정적 여론이 커질 경우 지분 관계가 있는 넷마블과 카카오, 크래프톤(전 블루홀) 등에 추가 지분투자를 통해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국내 주요 게임사에 크고 작은 투자를 해온 텐센트는 넷마블 3대 주주, 카카오와 배틀그라운드로 일약 중견 게임사로 발돋움한 크래프톤(전 블루홀)의 2대 주주다. 이 외에도 네시삼십삼분, 파티게임즈, 카본아이드 등 국내 모바일 업체들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인수전 참여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카카오와 넷마블의 컨소시엄 라인업은 구체화 됐을까.

증권가에서는 넷마블이 2대 주주로 있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넷마블 주도 컨소시엄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넷마블은 올해 방탄소년단을 테마로 한 'BTS 월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도 1조원을 돌파해 넷마블의 우호 세력 지분차지 가능성은 열려있다.

엔씨소프트는 넥슨 인수전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넷마블과는 2015년 회사 지분을 맞교환 한 사실상 형제회사로 강력한 우군 중 하나이고, 갤럭시노트8에 '리니지2 레볼루션'을 선탑재해 넷마블과 공동마케팅에 나선 바 있는 삼성전자도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관심이 높다.

마찬가지로 현금 동원 여력이 부족한 카카오는 그러나 현재로서는 단독 입찰을 검토중이다. 무엇보다 김범수 의장의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NXC 김정주 회장 (사진=NXC)

 

◇ 서울대 출신과 자수성가형 'IT·게임 1세대'…눈에 띄는 방준혁 의장

한편, 국내 시장이 좁은 탓에 IT·게임 업계 인사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힌 관계 풀이도 흥미롭다.

넥슨에 관심을 보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김정주 회장과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1년 선후배 사이다.

역시 서울대 컴공과 선후배 사이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김정주 회장은 2014년 합병 등 경영권 문제로 관계가 틀어진 바 있다. 2012년 미국 최대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 인수를 위해 엔씨에 투자하며 주요 주주로 등극한 김 회장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EA 인수 실패, 협업 게임 개발의 성과가 미미하자 돌연 엔씨 경영권 확보에 나선다.

넥슨의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위기에 처한 김 대표는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백방을 뛰어다닌 끝에 넷마블 방준혁 의장의 도움을 구할 수 있었다.

CJ E&M에서 독립한 후 추동력이 필요했던 방 의장은 엔씨와 넷마블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엔씨는 넥슨으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고, 넷마블은 '리니지2', '블레이드앤소울' 등 엔씨의 핵심 IP를 공유하는 협업체계를 기반으로 모바일게임의 강자로 등극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공교롭게도 텐센트가 넷마블에 투자한 시기와도 겹친다. 김정주 회장 입장에서는 눈엣 가시였겠지만 엔씨와 넷마블의 관계는 돈독해졌다.

넥슨은 이후 실효성이 없어진 엔씨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한다. 이때 중국 텐센트가 지분 일부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다만 엔씨소프트는 아직 인수전 참여의사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당시 넥슨의 적대적 인수합병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지만 엔씨가 인수에 나선다면 과거 넥슨으로부터의 위협을 되갚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넷마블과 형제사 관계, 과거 김택진 대표가 결과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지를 드러낸 넷마블을 후방에서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유일하게 학력과 관계 없는 방준혁 의장은 자수성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0여년 간 위기를 기회를 만들며 넷마블을 시가총액 10조원에 육박하는 회사로 만든 장본인이다. 크고 작은 위기에 강했던 그의 손에 쥔 마지막 패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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