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의 '뉴라밸'] '국뽕'에 취하기보다 100년 전 '보통 사람들'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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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기념 문화콘텐츠 풍성
유관순 열사의 삶 그린 영화 <항거>, 서대문감옥의 처절한 디테일 살려
배우 고아성 인터뷰 때마다 눈물 "기도하는 마음으로 촬영"
역사에 남지 않은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시각에서 3·1운동 재조명 움직임
광화문 촛불과 연관짓거나 숨은 주역들 재조명하는 책도 출간
100년 전 역사로만 기억하지 말고, 보통사람들 삶에 주목 오늘날 의미 되찾아야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 [조은정의 '뉴라밸']

◇ 임미현 > 문화 트랜드를 읽는 '뉴스 라이프 밸런스', 조은정의 '뉴라밸' 시간입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조 기자.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해볼까요.

◆ 조은정 > 2019년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바쁜 일상속에서 여유가 없어서 잊고 사는 분들도 많을텐데요. 관련 문화 콘텐츠가 풍성합니다. 100년전 그날을 한번쯤 되짚어보자는 취지로 문화 콘텐츠들을 소개를 좀 해볼까합니다. 3·1운동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 임미현 > 만세운동. 그중에서도 유관순 열사가 가장 먼저 떠오르죠.

 

◆ 조은정 > 네.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건 바로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입니다. 유관순 열사의 삶을 그린 영화인데요. 배우 고아성씨가 유관순역으로 주연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고아성씨가 인터뷰 때마다 연신 눈물을 흘려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촬영하는 내내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유관순 열사에 대한 존경심이 더 커졌다"고 말하면서 울컥했는데요. 유관순 열사가 나이 겨우 17살에 독립운동을 주도하다가 서대문감옥에 투옥되는데 정말 세평도 안되는 좁고 답답한 방에서 여러명의 여성들과 갇히게되는데요. 그 좁은 방에서도 서로 의지하면서 힘이 돼 주던 모습을 연기하면서 고아성씨도 많은 감동을 받은 것 같애요.

고아성씨의 인터뷰를 잠깐 들어보시죠

"처음에는 멀리 있던, 유관순 열사님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거였어요. 성스럽고 존경하는 이외의 감정도 느껴보지 않았지만 한 인간으로 표현해야했기 때문에 다가가는 작업이 죄책감도 있었고 재밌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밖에서 잘 안우는데 이번 영화를 하면서 눈물이 많아진 것 같아요"

 

특히, 영화는 1919년 악명높았던 서대문 감옥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하는데요. 지금 서울 독립문역 근처에 있는 서대문형무소가 있는데요. 사실 여기만 봐도 정말 끔찍합니다. 그런데 이건 그나마 많이 개보수가 된 것이고, 당시에는 화장실도 없는, 나무판자로 만든 가축의 축사같은 곳이었다고 해요. 여기서 365일 같은 옷을 입고 속옷도 없이 맨발로 생활해야했던거죠. 이런 디테일들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해요.

◇ 임미현 > 유관순 열사가 주인공이었던 영화는 기억이 없었던 것 같은데 챙겨보고 싶네요.

◆ 조은정 > 그런데 저는 주목하고 싶은 것이 그 방에 수감됐던 다른 여성들입니다. 우리가 3·1운동 하면 유관순 열사와 몇몇 독립운동가들만 떠올리고 추상적인 이미지만 각인이 돼 있는데, 당시를 살았던 보통사람들의 삶은 어땠을까?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삶을 살았는가 궁금해집니다. 애국심을 고취하고 역사의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당시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삶도 궁금해지는 건데요. 이런 미시적인 관점에서 쓴 책들도 출간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 임미현 > 맞아요.3·1운동은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 들고 일어난 비폭력 운동인거잖아요. 사실 역사의 주인공은 바로 당시 평범한 시민들이었던 거겠죠.

 

◆ 조은정 > 네. 역사책에 한 줄 이름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3·1 운동의 주역들은 바로 평범한 시민들입니다. 그 시대에 가장 힘없는 여성들, 농민들,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운동을 주도했는데요. 오늘날에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나섰던 사람들도 평범한 시민들이었습니다.

역사학자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가 지은 새 책 <오늘과 마주한="" 3·1운동="">은 100년 전에 일어난 위대한 역사로만 보지 않고 광화문 광장의 촛불 혁명과도 연결지어 해석했습니다. 폭력을 쓰지 않았던 평화시위라는 점에서, 특정 지도자나 단체가 부각되지 않고 오로지 자발적인 연대로 힘을 발휘했다는 공통점을 찾고 있습니다.

김정인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3·1운동을 민주적인 시각에서 쓰고 싶었어요.3·1운동의 주인공도 거리에 나와서 만세운동을 외쳤던 모든 당시의 우리 사람들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촛불 시민혁명때도 거리에 시민들이 주인공이었잖아요. 특정한 영웅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근현대사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그 책을 쓰게 된 겁니다"

◇ 임미현 > 그냥 역사로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상황과 연결짓는 거네요.

◆ 조은정 > 그렇죠. 최근에는 이렇게 100년 전 보통사람들에 초점을 맞추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일제 감시 대상 인물카드'로 등재된 4858명 가운데 3·1운동 가잠 혐의자 1014명을 추적 조사했는데 이 중에 독립유공자를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 342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30%를 넘는건데요. 정부가 제대로 확인을 못하고 놓쳤던 부분이 많은 겁니다. 또 직업을 분류해보니 인쇄소 직원, 고물상, 잡화상, 마차꾼 같은 다양한 계급이 초월했고, 20대 뿐 아니라 전 연령층에서 고루 참여했다는 점도 새롭게 밝혀졌습니다.

같은 시각에서 조한성 민족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쓴 책 <만세열전>도 31운동의 숨은 주역들을 조망하고 있구요, 곧 출간하는 손석춘 작가의 소설책 <100년 촛불>도 위인이 아니라 위인의 수행비서의 시각에서 쓴 책입니다.

◇ 임미현 > 평범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다니 더 관심이 가네요. 다른 콘텐츠들도 있을까요?

◆ 조은정 > 네 공연계도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할 작품들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중근의 일대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 <영웅>이 다음달부터 공연을 올리구요, 시인 윤동주의 삶을 담아낸 <윤동주, 달을="" 쏘다="">라는 뮤지컬도 다음달 초에 선보입니다.

 

 

또 90년대초 인기 드라마를 바탕으로 만든 창작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도 어려운 제작 여건을 딛고 공연을 올립니다. 서울시합창단은 3월 2일 유관순 일대기를 무대로 옮긴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공연을 합니다. 오페라 칸타타는 합창, 중창, 독창에 오페라의 연기적 요소를 결합한 장르인데, 유관순 열사의 불꽃같은 삶을 음악으로 표현한다고 합니다. 서대문형무소에선 특별한 전시들도 열리고 있습니다. 서대문형무소 가보신적 있으세요?

◇ 임미현 > 예전에 취재차 가본적이 있는데 저도 못간지 꽤 됐네요. 일반인들에게 공개가 되고 있는거죠.

18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문화재청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 전 개최에 앞서 언론공개를 하고 있다.경술국치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환국까지 약 40년 동안의 역사적 상황을 재조명하는 특별전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은 오는 19일부터 4월21일 까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제10·12 옥사에서 열린다. (사진=윤창원 기자)

 

◆ 조은정 > 문화재청이 이곳 서대문형무소에서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 특별전을 열고 있습니다. 형무소 칸칸이 진귀한 기록들을 전시하면서 그날을 기리는 전시입니다. 특히 일제에 국권이 넘어가자 절명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우국지사, 매천 황현 선생의 유물들이 처음으로 공개되구요, 만해 한용운이 매천 선생을 기리면서 쓴 시도 처음 선보입니다.

영화 뿐만 아니라 많은 전시와 공연들이 준비돼 있으니까 한번쯤은 이런 콘텐츠들을 접하시면서 100년 전 보통 사람들이 바꿔놓은 그날을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임미현 > 네 잘 들었습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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