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동고동락 을의 분노'…볼보 부품 직판점 출점에 대리점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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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직판점, 수십 년간 쌓아온 대리점 영업망 잠식
-경쟁 구도로 대리점 매출은 '곤두박질'…생존권 위협
-볼보 "직판점 추가 개설 방침은 고객 편의 개선 목적"

(사진=볼보건설기계 홈페이지)

 

세계적인 굴삭기 전문 업체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이하 볼보)가 직영 부품판매점(이하 직판점)을 추가 개설 방침을 고수하면서 국내 부품대리점들이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장비 가동률이 줄어 부품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리점과 동일한 상권에 직판점이 개설되면 생존권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특히 직판점이 운영 중인 전라도 광주, 부산, 대전, 경북 등에서는 대리점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영업망이 본사에게 잠식당하며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42개 대리점으로 구성된 볼보 전국부품대리점협의회는 직판점 추가 개설은 대리점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만큼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리점과 직판점간 경쟁 구도…실적은 직판점으로

38년간 부산에서 중장비 부품판매 대리점을 운영해온 최모씨. 21년 전 볼보가 삼성중공업 건설기계 부분을 인수하면서 한때 연매출 20억원을 기록하며 7명의 직원을 둘 정도로 잘나가는 사장님이었다.

하지만 7년 전부터 경영 환경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매출은 평균 30%가 잘려 나갔고, 어쩔 수 없이 직원도 4명이나 내보내야 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최 씨의 대리점에서 불과 20분 거리에 세워진 본사 직영 부품판매점이 최 씨의 고객들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급기야 지난해 매출은 7년 전에 비해 40%까지 떨어졌다. 최 씨는 이대로라면 곧 대리점 문을 닫아야 될 상황까지 올 수 있겠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2016년 1월 대구의 대리점은 경북의 한 골재업체로부터 언더캐리지(굴삭기를 움직이는 바퀴 역할을 하는 부품) 수리를 위한 견적을 요청 받았다.

해당 대리점은 수년 동안 소모품을 납품하며 공을 들여온 만큼 거래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굴삭기 1대당 6,120만원의 견적을 제출하고 가격까지 조율했었다.

하지만 업체로부터 연락은 돌아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골재 업체는 해당 부품을 부산 직판점으로 부터 공급받아 장비를 수리했던 것이다.

대구 대리점 권모 실장은 "업체로부터 장비 수리에 대한 연락이 없어 수소문해보니 부산 직판점으로부터 부품을 납품 받은 것을 알게 됐다"면서 "공만 들이다 (거래처를)빼앗긴 꼴이 됐다"면서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씁쓸해 했다.

부산 대리점 최모 대표도 "어떻게 대리점과 동일상권에 본사가 직영점을 세울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직판점이 전국으로 확산되면 대리점들은 모두 고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충남지사 모습. 볼보는 이달 중으로 충남지사 1층에 부품 직영판매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사진=볼보건설기계코리아 홈페이지)

 

◇3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볼보의 수익 극대화 꼼수?

볼보의 직영 부품 판매점 확대 방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볼보는 앞서 2015년 7월 직영점 증설 계획을 발표, 2016년 전국부품대리점협의회 총회에서 2018년까지 전국에 9개 직판점을 추가 개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대리점협의회는 한꺼번에 많은 직판점이 추가로 개설될 경우 기존 대리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볼보에 전달했고, 양측의 협의로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볼보는 3년 만에 다시 직판점 추가 개설 방침을 세우고 충남 천안 대리점과 직선거리로 17㎞ 떨어진 아산시에 이달 중으로 직판점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대리점협의회는 볼보가 직판점 추가 개설을 고집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부품 판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꼼수로 보고 있다.

기존 대리점 체제로 운영됐던 부품 판매방식을 직판점 체제로 전환하면, 대리점이 가져가는 마진을 본사가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볼보가 차지하고 있는 연간 부품시장은 6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전국에는 직판점 4곳과 42곳의 대리점이 볼보의 중장비 부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현욱 대리점협의회 회장은 "이번 아산 직판점 개점으로 향후 볼보의 직판점은 전국으로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면서 "이는 볼보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21년간 유지해온 대리점의 판매권을 강제로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볼보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국 대리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런데도 볼보가 상생과 신의의 가치를 저버리고 고객 핑계로 추진 중인 대리점 고사 정책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볼보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볼보는 고객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기존 부품 판매와 정비서비스 네트워크를 개선해 왔다"면서 "충남지사 직영점 개설은 고객 서비스 만족도 향상과 효율적인 부품 재고 관리를 위한 사업 효율성 차원에서 여러 번의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된 사안"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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