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민갑룡 청장님, 청룡봉사상 시상 참석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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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보다 조선일보 눈치 살피는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묻는다

제 46회 청룡봉사상 시상식 현장. (사진=자료사진)

 

이창동 감독은 2002년 영화 <오아시스> 때부터 '청룡영화제' 수상을 거부하고 있다. 작년 <버닝> 등의 최근작도 영화제 후보에 오르지 않았다. 이유는 유력 언론사와 관련이 있다. 청룡영화제는 1963년 조선일보가 제정한 영화상이다. "조선일보와 같이 잔치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이 감독 측근인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도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조선일보는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청룡'이라는 이름의 상들을 신문사 주최로 제정했다. '청룡'의 어원은 1946년 조선일보가 시작한 '청룡기고교야구선수권' 대회부터로 추정된다. '청룡'이 붙은 상을 통해 연예계, 스포츠계까지 폭넓게 인맥을 형성해왔던 것으로 세간에는 알려져 있다. 1963년 청룡영화제가 생긴지 4년 뒤 경찰쪽에서 '청룡봉사상'이 생겼다. 승진 경쟁이 어느곳보다 치열한 이 세계에서 청룡봉사상 수상자들에게는 1계급 특진 혜택과 거액의 상금이 주어졌다.

그중에서도 '충상'(忠賞)은 간첩 잡는 공안 경찰들이 주로 수상했다. 하지만 이들이 간첩만 잡은 것은 아니었다. 박종철 고문치사 축소 경관이었던 유정방이 72년, 故 김근태 의원 등을 잔혹하게 고문해 '고문기술자'로 악명을 떨친 이근안이 79년도에 충상을 받았다. 81년 부림사건 고문 가담자였던 송성부도 83년 충상을 수상했다. 민주화를 외친 대학생, 시민들을 때려잡은 공안 경찰들도 '충'을 인정받아 상을 받아왔다.

심지어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누가 충상을 받아왔는지도 불확실하다. 경찰청에서는 충상 수상자는 1967년부터 2005년까지 수상자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고 밝혔다. 대체 어디에 충성을 했길래 특진을 했음에도 경찰청에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은걸까.

"이동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제 집무실로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조선일보 사회부장으로서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조선일보를 대표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우리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수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판 붙자는 겁니까?'라고 했습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5월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주 4·3 71주년 추념행사’ 종료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2009년 고 장자연 사건 수사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이었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당시 이동한 조선일보 사회부장에게 협박을 당했다며 8일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한 말이다. 조 전 청장은 "살면서 가장 충격받았던 사건 중 하나"라며 당시의 감정이 생생히 남아있다고 증언했다.

증언이 사실이라면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 수 있다"는 조선일보 간부의 자신감은 50년 넘게 쌓아올린 각계 청룡 수상자들의 든든한 인맥에도 근거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입장을 바꿔봐도 그렇다. 그 어렵다는 계급 특진을 시켜주고 1천만원의 상금을 주는 조선일보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민간 언론사가 수사기관의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공정성의 상식을 뛰어넘는 문제다. 왜 조선일보가 주도하는 상에 국가기관의 특진 혜택이 주어지는지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게다가 조선일보의 아킬레스건인 장자연 사건과 청룡봉사상의 연결고리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장자연 사건이 벌어진 2009년 4월 경찰조사를 받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두달도 채 안돼 청룡봉사상 시상식에 참석해 경찰 특진자들에게 상을 줬다. 장자연 사건의 수사에 일부 관여한 것으로 확인된 경기청 광수대 소속 경찰관이 그해 수상자였다. 조현오 전 청장을 협박했다고 지목받은 이동한 사회부장은 이듬해인 2010년 청룡봉사상 심사위원으로 특진자를 선정했다. 아이러니한 장면의 연속이다.

그런데도 민갑룡 경찰청장은 올해 6월 청룡봉사상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결정했다. 경찰청에 민원 전화가 쇄도하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며칠만에 수만명이 폐지 청원을 넣고 있지만 민 청장은 여론보다 조선일보의 눈치를 살폈다.

검찰에서 전직 경찰 수장들을 무더기로 영장 청구해도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겠다"며 낮은 자세를 취한 민 청장에게 묻고 싶다. 문재인 정부의 1호 국정과제인 '적폐청산'을 강조하며 조직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민 청장이기에 더더욱 묻고 싶다. 이 시점에서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청룡봉사상을 그대로 진행할 것인가. 민 청장은 관례대로 방상훈 사장과 함께 올해도 시상대에 오를 것인가.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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