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렌즈'로 대상화되고 소비되는 여성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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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2019 연속특강_여성 창작자×페미니즘×이미지'
1강. 몸을 다루는 시선들
혜영 포토그래퍼·사진교육가

혜영 포토그래퍼/사진교육가가 지난 4일 서울 을지로1가 서울특별시NPO지원센터 1층 품다에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주최로 열린 2019 연속특강 '여성 창작자×페미니즘×이미지'의 첫 번째 강의 '몸을 다루는 시선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영주 기자)

 

지난 2017~2018년 힙합, 게임, 연예산업, 걸그룹, 광고, 웹툰 등 미디어 산업 속 깊은 여성 혐오에 대해 이야기했던 한국여성민우회가 이번엔 조금 더 깊이 있게 '이미지'를 짚어보기로 했다. 2019 연속특강 '여성 창작자×페미니즘×이미지'는 사진, 디자인, 미술, 문학 각 영역의 여성 창작자와 비평가가 총 4회에 걸쳐 사회 곳곳에 있는 '이미지'에 대한 시선을 짚어볼 예정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남성의 '렌즈'로 대상화되고 소비되는 여성의 '몸'
<계속>

예쁘거나 예쁘지 않은, 수동적인, 유순한, 보는 존재가 아닌 보이는 존재, 때로는 보이지 않고 삭제되고 소비만 되는 존재. '여성'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불편한 시선이다. 포토그래퍼이자 사진교육가인 혜영 씨는 "감정적이거나 파괴적이고 불안하고 성애화되고 성적인 존재로 여성을 대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 서울 을지로1가 서울특별시NPO지원센터 1층 품다에서는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주최한 2019 연속특강 '여성 창작자×페미니즘×이미지'의 첫 번째 강의 '몸을 다루는 시선들'이 진행됐다. 이날 강연을 맡은 혜영 작가는 사회가 여성의 몸을 다루는 다양한 시선에 관해 이야기했다.

박경인 사진집 ‘자취방’ (사진=교보문고 제공)

 


◇ 섹슈얼하거나 나약하거나…'성적 대상화' 되는 여성과 여성의 몸

사진작가 로타(본명 최원석)나 '자취방' 콘셉트로 사진집을 발간한 박경인 작가 등을 몇몇 남성 사진작가를 예를 들며 여성의 몸을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담은 존재로 바라보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로타는 '로리타'(성적 매력이 있는 사춘기의 소녀) 이미지를 사진으로 작업화하는 작가다. 혜영 작가는 "이 사람의 작업을 보면 여성이 대부분 손을 감추거나 무릎을 꿇거나 누워 있거나 하는 등 무력해 보인다. 또한 어린 소녀지만 섹시함까지 갖춘 남성의 판타지가 가득한 로리타 이미지를 보이려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진작가 박경인은 '자취방'을 콘셉트로 지난 2015년 '자취방(Her Own Room)'이라는 제목의 사진집을 출간했다. 또한 2016년에는 '고기집과 자취방'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열기도 했다.

문제는 일부 사진 속 여성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자취방에 누워 있거나 선정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해당 사진을 본 여성들은 '성적 대상화'라 비판했고, SNS에서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혜영 작가는 "이 사람이 여성의 몸을 어떻게 보고 대해왔는지, 어떤 사람과 연대하고 있는지, 그들의 눈이 무엇을 바라보는지 여실히 드러났다"라고 지적했다. 혜영 작가는 문제는 '남성'의 렌즈로 여성을 바라본다면 여성은 섹슈얼한 여성 이미지 혹은 나약하거나 훼손된 여성의 몸으로 그려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미디어에서도 여성의 대상화, 차별적 시선 드러나

미디어에서도 여성과 남성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나타난다. 혜영 작가는 아이돌 가수의 화보 사진 등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혜영 작가는 "공통적으로 여성은 되게 순종적이거나 순결하거나 하는 모습이 드러나는 데 반해 남성은 역동적이고 표정도 밝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여성은 섹슈얼하거나 예뻐야 한다, 날씬해야 한다 등의 고정관념이 투영된 이미지가 일상 곳곳에 존재한다. 지하철, 버스, 버스 정류장 등 거리에서 마주치는 성형 광고, 실제 몸과 거리가 먼 마른 외형의 마네킹 등이 그 사례다.

혜영 작가는 "일상에서 이런 것을 감당해야 한다"라며 "일상의 공간에서 노출되고 강요당하는 몸에 대한 기준들이 있고, 그런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때 수치심을 느끼는 방향으로 홍보되고, 결국 사람들을 자극한다"라고 비판했다.

최근 설리의 '노브라' 차림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 사태 역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해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고 혜영 작가는 지적했다.

혜영 작가는 "여성 연예인이 자신의 몸을 자연스럽게 드러냈을 때 사람들은 욕을 한다. 설리의 가슴, 몸, 이런 내용이 실시간 검색에 오르고 사람들은 찾아본다"라며 "남성 연예인이 자신의 몸을 드러냈을 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캐릭터를 부여하는 방식을 택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혜영 작가는 "여성의 몸을 대하는 비뚤어진 방식들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으면서도 옆에는 이상한 선정적 광고를 봐야 한다"라며 "포털 사이트에서도 여성 연예인은 항상 외모로 언급된다. 몸매, 어떤 몸, 어떤 하이힐, 살이 빠졌는지 붙었는지. 반면 남성 연예인은 대부분 능력 위주로 제목이 달린다"라고 차이를 짚었다.

◇ 여성의 몸을 둘러싼 남성적 시선에서 벗어나야

혜영 작가는 이처럼 여성과 여성의 몸을 둘러싼 사회와 미디어의 시선과 강박 속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했다.

혜영 작가는 "사회문화적인 시스템이 혼자서는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지 못하게 한다. 여성에게 가혹한 사회문화적인 분위기는 개인을 가혹하게 대하고 있다"라고 비판하며 "여성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포장하게 만드는 외부, 특히 남성의 시선을 거두고 나의 시선으로 몸을 마주해야 한다. 내 시선으로 마주했을 때 발생하는 감정과 생각을 기록하는 행위에 대한 기회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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