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중근은 살해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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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기 칼럼

이토 히로부미 암살로 일제로부터 사형을 선고받은 안중근 의사가 일본 헌병들에 둘러싸여 중국 다롄 뤼순 감옥을 찾은 동생들에게 유언을 남기는 모습. (사진=국가보훈처)

 

최근 한·일간의 갈등국면을 놓고 국내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강경대응을 해야 한다는 애국론부터 문재인정부의 외교실책으로 촉발된 사안인만큼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백가쟁명(百家爭鳴)이 따로 없다.

여기에 언론까지 가세하면서 갈등이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지난주 어떤 신문에는 주한 일본대사를 지낸 무토 마사토시와의 인터뷰가 실렸다.

무토 전 대사는 청구권협정으로 마무린 된 문제들을 문재인 정부가 모두 부인하면서 한일 갈등을 초래했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이 기사에는 8년 전 일본의 지진 당시 한국의 지원에 감사하며 눈물을 흘리던 전직 대사가 이제는 반한(反韓) 인사로 보인다는 내용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어설픈 외교정책이 친한(親韓) 인사를 반한(反韓) 인사로 만들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무토 전 대사는 인터뷰에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됐는데 대통령이 임명한 후임 대법원장이 대통령 뜻에 반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한국의 대법원이 미쓰비시에게 보상판결을 내린 것은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됐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한국은 마치 행정부가 대법원장을 멋대로 구속하고 사법부를 통제할 수 있는 반민주적 국가가 아니냐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단히 모욕적이다.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 인터뷰 기사를 낸 19일자 중앙일보 오피니언 면.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된 것은 그가 판사들을 불법사찰하고, 판결내용을 가지고 행정부와 거래를 시도하는등 사법농단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무토 전 대사가 한국에 대해 아주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인터뷰에는 무토 전 대사가 대사를 그만둔 뒤 바로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고문으로 일했다는 내용은 들어있가지 않다.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미쓰비시의 고문을 역임했다는 점만으로도 그 기업의 입장을 대변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을 굳이 일본까지 찾아가 만나 인터뷰를 한 이유를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이 인터뷰를 읽으면서 문득 안중근 의사가 떠올랐다.

안중근 의사에게 죽임을 당한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에 입장에서 보면 일본 근대화를 이루고 일본의 국력을 신장시키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위대한 인물이다. 하지만 일본의 제국주의를 가속화하고 결국 조선을 병탄(倂呑)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토는 우리에게는 어떤 인물인가.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사건을 우리는 과연 어떤 시각에서 바라봐야 할 것인가.

안중근은 살해범인가? 우국지사인가?

이런 어리석은 의문을 품어야 할 만큼 우리가 벌이고 있는 논란이 적절한 일인지 돌이켜 보게 된다.

우리의 외교적 실책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일본이 전략적인 판단으로 우리에게 도발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를 따지기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할 시점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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