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습기 살균제 대기업, 국민 건강과 안전은 뒷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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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한 칼럼

권순정 중앙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2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재수사한 검찰은 23일 인체에 치명적인 살균제 성분을 제조 판매 유통한 혐의로 SK케미칼 대표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재조사 착수 8개월, 사건 발생 8년 만에 사건 책임자들이 무더기로 법의 심판대에 올려졌다.

이번 재수사 결과 수 천 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처음부터 소비자의 건강을 도외시한 대기업의 탐욕과 윤리의식 부재에 따른 것으로 거듭 확인됐다. 참담할 뿐이다.

검찰의 재수사는 옥시 제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냈지만 1차 수사에서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갔던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 등에 집중했다.

독성 물질을 원료로 제공하고도 유해성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망을 피한 배경이 석연치 않아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 이들 기업은 제품 개발 단계부터 원료 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에 대해 안전성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SK케미탈의 전신인 유공으로부터 가습기살균제의 안정성 검사를 의뢰받은 서울대 연구팀은 실험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추가 독성 시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이 같은 보고서가 회신되기도 전에 판매에 나섰다고 한다.

이후 유공을 인수한 SK케미칼도 관련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추가 검증 없이 그대로 제품생산에 들어갔으니 어이없고 분통이 터질 일이다.

2년 뒤 애경산업도 가습기 살균제 생산 판매에 나서면서 피해 규모를 더욱 키웠다.

대기업의 부도덕한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1차 수사당시 SK케미칼측은 옥시에 제공된 물질이 살균제 생산에 사용된 줄 몰랐다고 했지만 오히려 원료로 소개하고 관련 실험도 진행했던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더욱이 해당 기업들은 수사과정에서 서울대 보고서를 숨기거나 관련 직원들의 노트북을 은닉하는 등 조직적인 증거인멸 작업에도 나섰다고 한다.

법망마저 우롱한 대기업의 민낯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공무원의 유착도 빠지지 않았다. 환경부의 고위 공무원이 내부 정보를 관련 기업에 누설한 정황도 포착됐다.

여기에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도 사건 조사 무마를 대가로 수 천 만원을 챙겼다고 한다. 진상규명까지 무려 8년이 걸린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정부 등록 피해자만 6천4백여 명이고 사망자만 1천4백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아직도 각종 질환으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피해 범위 산정기준이나 배상 문제 등에 대한 피해자의 호소와 요구에 적극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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