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무법자' 들고양이에 목도리 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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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국립공원 골칫거리 들고양이 관리 체계 강화
중성화 방식 바꾸고 '새 보호 목도리' 채우기로

 

지나치게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새 등 야생동물 생태계를 해치기까지 하는 들고양이에 대해 정부가 관리 체계를 강화한다.

환경부는 생태계 보호와 고양이 복지를 위해 국립공원에 사는 들고양이를 대상으로 중성화 방식을 바꾸는 등 관련 대책을 24일 발표했다.

집고양이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가정 안에서는 대표적인 반려동물이지만, 야생으로 풀려난 들고양이는 새나 소형 양서·파충·포유류 등 작은 동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치명적인 포식자다.

특히 잡은 동물의 일부만 먹이로 삼고, 배가 불러도 재미로 사냥하는 습성까지 있어 새 등 야생동물의 개체수를 감소시키고, 일정 지역 안의 동물을 멸종시키기도 한다.

현재 애완동물로 흔히 기르는 고양이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에 서식하지 않던 외래종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도 2000년에 고양이를 100대 치명적 침입 외래종 중 하나로 지정한 바 있다.

환경부가 2017년 조사한 결과 국립공원에는 들고양이 322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다음 달부터 국립공원 지역 들고양이의 중성화 방법을 기존의 정소와 난소를 제거하는 방식(TNR)에서 정소와 난소를 그대로 두고 정관과 자궁의 통로를 차단하는 방식(TVHR)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기존 TNR은 성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을 완전히 제거한 바람에 번식행동은 물론 세력권 다툼조차 하지 않는 부작용이 컸다.

반면 새로 도입한 TVHR은 들고양이의 영역 확보 본능과 생식 본능이 유지돼 방사 지역의 들고양이 밀도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세력권 확보나 영역 다툼, 번식경쟁 등 고양이의 행태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들고양이의 복지 측면에서도 개선된 방법으로 꼽힌다.

다만 TVHR이 국내에서 처음 실시되기 때문에 수술이 가능한 일부 국립공원에 올해 하반기부터 시범도입한 후 점차 전국 국립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새 보호 목도리'를 하고 있는 고양이

 

아울러 환경부는 이르면 올해 안에 국립공원 내 들고양이에게 '새 보호 목도리'를 씌우기로 했다. 고양이 털은 자연 위장색에 가깝기 때문에 새들이 고양이가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알기 어렵다.

하지만 원색의 천으로 만든 '새 보호 목도리'를 고양이가 착용하면 색을 잘 알아보는 새들이 손쉽게 고양이를 피할 수 있고, 고양이도 계속 사냥에 실패하면서 새 사냥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

반면 쥐들은 색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양이가 '새 보호 목도리'를 착용해도 쥐에 대한 사냥능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실제로 2013년 미국의 세인트 로렌스대학의 연구 결과 '새 보호 목도리'를 한 고양이의 새 사냥률은 87%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새 보호 목도리'는 고양이에게 해가 없고, 고양이가 원하면 언제든 벗을 수 있어서 미국, 영국 등에서는 외출을 자주 하는 집고양이에게도 착용시키기도 한다.

호주에서 들고양이의 '새 보호 목도리' 착용 여부를 실험한 결과, 17%는 이틀 만에 목도리를 제거했지만, 나머지 80% 이상은 목도리에 적응해 계속 착용하고 있었다.

다만 현재 국내에는 '새 보호 목도리'를 직접 구입하기 어려운데다 미국, 영국 등에 ‘산업디자인특허권’이 등록됐기 때문에 본격적인 도입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 외에도 들고양이가 생태계에서 위협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알리도록 국립공원공단이 탐방로 등에서 들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자는 홍보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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