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취객 상대하다 뇌출혈 사망 경찰, 국가유공자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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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관·심장질환 사망에 국가유공자 인정 첫 사례
1심 판단 뒤엎어…업무 현장 위험성 폭넓게 본 듯

(사진=연합뉴스)

 

취객을 상대하던 중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사망한 경찰관에 대해 2심 법원이 국가유공자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뇌혈관·심장 질환으로 인해 사망한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기존 판례를 뒤엎었다.

24일 서울고법 행정6부(박형남 부장판사)는 고(故) 차정후 경사의 아내 권모씨가 경기남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권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에서는 차 경사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이 판결을 취소하라는 것이다.

이날 선고기일에 출석한 유가족 측 손익찬 변호사는 "2012년 관련법 개정으로 국가유공자 인정이 까다로워진 후 뇌혈관·심장 질환으로 사망한 고인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의정부경찰서 소속이던 차 경사는 2015년 4월 5일 밤 9시 40분쯤 취객 난동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만취 상태이던 신고인은 욕설과 함께 소리를 지르며 차 경사의 얼굴에 머리를 들이 밀었고, 이를 제지하던 차 경사는 10여분 후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하다가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뇌출혈로 이틀 만에 사망했다.

부검 결과 차 경사의 구체적 사망 원인은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 출혈로 나타났다. 유가족은 차 경사를 국가유공자로 등록해달라고 신청했지만 국가보훈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유공자로 인정되려면 위험직무수행이 질병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돼야 하는데 고인에게는 이미 뇌동맥류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사망의 원인이 직무 수행의 스트레스 때문인지 평소 신체 상태의 영향인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가족은 수원지법에 국가보훈처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 역시 국가보훈처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차 경사가 출동 후 맞닥뜨린 상황이 생명에 직접적인 위해를 줄 정도의 위험직무였는지가 쟁점이 됐다. 이 판단은 산업재해의 인과관계를 '재해자 본인 기준'으로 볼 것인지, '사회 평균인 기준'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재해자 본인 기준에서는 사회평균인을 기준으로 재해자의 기존 건강 상태 등을 따지기보다는 재해 당시 업무의 위험도 등을 살핀다.

손 변호사는 "1990년대 이후 산재 판단에서는 재해자 본인 기준이 대체로 쓰여 왔고 국가유공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 국가유공자법이 개정된 후 해석에 공백이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은 차 경사에 대해 공무원 재해보상법상 위험직무순직 신청도 할 예정이다. 국가유공자와 달리 위험직무순직의 경우 인정 폭이 넓어지는 추세다. 최근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취객에게 폭행을 당한 후 20여일 만에 뇌출혈로 숨진 고 강연희 소방경과 화재 현장에 중장비를 짊어지고 출동했다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고 김정수 주무관의 위험직무순직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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