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주52시간제, 반발하는 노동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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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원내수석부대표, 주52시간 도입 늦추는 법안 발의
일본 수출 규제 대응 명분으로 각종 규제 완화 움직임
노동계 "실효성도 없이 노동자 희생만 강요할 뿐" 반발

 

일본이 강행한 수출규제의 불꽃이 노동자들의 권리 논란으로 튀고 있다. 순조롭게 정착하던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에 대해 국회가 전면 시행 시기를 늦추겠다고 나서면서 노동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일방적인 노동자 희생일 뿐"VS"규제 완화 없이 경쟁력 못 높여"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일본수출규제대책민관정협의회 2차회의에서 노동계는 주52시간제 지연 움직임을 성토했다.

이날 참석한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은 최근 여당에서 발의한 주52시간 유예 법안에 대해 "다시금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과 양보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한국사회는 회복 불능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당 일부 의원들은 제대로 시행도 하지 않은 주52시간 제도를 유예해달라는 법안을 제출했다"며 "기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동 기본권, 생명권, 안전하게 살 권리를 훼손한다고 일본의 경제보복 위기가 극복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반면 한국무역협회 김영주 회장은 "R&D 인력의 근로시간, 화학 관련 규정의 유연한 적용 없이는 국산화가 어렵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국회와 각계각층의 지원을 부탁한다"고 반박했다.

또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과 민주연구원이 진행한 긴급 정책간담회에서도 재계는 주52시간 규제 완화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與 "주52시간 전면 적용, 2024년으로 미루자" 법안 발의

주52시간제는 이미 지난해 관련 법이 개정돼 상시노동자 300인 이상인 모든 사업장에 적용중이다.

내년 7월에는 50인 이상~300인 미만 사업장에, 2021년 7월에는 5인 이상 사업장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앞서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 대한 주52시간제 도입을 늦추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주52시간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주52시간제 적용 대상 사업장 규모를 애초 계획보다 세분화하고, 추가 유예기간도 허용해 결과적으로 전면 시행시기를 기존 2021년에서 2024년으로 미루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대기업에 비해 근로조건이나 재무상태가 취약한 중소벤처, 소상공인들은 제대로 준비도 못하는 실정"이라며 "주 52시간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유예 제도를 통해 기업이 수용 여건을 충분히 마련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비록 정부와 여당은 '주52시간제 유예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발을 뺐지만, 야딩의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표 발의한만큼 무게가 가볍지 않다.

 

◇노동계 "이미 주52시간 법안 누더기 수준…노동시간 연장은 실효성도 없어"

이에 대해 노동계는 일본 수출 규제를 명분으로 기업들의 민원을 무분별하게 받아주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주52시간제는 노사정과 여야가 수년 간의 논의를 거친 결과, 국회 입법 과정에서 사업장의 규모와 여건에 따른 수용 가능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한 사안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정부는 제도 안착을 명분으로 노선버스 회사나 유연근무제, 3개월 이상의 탄력근로제를 준비하는 기업에는 3개월 이상 추가로 연장했다.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이미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대상 3개 품목 관련 기업에는 '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게다가 협의회를 마친 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수출 제한조치로 소재·부품·장비 연구 개발 실증 과정에서 꼭 필요한 기업에 맞춤형으로 특별연장근로를 허가하고 인정해주겠다"며 관련 특례 확대를 거론하기도 했다.

또 비단 일본 수출 규제와 무관하더라도 주52시간제 적용이 어려운 일부 업종을 위해서는 이미 국회에서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등 각종 유연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노동시간 제도의 기본인 주52시간제까지 손을 댄다면 노동시간 단축과 이를 통한 고용 창출이라는 제도의 취지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비판이다.

 

더구나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무턱대고 노동시간을 늘린다고 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느냐는 근본적인 질문도 제기된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일본 수출규제 대상 3개 품목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다고 홍보했지만, 이를 신청한 기업은 겨우 3곳에 불과하다.

아울러 이미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이 사실상 동결 수준에 그치면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완전히 폐기된 가운데 노동시간 단축 공약도 무력화된다면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그 근간인 노동정책 전반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엿보인다.

한국노총 강훈중 대변인은 "최저임금의 경우 인상폭이 컸다는 이유로 산입범위를 확대했는데, 올해는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았다고 다시 법을 바꾸지는 않는다"며 "한일 무역 분쟁 등으로 기업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법을 바꾼다면 분쟁이 해결되면 그때는 어떻게 할 셈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실제로 어떠한 사업장이 구체적으로 피해를 입을 것인지 객관적인 자료도 없다"며 "한일 마찰을 빌미로 기업은 이속을 챙기고, 정치권은 이들의 민원을 처리하겠다는 불손한 의도로 읽힌다"고 덧붙였다.

이어 "작금의 한일 무역 분쟁을 빌미로 주52시간 노동시간 단축 법안 시행시기를 늦추는 등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한일 무역 문제와는 사실상 별 관계가 없다"며 "반노동자적인 내용일 뿐이므로 즉각 논의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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