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리뷰] '선미후남' 하더니 北·美도 난기류…유엔총회가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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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덕기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대담 : 홍제표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조선중앙통신 제공/연합뉴스) 확대이미지

 

◆ 김덕기 >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살펴보는 <한반도 리뷰> 시간입니다. 홍제표 기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갖고 나왔나요?

◇ 홍제표 > 북미협상이 다시 난기류를 만났습니다. 북한이 그간의 태도를 바꿔 미국을 직접 비난하기 시작했고 무력시위도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은 여전히 대화의 문을 열어놨지만 지난해처럼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정책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려났다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사실상 올 연말까지 협상시한이 정해진 상황에서 아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동안 한일갈등에 가려졌던 비핵화 협상을 다시 점검해볼까 합니다.

◆ 김덕기 > 비핵화 협상이 잘 돼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다시 속도를 내는 게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서 이기는 근본 해법이기도 한데요. 북미협상이 다시 어려워진 건가요?

◇ 홍제표 > 북미 양국은 2.28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넉 달 만에 6월30일 판문점에서 다시 만나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밝은 표정은 회담이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3주내 실무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후 한미훈련이 시작되고 북한도 미사일 ·방사포 시험으로 대응하면서 두 달 가까이 소강국면에 접어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무력시위는 단거리 전력 성능개량, 협상력 제고, 대내 선전용 등의 목적이 큰 것으로 보여 오히려 협상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읽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훈련 종료 후 협상을 재개하자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소개했습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22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대표와 만난 뒤 낙관적 전망을 밝혔습니다.

"제가 받은 인상은 북미간에 대화가 곧 전개될 거 같다. 잘 전개될 거 같다는 느낌 받았고..."

그러나 북한은 바로 다음날(23일) 리용호 외무상이 직접 나서 대화 상대방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맹비난했고, 그 다음날(24일)에는 이른바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발사했습니다. 이 모든 게 한미훈련 종료 후 일어난 일입니다. 내일 최고인민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 흐름으로 보면 북미 실무협상 재개 자체가 쉽지않고 막상 재개돼도 순탄치 않을 것 같습니다.

◆ 김덕기 > 북한의 의도, 왜 그렇다고 보세요?

◇ 홍제표 >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보상조치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여전히 기존 셈법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죠.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제재완화 대신 체제안전으로 요구조건을 바꿨습니다. 핵을 없애는 대신 안보 우려를 해소해달라는 것입니다. 최종적으로는 국교수립 등이 필요하지만 우선 한미훈련과 전략무기 반입부터 중단해달라는 요구입니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 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훈련 중단을 약속했는데 그 참모들이 지키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 김덕기 >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발사를 문제 삼지 않는 것으로 보면 대화 동력은 살아있는 것 아닌가요?

◇ 홍제표 >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다목적 포석이 있다고 봅니다. 북한 달래기 목적도 있지만 평가절하 하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나를 자극하려고 미사일 쏘는 것 같은데 별로 개의치 않으니 쏠테면 계속 쏴봐라, 대신 핵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안 된다는 식의 태도입니다. 하노이에서 보여줬던 'No hurry'(난 급하지 않다) 전략입니다. 비건 대표의 국무부 부장관설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북한문제가 그리 급하지 않다는 고도의 심리전인 셈이죠. 문제는 이런 '현상유지' 전략이 장기화될 가능성입니다. 북한이 지켜보고만 있진 않겠죠. 도발 수위가 높아져 과거보다 더 큰 위기국면을 맞을 수 있습니다.

◆ 김덕기 > 쉽지 않은 상황인데, 우리의 대책은 뭐가 있을까요?

◇ 홍제표 > 미국을 설득하거나 북한을 설득하거나 해야 하는데 둘 다 어렵습니다. 미국을 설득한다는 것은, 북한을 유인할 만한 개성공단 재개 등의 보상조치를 제시하는 것인데 현재 미국 분위기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북한 설득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선미후남'(미국과 직접협상을 우선시) 전략을 취하며 거의 모든 대화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북한이 문제 삼는 한미훈련 등을 협의하기 위해서라도 남북군사공동위를 열자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입니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남북간에 군사훈련이라든가 무기도입이라든가 북한의 미사일 시험과 같은 군사 현안들을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 행동으로 비춰볼 때 이런 군사공동위가 조만간 이뤄지는 것은 다소 어렵지 않은가 이렇게 전망합니다."

군사공동위는 지난해 9.19 군사합의 1조1항에 명시된 내용인데 여태 실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설령 북한이 여기에 응하더라도 협의 과정에 상당한 난관이 예상됩니다.

◆ 김덕기 > 어떤 점 때문에 그렇죠?

◇ 홍제표 > 일종의 딜레마 상황입니다. 우리로선, 북한이 근본문제는 미국과 해결하더라도 남북 차원의 군사적 긴장은 우리끼리 풀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최소한의 한미훈련조차 안 할 수도 없고, 이미 체결된 F-35 스텔스기 도입 계약 등을 취소할 수도 없습니다. 특히 첨단무기 도입은 북한이 아닌 점증하는 주변국 잠재위협을 감안해 반드시 필요한 자산입니다. 역지사지 차원에서 북한의 안보 우려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현실적으로 한미동맹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한일관계와도 관련된 부분들이 있어서 우리 정부가 어느 한 선택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딜레마 상황이 아닌가 평가됩니다."

이처럼 비핵화 협상이 난마처럼 얽혀 지지부진할 경우에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는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올 것입니다. 그 계기는 다음 달 말 유엔총회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한 달이 한반도 비핵화·평화 프로세스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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