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급안정 기여 못하는 도매법인…산지폐기 사실상 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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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산지폐기 부추기는 경매제도 ③]
도매법인 공공성 요구 반영돼 농안법 개정했지만 실태 파악 안 이뤄져
상당수 도매법인 수익 극대화할 수 있는 농산물 수집 기능에만 집중
공공성 잃은 도매법인… 거대 자본에 넘어가거나 경쟁력 잃거나

광주 각화동 농산물 시장에서 도매법인이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박요진 기자)

 

지난 2013년 도매법인의 사업 범위를 규정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제35조가 개정됐다. 이로써 도매법인들은 농산물의 선별과 포장, 가공·제빙(製氷)·보관·후숙(後熟)·저장·수출입 등의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위 면적당 농산물 생산량을 뜻하는 단수(單收)가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산지폐기 등으로 농민들이 입는 피해를 줄이고 농산물을 수집해 경매하는 기능에만 집중하고 있는 도매법인들의 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기상이변 등의 천재지변이 없으면 과잉 생산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도매법인들은 산지폐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확인한 결과 정부 부처 중 도매법인이 개정된 농안법을 토대로 농산물 수급안정 등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거래 물량의 20% 정도를 계약재배와 유사한 정가·수의매매를 통해 거래하고 있는지 살필 뿐이다. 산지폐기가 반복되면서 도매법인 역시 수급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지만 정작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은 이뤄지고 있지 않는 것이다.

광주 각화동 농산물 시장에서 이뤄지는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농산물이 쌓여 있다(사진=박요진 기자)

 

이 같은 상황에서 도매법인들은 여전히 수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농산물 수집 활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총 거래금액이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만큼 도매법인들은 농산물 작황 등의 수급 현황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전국 각지에 경매사나 법인 임원 등을 보내 상품성이 좋은 농산물을 수집하기 위해 노력하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등이 발표하는 단기 및 중장기 농산물 생산량과 예상 가격 등에 주목한다.

일부 도매법인들은 생산 작물의 종류와 출하시기 등 농산물 수급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농민들에게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전국대파생산자협회 곽길성 준비위원장은 "출하시기 조절만으로도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달라질 수 있지만 도매법인들은 농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주는 경우가 드물다"며 "같은 도매시장에 비슷한 품질의 농산물을 출하하더라도 도매법인에 따라 가격에 큰 차이를 보이는 등 농민의 입장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품성을 갖춘 농산물의 60% 정도가 도매법인을 통해 경매가 이뤄진 뒤 거래되고 있지만 정작 도매법인들은 농산물 수급안정에 별다른 관심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수급안정 기능을 상실한 도매법인이 무턱대고 경매만 진행할 경우 도매법인이 감당해야 할 농산물 가격 폭락의 완충 기능은 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 운반비와 작업비조차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농민들은 산지폐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공공성을 잃고 수익에만 골몰하던 도매법인들이 거대 자본에 잠식당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도매법인의 공공성에 기댈 수 없다고 판단한 농민들은 어쩔 수 없이 대형마트 등과의 단기 계약에 내몰리게 되기도 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산지폐기가 반복될 경우 농민들은 최소한의 수익을 얻기 위해서 대형마트 등과의 계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도매법인 역시 농산물 수급안정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산지폐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 현행법까지 개정하면서 도매법인들이 농산물의 보관과 저장, 수출입 등 수급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했지만 대다수 도매법인들은 여전히 수수료를 통한 수익 올리기에만 골몰할 뿐 산지폐기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순서로 농산물 수급 안정은 도외시한 채 수익 높이기에만 힘을 쏟아 산지폐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도매법인들의 실태에 대해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거대 자본'에 넘어가고 '대물림'되는 농산물 도매법인
② 정부 특혜로 '수백억 이익' 남기는 도매법인, 공적 역할은 얼마나?
③ 농산물 수급안정에 기여 못하는 도매법인… 산지폐기 사실상 방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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