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바보들아, '조국'이 아니고 '경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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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승리하고 싶으면 경제에 올인하라

(사진=연합뉴스)

 

'우리 경제가 좋았다'는 말을 들어본지가 꽤 오래 전의 일이 된 것 같다.

기업을 하든, 장사를 하든 대부분 우는 소리를 치는 경향이 있는지라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필요는 없다손 치더라도 작금의 경제 상황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금융인들은 한국 경제가 이러다 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물론 홍남기 부총리 등 정부 여당 인사들은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다고 자위하지만 그들만의 판단인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일로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8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년 전보다 0.04% 하락했다.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다.

정부조차 앞으로 2~3개월간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2분기(한국은행 발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하향 조정된 1.0%로 집계됐다.

낮은 경제 성장률과 0%대 물가상승률이 계속된다는 것은 디플레이션에 접어드는 단계로 볼 수 있다는 게 학자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수요 부진이든 공급 과잉이든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내리거나 정체되면 향후 가격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인해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불황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

인플레이션은 금리를 올리는 등 경제 정책을 쓰면 다소 완화시킬 수 있지만 디플레이션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심각한 후유증을 낳게 되며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간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저물가·저성장·저금리라는 새로운 거시경제 조류가 '뉴노멀'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2012년을 변곡점으로 뉴노멀 현상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다 일본의 무역보복 등이 계속될 경우 직격탄은 한국이라는 사실이 수치에서 확인됐다.

1년 넘게 지속된 미중 무역전쟁에서 최대 피해 국가는 한국이었다.

올 1~7월까지 우리의 대중 수출은 15.2% 감소했으나 일본은 7.2%, 대만은 6.6% 줄어들어 한국의 피해가 가장 컸다.

당초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제품의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수출 주도형 국가 가운데 가장 큰 악영향을 받았음이 드러났다.

정부는 경제 운용 정책의 방점을 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찍어야 한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 운용은 당연하며 금리 인하와 함께 4차 산업이나 창업과 관련된 모든 분야의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기회 있을 때마다 규제 개혁을 지시했지만 현장에선 요지부동인 점을 착안해 일단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한 뒤 그 파장을 면밀히 검토해 선 규제 철폐, 후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규제가 사건 사고를 막는다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디플레이션이나 L자형 장기 불황보다는 낫다.

또한 유리알지갑인 근로자들의 근로소득세를 인하해 중산층의 주머니를 좀 두둑하게 해주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다.

청와대와 정부는 각종 이익 단체들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 기업 활동이 방해받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인기 영합적인 정책을 통해 사랑받으려고 하면 경제가 망한다는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정권은 잡는 순간부터 욕먹는 일을 하는 것이지, 칭찬받으려고 하는 즉시 구조 개혁은 물 건너간다.

그런 의미에서 집권 2년이 지난 뒤에야 빛을 발하기 시작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개혁정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남기 부총리가 오늘 하반기 경제운용 대책을 발표했지만 그저 그런 정책들뿐이어서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와 민주당엔 조국 후보자의 법무장관 임명 강행이 가장 우선시되는 국정 현안이겠지만 경제 상황이 계속 악화일로로 치달으면 내년 총선 승리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일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정부는 디플레이션 진입은 아니라는 말만 할 게 아니나 지금부터라도 국정의 중심을 '경제', '경제'에 올인해야 한다.

1992년 미국 공화당을 향해 "바보들아 문제는 경제야"라는 클린턴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캠페인은 미국만이 아닌 우리 민주당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 초침이 째깍째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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