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권 vs 검찰의 '조국 대전'…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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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권력은 생래적으로 칼을 쓰고 싶어 한다. 때론 들고 있는 칼이 무딘지 예리한지를 점검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기관인 청와대와 검찰이 갖고 있는 칼의 사용 범위를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로 인해 청와대·민주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거리를 하고 있다. 검찰 개혁을 위한 문 대통령의 대리인 격인 조 후보자를 그냥 두지 않겠다는 검찰의 수사가 전개되면 될수록 청와대와 민주당의 검찰을 향한 비난과 압박의 강도는 도를 더하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윤석열 총장을 교체하지 않고서는 사법개혁은 물 건너간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의 청와대와 윤석열 총장의 검찰이 혼인신고를 하자마자,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이혼'을 하려는 형국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지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한쪽은 검찰 개혁의 상징적인 인물(조국 후보자)을 생채기 내느냐는 것이고, 다른 쪽은 국민적 의혹을 해결하라는 요구를 그냥 두고만 보고 있으라는 것이냐는 이유로 맞붙었다. 청문회도 열리기 전에 '검찰이 정치를 하느냐'는 비판인 반면 고소고발이 된 마당에 지체하다간 증거가 인멸될 수 있고 공소시효를 넘기면 진상규명 자체가 요원하다는 수사 원칙을 든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양측의 주장과 설명이 다 그럴 듯하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정파적 대립·갈등이 너무 자심한 대한민국의 여론인지라 자기편 주장과 논리만 금과옥조처럼 받든다. 공정한 여론 형성은 요원하다. 진실은 하나임에도 진실이 두세 개가 된지 오래됐다.

청와대와 검찰이 이쯤에서 휴전할 수 있을까? 그럴 개연성이 크지도 않지만 휴전을 하려면 물밑 접촉이 선행돼야 한다. 김조원 민정수석이나 박형철 비서관, 민주당 의원 등이 나서야 한다. 그러나 민정수석은 법조인 출신이 아닌 감사원 출신이다. 검찰을 모른다. 대화를 하기 쉽지 않다.

법무장관은 있으나마나 보이지도 않고 역할도 없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법무장관 인선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결정적일 때 써먹을 수조차 없다. 오늘의 윤석열 총장을 만드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이 박영수 특별검사인데 그도 그냥 보고만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휴전이 서로의 내상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그러려면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거나 대충 얼버무려야 하는 바 검찰이 야당과 언론 등으로부터 거센 도전에 직면해야 한다. 후유증이 상당할 것이다. 윤석열 총장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그럴 개연성은 없어 보인다"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곱씹어보라"고 말했다. 휴전을 하더라도 언제든지 깨질 수는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번 째는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포기하는 것이다. 다음 수순은 검찰도 조국 후보자 가족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하든가, 검찰이 스스로 중지하는 길이다. 문 대통령이 여론을 수렴하는 듯이 내세울 수 있으나 체신이 말이 아니다. 조국 지키기가 정권의 운명처럼 대처한 청와대와 민주당의 입지 또한 크게 흔들린다. 청와대와 여당의 상처가 내상이 된다. 레임덕은 불문가지다. 자유한국당만 쾌재를 부를 것이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국 주도권이 야당으로 넘어갈 지 모른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이길까? 검찰이 이길까? 승패를 떠나 둘 다 패자이거나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권력은 유한하다. 이제 2년 반 남았다. 검찰은 윤석열 총장이 물러나더라도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무한한 조직일 것이다. 청와대가 윤석열 총장의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이유를 들어 내칠 수도 있다.

그땐 '검란(검찰의 반란)'을 각오해야 한다. 정권에 대한 여론이 싸늘해질 것이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더욱이 조국 후보자의 부인이 기소되는 등 본인과 그 가족을 둘러싼 사안이 녹록치 않다. 청와대가 상상하기 싫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한겨레신문사 소장파 기자 31명이 조국 후보자 관련 보도가 정당하지 못했다며 성명을 붙이기도 했다. 이는 모든 언론이 조국 후보자에 대해 '아닙니다'라는 딱지를 붙인 것이나 진배없다.

그럼 양측이 제 갈 길로 가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일단은 그 길이 가장 나은 것으로 비쳐진다. 자칫하다간 '동티'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조국 후보자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하고, 검찰은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으로선 달리 선택할 카드가 거의 없어 보인다. 조국 후보자에게서 범법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기소부터 3심 재판까진 최소한 1년 이상이 걸린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언론과 야당의 조국 장관을 해임하라고 요구하면 대법원 판결까지 보자고 얘기해도 된다. 비겁하고 위선적이라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작금의 진영 대결 속에서 조국 후보자를 내치기도 어려워졌다. 이미 조국 후보자를 둘러싸고 '너 죽고 나 살기 식'의 전투가 진행 중이다.

(사진=자료사진)

 

이때부터 조국 후보자와 검찰이 현 정권의 레임덕 종을 타종하는 것이 되며 경우에 따라선 레임덕이 가속화 될 수 있다. 특히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에서 질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국민의 가슴에 응어리를 안기면 응징으로 돌아오는 경우를 우리 정치사가 웅변해준다.

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은 늘 현명했다. 아무런 로비 실체도 없었던 지난 1999년 옷로비 사건으로 인해 김대중 정권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10개월 뒤에 치러진 2000년 4월 총선에서 1당을 한나라당에 내줬다.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6월 15일)을 목전에 둔 선거에서도 야당에 졌다.

윤석열 총장의 검찰과 청와대 등 여권이 어쩌다 되돌리기 힘든 이 지경이 됐는가? 여권 인사들은 검찰이 조국 후보자를 통한 사법개혁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검찰 개혁에 대해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여 왔다. 정권마다 충견처럼 써먹을 때는 언제이고 권한을 내려놓으라니 그럴 수 없다는 뜻을 수사로 말을 해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한민국에 검찰만한 유능하고 소명의식이 강한 조직이 어디 있는가를 보라고 항변한다. 똑똑하지 일사분란하게 물불을 안 가리고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은가. 언론도 비슷하지만 국가의 어느 공공조직이 검찰보다 일에 매달려 사는가를 보면 검사, 자신들만이 대한민국을 보호하고 있다는 자만이 생길 법도 하고 그에 따라 조직 보호 본능이 강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역대 권력은 검찰을 활용해 정적을 제거하기도 하고 국민을 통제해 왔다.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권력 운용의 칼로 이용했다. 독재 권력을 지나 문민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유일하게 검찰만 권력의 칼로 남아 있다. 문재인 정권도 검찰을 통한 정권 최대의 업적인 '적폐 청산'을 해오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검찰의 힘이 커질 수밖에 없었고, 경우에 따라선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그들도 안다. 오죽했으면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검찰 개혁을 위해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하면서 특명을 검찰 개혁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 강 전 장관이 "검찰이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하는데 어떻게 개혁을 할 수 있었느냐"고 최근 하소연을 했다. 당시에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밤낮을 가리고 않고 여든 야든 대선자금을 파헤쳤다. 검찰이 박수를 받았다. 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이 즈음에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검찰 개혁이 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검찰 개혁이 정권의 소명이었다면 적폐 청산 수사를 검찰에 시키지 않고 사법 개혁부터 먼저 한 뒤 개혁 진용을 제대로 꾸렸어야 했다. 그런데 첫 검찰총장부터 잘 못 임명했으며 현 검찰 인사도 달리했어야 했다. 적폐 청산 수사를 통해 검찰의 힘이, 아니 윤석열 검찰총장의 위상이 커질 대로 커졌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우리 윤 총장"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여권은 윤석열 총장 임명 때 얼마나 박수를 치며 추켜세웠는가. 당시에 나온 민주당의 성명서를 한 번 찾아보시라. 진정 검찰의 힘을 빼고 싶고 권한을 축소하고 싶다면 검찰의 일을 줄이라. 정치 행위 과정에서 무슨 일만 생기면 득달 같이 검찰로 달려가 고소고발장을 넣지 말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 대통령제 하에서의 권력 운용은 검찰권의 사용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검찰만이 정권이 쓸 수 있는 유일한 권력의 도구이자 칼로 남아 있다. 군과 경찰은 오래 전에 권력의 도구가 아니었고,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도 별 게 아닌 기관이 됐다.

현 정권은 일정 부분 검찰을 견제해온 국정원의 기능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국정원의 정보 요원들과 국내 정보 기능을 완전히 없앨 때 전직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는 아주 우스운 짓을 한다"며 "이제 누가 검찰을 견제하느냐"고 우려했다.

그 예견이 현실이 됐다. 노무현 정권이 검찰 개혁을 하지 못한 이유 중에 출범하자마자 검찰에 대선자금 수사를 맡긴 것뿐만 아니라 판검사 출신도 아닌 강금실 전 장관을 임명한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검찰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대적인 사정 수사를 벌여 존재감과 위상을 키워왔다. 검찰 개혁의 예봉을 미연에 막는 수법이었다.

국가정보원.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문재인 정권이 진정 검찰 개혁을 하고 싶거든 흠이 날대로 난 조국 후보자가 아니고 정말로 검찰을 잘 알고 검찰 개혁을 소명으로 여긴 사람을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찾아야 한다. 현직 장관은 "그런 사람이 없다"고 아쉬워했지만 단언컨대 있다.

그리고 정권에 참여한 고위직들이나 권력에 가까이 가고자 욕심내는 자들은 이분법적인 신념론에서 벗어나 권력의 생리와 국가 경략을 다시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권력은 선의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선의는 곧 무능으로 귀결되는 예가 역사상 너무 많았다. 대표적으로 '명상록'의 저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다.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삼국지의 조조가 이름뿐인 후한 헌제를 폐위시키고 황제에 등극하라는 신하들의 거듭된 청을 물리치면서 "나는 주의 문왕이 되겠다"고 했을까? 문왕의 아들 무왕이 결국 황제가 됐듯이 조조의 아들 조비가 헌제를 내쫓고 위나라 황제가 됐다.고도의 정치 행위를 한 것이다. 이뿐인가?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정벌을 반대하면서도 그 밑에서 꾹꾹 참으며 때를 기다리는 것도, 6살에 황제가 된 강희제가 중국 역사상 최고의 지도자가 된 배경에는 권력의 생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운용했기에 가능했다.

권력과 관련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고 주변에 명 참모들을 뒀겠는가. 당 태종(이세민)은 "위징이 만날 자신에게 하지 말라는 말만 한"며 "내일은 반드시 위징을 죽여버리겠다"고 씩씩거릴 때 장손황후가 이세민을 달랜다. 이세민은 고구려 정벌에 실패하며 돌아가면서 위징이 세상을 떠났음을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정관정요의 기록이다. [정관정요]와 [군주론 정략론] 등 권력과 관련한 여러 책들이 왜 지금도 베스트셀러가 되겠는가. 또한 인간의 본성과 탐심에 대해 깊은 고민과 성찰이...

疑人不用 用人不疑[의인불용 용인불의]. 이 말은 중국의 사서인 '송사(宋史)'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의심나면 쓰지 말고,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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