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타짜3' 새 생명력 얻은 성인 오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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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최동훈 감독 작품 '타짜'(2006)와 그 후속으로 나온 강형철 감독 작품 '타짜-신의손'(2014). 이들 영화는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봤을 법한, 평범한 삶을 살던 주인공이 목숨마저 위협받는 도박판에 빠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기사회생하는 험난한 여정을 그렸다.

그 세계에서는 권선징악이라는 다소 낭만적인 통념이 무용지물로 전락한다. 다른 사람을 적극적으로 속이지 않으면 어느 사이 처참하게 속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뿐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패가 들어올 수 있도록 서로 속고 속이는 고수들의 도박판 승부에서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은 통하지 않는다.

다만 위 두 영화에는 공통적으로 주인공에게 도박 기술을 가르치는 스승 격인, 서로 티격태격하는 와중에 끈끈한 정을 쌓아가는 도박 고수 캐릭터가 등장한다. 극중 이 멘토를 잃는 전환점 같은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는 주인공이 인정사정 없는 도박 고수와의 생사를 건 마지막 승부에 뛰어들게 만드는 촉매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최후의 승부에서 결국 주인공은 승리하고 단죄와 복수가 이뤄진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세계를 유유히 떠난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실력 있는 이야기꾼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데 효과적이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할리우드 서부극이 그러했고, 소설가 김용(1924~2018) 등으로 대표되는 동양 무협물 또한 그러했다. 이른바 '잘 먹히는 이야기'인 셈이다.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작 '타짜: 원 아이드 잭'(타짜3) 역시 시리즈 전작들이 차용했던 익숙하고 효과적인 무용담, 성장담의 서사 구조를 충실히 따른다.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아들이자 고시생인 도일출(박정민)은 공부에 흥미가 없다. 그러한 그도 포커판에서만큼은 날고 기는 실력자다. 그 세계에서 우연히 알게 된 마돈나(최유화)의 묘한 매력에 따져든 일출은 그녀를 곁에 두고 옥죄는 이상무(윤제문)에게 속아 나락으로 떨어진다.

일출은 돈도 잃고 자존심까지 무너진 채 벼랑 끝에 내몰린다. 그러한 일출 앞에 정체불명의 타짜 애꾸(류승범)가 손을 내민다. 거액을 쓸어담을 수 있는 포커판을 설계한 애꾸는 전국에서 실력자들을 불러들인다. 그렇게 일출, 애꾸와 함께 화려한 손기술을 자랑하는 까치(이광수), 남다른 연기력을 지닌 영미(임지연), 재야의 숨은 고수 권원장(권해효)은 팀을 꾸리고 거대한 판에 뛰어든다.

'타짜3'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상영 등급을 청소년 관람불가로 유지함으로써 성인 오락영화 시리즈라는 정체성을 보다 뚜렷하게 만든 모습이다. 전반적인 극의 분위기는 2편보다는 1편에 가깝다. 전작들이 다뤘던 화투판은 포커판으로 바뀌었지만, '캐릭터 향연'이라는 시리즈 특징은 아예 등장인물 이름을 붙여서 챕터를 나누는 식으로 강화했다.

동시대성을 강화했다는 데서는 전작들과 뚜렷한 차별화를 꾀했다. 허영만 화백의 동명 원작 만화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우리가 두 발 딛고 사는 시대상을 녹여내고 절대다수가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밑바닥 배경을 지닌 주인공을 등장시킨 덕이다. 여성 캐릭터를 대상화하지 않으려 애쓴 흔적도 눈에 띈다.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포스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타짜3'은 오락영화로서 혹여라도 간과할 수 있는, 도박판 미화를 철저히 경계한다. '상대를 제외한 모두를 자기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뉘앙스의 대사를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그 세계가 말하는 실력은 곧 속임수라는 사실을 전면에 드러내는 장면들이 그 단적인 예다. 결국 패자는 철저하게 계획되고 설계된 판에서 제물로 바쳐질 운명이었다는, 결코 바뀔 수 없는 그 세계의 민낯 말이다. 이 점에서 '타짜3'은 윤리적이다.

이 영화에서 풀어내는 이야기에 뛰어난 설득력을 불어넣은 일등공신은 배우들이다.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이 시리즈물 특성상 배우들 연기에 절대적으로 많은 부분을 기댈 수밖에 없다. 개성은 살리되 홀로 튀지 않는 명배우들의 연기 협연은 영화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주인공을 맡은 박정민이 선보인, 흙수저 청년 도일출의 희로애락을 납득시키는 물오른 연기는 놀랍다.

포커 룰을 모르더라도 영화를 즐기는 데는 무리가 없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개성 강한 인물들 사이 얽히고설킨 관계가 뿜어내는 심리적 갈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덕이다. 포커라는 소재는 단지 거들 뿐이다.

11일 개봉, 139분 상영,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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