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수납원 "빨간 날 한 번도 못 쉬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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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무성 기자)
"톨게이트 다닐 때는 명절에 차 많이 움직인다고 빨간 날에 한 번도 못 쉬었어요. 해고돼서 명절 때 좀 가족들하고 같이 지낼까 했는데 이번엔 파업 때문에 못 가네요."

지난 9일 오후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옆에 위치한 한국도로공사 교통센터 입구.

9년 차 요금수납원 A(55.여) 씨는 지난 6월 27일 자신의 음력 생일날 딸로부터 축하 전화와 함께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해고를 5일 앞두고 있었지만 뛸 듯이 기뻤다.

기쁨도 잠시 A 씨는 곧바로 농성에 들어가면서 딸을 챙겨주지 못했다. 그런데 딸이 8주쯤 됐던 아기를 유산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A 씨는 딸을 챙겨주지 못해 아기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농성 중에 얼마나 울어댔는지 모른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나마 소송 시작 7년 만에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고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도로공사 측은 1천 500여 명의 수납원 가운데 499명 만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머지 수납원들이 제기한 하급심은 개별적 특성 및 소송의 성격 등으로 판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 고용을 밝힌 수납원들에 대해서도 버스정류장과 졸음쉼터, 고속도로 법면 등의 환경 정비를 비롯한 '현장 조무 직무'로 제한했다. 한 마디로 수납 업무 대신 청소를 시킨다는 것이다.

A 씨는 자신보다 처지가 안 좋은 동료들을 위해 이번 추석을 비롯해 업무 복귀해야 될 때까지 함께 농성을 하기로 결정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은 동료들이 함께 싸워 빨리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A 씨는 "딸이 결혼한 지 얼마 안 돼서 오면 전도 부쳐줘야 되는데 못 해줄 것 같다"며 "부모님도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신경 쓰실까 봐 설명을 못 드렸다"고 토로했다.

A 씨는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5년차 수납원 이진희(48.여) 씨. (사진=고무성 기자)
5년차 수납원 이진희(48.여) 씨는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혼하고 홀로 세 자녀를 키우는 이 씨는 72일째 집을 비우고 있다.

강한 어조로 파업에 대해 얘기하던 이 씨도 자녀 얘기가 나오자 눈물을 훔쳤다.


다행히 대학생인 첫째 딸이 대신 엄마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걱정하지 말고 잘 갔다 오라고 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아무래도 아이들끼리 있으니 밥을 잘 챙겨 먹는지가 가장 걱정돼 종종 홈쇼핑을 통해 음식을 주문해 집으로 배송시켜 주고 있다.

이 씨는 퇴직금과 실업 급여로 간간이 생활하고 있다.

이 씨는 "아무래도 추석 이후에도 계속 농성을 해야 될 것 같다"면서 "대법원 확정 판결이 있어서 어차피 하급심에서 진행 중인 재판들도 승소할텐데 개인별로 나중에 다 승소하면 고용하겠다는 도로공사의 입장은 핑계이자 시간 끌기 식 밖에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각자 힘든 상황에서도 한목소리로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위에서 72일 째 고공 농성 중인 노조원들을 걱정했다. 역대 5위급 강풍을 동반한 제13호 태풍 링링 북상할 때는 잦아질 때까지 안심을 못하고 안절부절했다. 현재 건강과 업무 복귀 등으로 인해 42명 중 15명이 남아있는 상태다.

노조 측은 해고된 수납원 1천 500여 명 전원을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하며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이 면담에 나설 때까지 농성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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