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90시간' 일하는 집배원들은 추석이 설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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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소통 기간'아침 7시~저녁 11시까지 골목 오가…"휴일도 없다"
웃으며 대화할 여유조차 사치…집배원들 "몸 다치지나 않으면 다행"
"집배원 늘려야 하는데 비정규직 파견기사만 증원"

우체국 우편집배원(사진=연합뉴스)
긴 휴식 그리고 오랜만에 볼 가족‧친지 얼굴 생각에 모두가 들뜬 추석이지만, '물량 폭탄'을 맞아 밤낮 없이 골목을 오가는 집배원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경기 시흥우체국에서 19년 동안 집배원으로 근무한 최승묵(47)씨는 다가온 추석 연휴를 맞이하는 게 설레지 않는다.


물량이 가장 많은 추석 전후 약 2주 동안의 '명절특별소통기간'에는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가 집배원들에게 사실상 쉴 시간이 없다는게 최씨의 설명이다.

최씨는 "토요일, 일요일 내내 휴일도 없이 일해야 한다"며 "아침 7시에 일을 시작해 보통 밤 9시까지 일하는데, 10시나 11시를 넘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쉬어야 하는 연휴기간에도 부패가 될 수 있는 생물이 접수되면 배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산해보면 주 90시간 가까이 일하는 상황인지라 명절이 반갑다는 생각조차 '사치'다.

그는 "이렇게 2주 동안 일하면 사실상 탈진상태가 되고 가족 친지들을 만나서 즐거운 명절을 보내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한다"며 "누적된 피로가 한꺼번에 반응해 몸에서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명절이 끝나도 그 후유증이 남는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인천우체국에서 16년 넘게 일해온 '베테랑' 집배원 고광완(46)씨의 '추석맞이'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고씨는 "연휴 동안 힘들어서 웃으면서 대화하기도 힘들다"며 "특별소통기간에 들어갈 때부터 극도의 긴장상태가 이어지고 연휴에 쉬려고 해도 이 기간에도 일이 계속 쌓이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오히려 연휴가 길면 길수록 스트레스가 쌓이는 상황이다"고 했다.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추석때는 물량이 여느 때보다 많아 과로가 반복되고 결국 사고로까지 이어진다는 게 집배원들의 설명이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전국집배노동조합(집배노조)에 따르면 이번 '특별소통기간' 동안 배달 물량은 약 1800만건으로 평소 대비 47%, 지난해 추석 대비 12%가 늘었다.

이 기간 동안 아산우체국 소속 집배원 고(故) 박인규씨가 지난 6일 늘어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저녁까지 일하다가 교통사고로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집배노조에 따르면 박씨 같이 근무 중 사망한 집배원이 올해 들어 벌써 12명이다.


이에 대해 고씨는 "박씨처럼 사망하는 사고 외에도 통계에 잘 안 잡힐 뿐 물량이 몰리는 이 기간동안 뼈 빠지게 일하다가 명절 때는 다쳐서 병원에 누워있는 경우가 많다"며 "아침에 컵라면 하나 먹고 나와서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해가 떨어지는 시간까지 일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집배원 인력이 충원돼야 하는데 우정사업본부(우본)가 일반 및 등기 우편은 나를 수 없고 업무량도 제한이 있는 비정규직 위탁기사 증원에만 그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심지어 이 기간에 우본에서 보조인력을 추가로 투입하지만 이마저도 대다수가 우편물 분류 및 운송 인력에 그치고 있어, 집배원의 업무는 덜어지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숨진 박씨의 동료인 아산우체국 소속 집배원 조성대씨는 "아산은 12명 정도 인력이 충원됐는데 인구 33만명의 도시에 이 정도 충원으론 일이 덜어지지 않는다"며 "심지어 명절에는 과일, 식용유 등 부피가 크고 무거운 택배가 많아 평소 오토바이에 택배를 50개 정도 싣는다면 명절엔 절반도 못 싣어 몇번 더 오가야하는 상황"이라 했다.

최씨 또한, "이 기간 우본에서 추가 인원을 투입하지만 집배 인원은 따로 증원하지 않는다"며 "과로사나 안전사고가 없으려면 과도한 물량을 줄이고 인력을 충원해야지만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집배노조는 △명절소통기간 사고예방을 위한 특단 대책 마련 △일몰 이후 배달작업 전면 중지 △정규집배원 인력 1000명 즉시 증원 등을 요구하며 우본을 상대로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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