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처럼 다가온 남북 평화'…진전이냐 퇴보냐 최대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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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이면 문재인 정부 출범 반환점을 맞이한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이끈 '평범한' 촛불 시민들의 한 표 한 표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반 박근혜 정부의 캐비닛 문건 수사와 적폐청산, 세월호 진상규명, 대통령 개헌안 발표, 권력기관 개편 등 각종 개혁 정책을 이끌며 순항했다.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남북미 정상 만남 등도 성사시키며 국정지지율이 80%를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이 주인인 나라', '나라다운 나라 건설'을 기치로 첫발을 내딛었던 문재인 정부는 이제 집권 반환점을 돌며 냉혹한 칼날 위에 섰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운용정책은 글로벌 경기 하강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국민 체감과 괴리되면서 '경제정책 실정' 논란으로 비화됐다. '공정의 가치'는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로 빛을 바랬고 대통령마저 "깊이 성찰하겠다"며 유감을 표했다. 당장이라도 손에 잡힐 듯했던 한반도 비핵화 역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스톡홀름 실무회담에서 별 성과를 내지 못하며 공전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은 집권 2년 6개월에 어떤 성과를 더 낼 수 있을까? CBS노컷뉴스는 과거 정부와 달랐던 남북관계 개선 의지와 한계, J노믹스로 대표되는 경제정책, 야당과의 협치 실종 등 문재인 정부의 지난 2년6개월을 6부작으로 되돌아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공기처럼 다가온 남북 평화'…진전이냐 퇴보냐 최대 분수령
② 실현되지 않는 '협치…여야정 상설협의체 1년째 '표류'
③ 공정이라는 국민 기준에 '화들짝'…공정개혁 통한 민심회복에 '올인'
④ 사라진 소주성…J노믹스 '절반의 성공'
⑤ 공수처·수사권 조정 검찰 개혁 정면돌파 승부수 통할까?
⑥ '우향우' 선택한 문재인표 '노동자정부'(계속)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을 나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국제 평화지대 구축은 북한의 안전을 제도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장하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한국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것입니다."(문재인 대통령, 9월 24일 유엔총회 기조연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해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는 체제 안전보장책의 일환으로 비무장지대(DMZ)의 국제 평화지대화를 제안했다.

판문점과 개성을 한데 묶어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하고, DMZ 안에 평화연구와 군비통제 등의 유엔 기구가 자리잡으면 자연스럽게 북한에 대한 위협이 감소할 것이라는 구상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실질적 성과물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당장 평화협정 체결이나 제재 완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면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현실적 대안을 고심 끝에 내놓은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DMZ 평화지대 구상은 올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전까지 논의되던 종전선언보다도 낮은 수준의 체제보장책이어서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 집권 초반부터 힘을 실은 남북·북미 관계 개선 의지

문재인 대통령 집권 반을 되돌아 볼 때 역대 정권과 가장 도드라진 차이점은 정권 초반부터 힘을 실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관계 재설정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모두 집권 후반기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이후 보수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됐다는 점에서 정권 초반 강한 의지를 가지고 남북, 북미관계 개선에 '올인'했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9년과 비교하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기처럼 다가온 평화'였다.

보수정권 시절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을 반복하며 핵능력을 고도화했다.

북한의 '핵 경제 병진노선'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 해인 2017년까지 이어졌지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반전됐다.

문 대통령이 2017년 7월 독일 쾨르버 재단에서 북에 보낸 '신베를린 선언'(평창올림픽 참가, 이산가족 상봉, 남북 적대행위 중단, 남북대화와 접촉 재개)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듬해 신년 연설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여와 새로운 남북관계 설정을 공식화했다.

이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은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 지역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6·15, 10·4에 이어 남북정상회담 최고의 백미로 꼽혔다.

특히 북한 최고지도자가 판문점 선언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를 명시적으로 담으면서 남북, 북미 관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같은 해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의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폐기로 이어졌고, 김 위원장은 미국의 상응조치가 있다는 조건으로 핵개발의 심장부인 영변 핵시설을 영구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천명했다.

9·19 군사합의가 맺어지면서 남북간 군사적 긴장은 한층 완화됐고 지난 1년 2개월간 접경지역에서 남북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는 발생하지 않았다.

판문점 (사진=연합뉴스)

 

◇ 12월 북미정상회담 성사 여부 최대 분수령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은 남북간 전쟁 위협을 줄이고 '평화경제'를 통해 공동 번영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공동번영은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감을 현저히 낮춰 전쟁 대비 비용을 대폭 줄이고,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전제 조건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넘어 핵동결이 아닌 핵폐기 실행으로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올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아 앉으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비핵화의 최종 상태(End state) 정의와 방법론에서 북미간 이견(異見)이 고스란히 노출됐고, 지난달 5일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에도 불구하고 의견차는 쉽게 좁혀지지 못하고 공전 중이다.

특히 하노이 회담 '노딜' 이후 북한이 올해 말까지를 비핵화 협상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뒤 훈련을 빙자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각종 무력시위에 나선 점도 '공기처럼 다가온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의 고위 관료들이 문 대통령을 더이상 '중재자'가 아닌 '미국에 기댄 사대주의자'로 평가하면서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부담이다.

북한의 무력시위와 대남 비난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가동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 대한 불만 표시로 분석된다.

최근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우리측에 단단히 삐쳐 있는 것은 맞다"며 "국정원과 통전부 라인,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라인 등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김 위원장의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 지시 등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남은 집권 2년 6개월간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 속도전을 위해 김 위원장의 답방 등 4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돌파구를 찾아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으로서는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을 최대한 설득해 북미관계 개선이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모두 현재 상황이 2017년 강대강(强對强) 국면으로 되돌아가는 등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반전' 기회는 있다는 평가다.

결국 '공기처럼 다가온 남북 평화'가 다음 단계로 진전할 지 아니면 갈등 국면이 되풀이될 지의 최대 분수령은 올해 12월 북미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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