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도 법정 세우지 않는 힘"…검사님의 막강 '기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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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갑 검사님' 연속 기획 ③]
검찰 자의적 기소권, '무소불위' 권력과 맞닿아
기소·불기소 '처분 없이' 사건 쥐고 묵히기도
"특정 사건 기소 강제해 법 심판 받도록 해야"
※ 왜 검찰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존재가 됐는가. 대한민국에서 검찰은 어떤 권한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가. CBS 사건팀은 수사권조정 국면을 앞두고 여전히 막강한 검찰의 권한과 수사 과정의 내부 속사정을 들여다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경찰이 강도나 잡지 무슨" 욕하고 찢고…'검사님 갑질' 백태"
② "나 휴가 간다. 영장 올리지 마라"…검사님의 황당 '영장 갑질'
③ "죄인도 법정 세우지 않는 힘"…검사님의 막강 '기소권'
(계속)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지난해 경찰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몰래 변론'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 끝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당시 경찰은 우 전 수석이 선임계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들로부터 수임료와 성공 보수 10억5000만원을 건네받은 사실을 세금계산서로 확인했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다분했지만 사건이 검찰에 넘어간 뒤로는 진척이 없다.

경찰은 수사 당시 우 전 수석의 서울중앙지검 방문 기록과 신용카드 거래 내역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4차례 신청했지만 모두 반려당했다. 담당 경찰은 "영장을 신청할 때마다 검찰은 '혐의 소명 부족'이라는 여섯 글자만 달랑 적어 이를 반려했다"며 "전혀 납득이 안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압수수색 영장이 모두 가로막히면서 결국 경찰은 우 전 수석과 검찰 수뇌부 사이 청탁 여부는 조금도 들여다보지 못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 수사를 번번이 막았던 검찰이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지 않고 쥐고 있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검찰청법 제4조는 검사의 직무를 두 가지로 규정한다. '공익의 대표자', 그리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다. 그러나 현실은 다소 동떨어진 모양새다. 공익과 봉사라는 가치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안마다 다른 이중 잣대로 칼을 빼들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죄가 돼도 법의 심판대에 세우지 않을 권한. 바로 자의적 기소권 행사가 '슈퍼갑 검사님'의 막강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평가다.

◇ 한두해는 기본…기소도, 불기소도 없이 묵혀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기소권을 독점한다. 피의자가 법정 피고인이 될지 여부는 전적으로 검사의 판단에 달려있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 검사들은 법과 원칙에 따라 형사사건의 기소와 불기소를 결정한다. 하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사건을 장기간 쥐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중에는 유명인이 연루됐거나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도 다수다.

앞서 담당 수사관이 울분을 토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사건은 현재 검찰 단계에서 어떤 처분도 없이 1년 넘도록 방치돼있다.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수사 의뢰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사전선거운동 혐의는 검찰이 3년째 종결하지 않다가 지난해 시민들로부터 고발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문제가 된 보수단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의 불법 기부금 모집 혐의는 2017년 11월 검찰에 송치된 이후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일간베스트' 등에서 극우 댓글 공작을 펼쳤던 국정원 직원 3명을 검찰이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까지 하고도 2년 반 동안 묵혀온 사실이 몇해 전 CBS 노컷뉴스 취재로 알려지기도 했다.

검찰은 당시 네티즌들에 의해 적발된 '좌익효수'만 수사하고, 나머지 알려지지 않은 국정원 직원들은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검찰의 진짜 권력은 법정에 세우지 않는 권한"

검찰의 자의적인 기소권 행사는 제 식구 수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5년 동안 검사의 범죄 혐의를 검찰이 재판에 넘긴 비율(기소율)은 0.13%에 불과하다. 1000명 가운데 1명 정도만 법의 심판대에 선 셈이다.

일반인 범죄의 기소율이 41.7%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는 현저히 낮은 수치다.

경찰도 일반인과 경찰공무원에게 기소의견을 달아 사건을 송치하는 비율이 각각 64.2%와 25.7%로 차이가 나지만, 300배 이상 벌어진 검찰의 기소율에 견주면 불균형이 덜하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는 "검사의 경우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범죄 혐의가 있을 때 수사해서 재판에 넘기기보다는 문제가 있어도 권고사직을 시키는 정도 선에서 마무리 짓는 경향이 굉장히 높았다"며 검찰의 이중 잣대를 비판했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검찰의 진짜 권력은 누군가를 기소해 처벌받게 하는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아예 법정에조차 세우지 않을 수 있는 권한에서 나온다"고 꼬집었다.


◇ "기소권 남용 위험 커…불기소 막는 방안도 가능"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이같은 부당한 기소권 행사가 갑의 지위를 굳건히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진단한다.

검사의 결정에 따라 혐의가 의심돼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을 수 있는 동시에, 언제든 사건을 다시 꺼내 칼을 휘두를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검찰의 막강한 권력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남민준 형사전문 변호사는 "검찰이 기소 또는 불기소해야 할 사건을 어떤 조치도 없이 뭉개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통상 법원의 재량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기소 독점주의에서 나오는 권한의 폭이 큰 만큼 남용의 위험도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도 공익과 봉사를 떠난 검찰의 기소권 행사는 직접적인 상처로 다가온다. 피해자는 가해자 처벌과 그에 따른 원상 회복이 더뎌지고, 피의자는 불안정한 신분으로 계속 살아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린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내란·외환죄나 고위공직자 뇌물 범죄, 중대한 경제범죄 등 특정 사건의 경우 검사가 반드시 기소해서 유죄든 무죄든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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