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피해자'…쏟아지는 건축사기 피해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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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건축의 함정⑤] 건축사기에 극단적 선택도 생각
건축업체 상대로 민사소송 승소해도 "돈 받을 길 없어"
※자연을 벗 삼아 전망 좋은 집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전원생활. 내 집을 짓는다는 것은 누구나에게 가장 큰 꿈이자 로망이다. 설계부터 인테리어까지 전문가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막상 주택을 짓게 되면 소비자는 '갑'이 아닌 '을'이 된다. 불공정계약, 공사 중단, 건축 하자 등 물적·심적 고통을 겪는다. CBS노컷뉴스는 '주택 건축의 함정'을 통해 일부 건축회사가 소비자를 어떻게 기망하는지, 또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로망의 기쁨 보다 좌절만…전원주택 건축 주의보
②눈뜨고 코베이는 건축주…법인회사도 먹잇감 전락
③보기 좋은 떡은 주의…대금 지불 방식 개선해야
④건축사기, 누리꾼 분노…사기범죄 처벌 강화해야
⑤만연한 건축사기…법·제도적 보호장치 마련 시급 (끝)

CBS노컷뉴스의 '주택 건축의 함정' 연속보도 이후 전원주택 짓거나 지으려다 피해를 입었다는 다양한 추가 제보가 이어졌다.

계약금만 뜯긴 한 제보자는 변호사를 선임, 민사소송을 진행해 승소했지만 건축회사가 보유한 재산이 없어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영업사원 말만 믿고 외상공사를 진행했다가 건축비를 지불하지 못해 차량에서 생활하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건축사기로 인한 피해는 급증하고 있지만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지금이라도 미연에 피해를 방지하는 법적·제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5개월째 차량서 생활…극단적 선택도 생각

강원도 원주에 거주했던 A(41)씨는 자신이 후원하는 아이들을 체계적으로 보살피기 위한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을 설립하기로 하고 서울의 한 건축박람회를 찾았다.

A씨는 이미 제주 조천읍 와산리에 땅을 매입해 놓은 상태였다. 여러 건축업체와 상담을 했던 김 씨는 한 업체로부터 평당 500만원에 건축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건축 공사에는 1년이 소요되며 이 가격으로 해줄 수 있는 곳은 우리뿐이라는 건축매니저의 설명에 A씨는 귀가 솔깃했다.

2016년 3월 A씨는 해당 업체와 건물 2개동, 연면적 515.7㎡ 규모의 주택을 7억원에 짓기로 계약하고, 계약금 7천만원을 보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A씨는 건축비 마련을 위해 자신이 살고 있던 원주 집을 전세로 돌리고 1년 치 집세를 한꺼번에 지불하는 연세로 제주도에 집을 구해 가족들과 내려갔다.

하지만 건축매니저의 말과 달리 1년 넘게 공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는 7억원에서 14억원으로 두 배가 뛰었다. A씨는 막막했다.

그런데 건축매니저가 하청업체를 통해 살집부터 우선 짓자고 제안했다. 공사에 6억6천만원이 들어가니 먼저 2억원을 주고 나머지는 주택이 완공된 뒤 대출을 받아 지불하자고 했다.

또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브로커 소개비와 경비가 필요하다는 매니저의 말에 A씨는 총 4차례에 걸쳐 1100만원을 건넸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는 진행됐지만 A씨의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건축매니저와 하청업체간 갈등으로 수차례 공사가 중단됐고, 대출까지 막혀버린 것이다.

A씨는 주변에서 돈을 끌어다 업체에 건넸지만 아직도 2억5천만원이 남았다. 업체는 지난 5월 준공된 해당 주택에 유치권을 행사, 조만간 경매를 진행하겠다고 A씨에게 통보했다.

A씨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당시 매니저는 저에게 동아줄 같은 존재였고, 집을 완성하려면 그의 말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변호사를 고용해 법적 대응을 하고 싶어도 이미 자금이 바닥나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로 머문 집에서도 나와야 해서 가족들은 처가로 보내고 저 혼자 차량에서 5개월째 생활하고 있다"며 "억울한 심정에 극단적인 선택도 생각했지만 가족들 생각에 조심스럽다"고 한탄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민사소송 이겼지만…돈 받을 길은 '막막'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상가건물을 지으려는 B(44)씨는 2018년 1월 건축박람회에 참가한 한 업체와 연면적 330㎡, 5층 규모의 건물을 3억6천만원에 짓기로 계약했다.

당시 업체는 프로모션을 통해 설계는 공짜로 해주겠다고 제안했고, B씨는 언론 매체를 통해 해당 업체를 확인했던 터라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계약금 10%를 업체 계좌로 송금했다.

그런데 담당자가 수차례 바뀌면서 건축비는 6억원으로 치솟았고, B씨는 계약 위반으로 업체에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반환을 미뤘다.

지급확약서까지 써준 업체는 급기야 지난 6월 계약금을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B씨에게 통보했다. 건축업체 말에 현혹돼 수천만원의 계약금만 뜯긴 셈이다.

B씨는 500만원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하고 업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하지만 B씨는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업체가 보유한 재산이 없었던 것이다. B씨는 업체 주거래은행에 채권을 추심했지만 자신 말고도 9건의 채권 추심이 해당 계좌에 걸려있던 것을 알게 됐다.

B씨는 "다만 얼마라도 업체가 돌려줬다면 사회경험이라 생각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아예 한 푼도 못주겠다고 하니 황당했다"면서 "현재 업체 재산을 추적함과 동시에 관계자들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B씨처럼 계약금만 뜯겼다는 내용부터 목조자재를 덤핑으로 납품받아 물가와 인건비 상승을 빌미로 공사비를 부풀리는 업체까지 다양한 제보가 이어졌다.

공사가 멈춘 주택 건설현장(상단). 피해 건축주는 계약에 따라 건축회사에 총 건축비 가운데 90%를 이미 지불했다. 전원주택을 짓다 피해를 입은 건축주들이 업체 사무실 앞에 설치한 현수막(하단). (사진=피해 건축주 제공)
◇편의점 보다 많은 건축업체…법적·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이처럼 일부 건축회사의 허위·과장광고를 통해 건축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건축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정된 건축법에 따라 2018년 6월27일부터 연면적 200㎡를 초과하는 모든 건축물은 종합건설면허를 가진 업체를 통해서만 건축이 가능하다.


애초 연면적 661㎡ 이하 1가구 단독주택은 건축주의 직접 공사가 가능했는데 200㎡ 이하로 제한되면서 건축주 직영 공사가 축소된 것이다.

그러나 꾸준한 미니 주택 수요로 인해 전원주택 대부분이 200㎡ 이하로 지어진다는 점에서 부실 업체로 인한 건축 피해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윤관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남동을)은 "국내에서 편의점 보다 많은 것이 건설업체"라며 "부실 건축업체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소규모 건축에 대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건축 피해는 건축 공정을 모르는 건축주가 대금을 더 많이 지급해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지역의 건축사가 사회적 활동으로 저렴한 비용을 받고 관리를 해주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건축박람회가 부실 업체의 영업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질문에 윤 의원은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LH, 서울시 등 많은 공공기관들이 후원사로 참여하는 건축박람회에 참가한 곳은 보증된 업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람회에 참가한 건축업체 1곳이라도 사기가 적발되면 해당 박람회는 영원히 정부 공공기관의 후원 명칭을 사용 못하도록 한다면 주최 측도 자정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국토부가 연초에 발표할 수 있도록 박람회 후원 명칭 사용 제한을 건의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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