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술한 고용허가제로 피해"…첫 국가배상소송 이달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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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 사장 불법행위에도 사업장변경에 2달 걸려
고용허가제 아래 노동자 권리 보장 '쟁점'

(사진=자료사진)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가 국가를 상대로 사업장변경 요청을 신속히 처리하지 않았다며 제기한 소송의 결과가 이달 나온다. 국내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된 상황에서 국가의 절차 지연으로 취업하지 못해 생긴 손해를 인정할 수 있을지가 쟁점이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고용허가제 하에서 비슷한 문제로 재취업이 늦어져 벌이가 끊기거나, 심한 경우 미등록 체류자가 된 노동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정부 책임을 인정하는 사례가 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민사7단독은 오는 20일 외국인 노동자 A씨와 B씨(이하 원고들)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의정부지청(이하 노동청)과 사업주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판결을 선고한다.

원고들은 2016년 6월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와 C씨가 운영하던 공장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사업주는 당초 설명한 것과 달리 매월 숙식비를 임금에서 공제하고 법상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으로 월급을 줬다.

더 이상 C씨의 공장에서 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고들은 지난해 3월 노동청에 사업장변경을 요청했다. 고용허가제 하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하는 업체를 옮기려면 해당 사업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원고들의 경우처럼 사업주의 임금체불 등 불법행위로 인한 요청이라면 해당 기관이 사정을 검토해 사업장 변경을 승인할 수 있다.

다만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점은 노동자가 입증해야 하며, 서류를 갖춰 제출해도 사업주와 입장이 부딪히면 즉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다. 원고들은 임금체불이 있었다는 공식 확인을 받는 데만 1개월이 걸렸고, 이 자료를 제출한 후 사업장 변경 승인이 나기까지 또 1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간 C씨의 공장에 나갈 수도 없었던 원고들은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금쪽같은 시간 중 2개월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또 승인을 받고 실제 재취업이 되기까지 3개월을 쉬어 총 5개월을 빈손으로 지내게 됐다.

원고들을 대리하는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최소한 2018년 4월 체불금품확인원이 발급됐을 때에는 사업주가 체불한 임금이 확정된 것이기 때문에 사업장변경을 바로 해줬어야 하는데 한 달이 더 늦어졌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원고들은 이미 2017년부터 외국인센터 등을 통해 임금체불 문제에 대한 진정서를 계속 제출해 왔고 이듬해 2월에는 현장조사가 이뤄져 주장 내용 일부가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에 노동청 내부 부서 간 협력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더 빠르게 변경승인을 해줄 수 있었던 사안임에도 고의 또는 과실로 1개월을 더 지연시켰다는 주장이다.

사업장변경 요청 후 사업주가 무단이탈로 신고까지 한 상황에서 노동청의 승인 결과도 늦어지면서 원고들은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위자료도 청구했다.


반면 소송을 당한 노동청의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노동청 측은 노동자와 사업주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시간이 걸렸을 뿐 고의나 과실은 없었다고 반박한다. 체불임금 확인서가 제출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되는지를 살펴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원고들은 고용허가제도를 통해 한국에 들어와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는 근로자이며 국가는 사업주의 부당한 대우로부터 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국인 근로자에게는 당연히 보장되는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고용허가제'로 외국인 근로자에게만 극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장변경신청제도를 운영할 때는 외국인 근로자 보호의 관점을 더 우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고용허가제 하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신속한 절차 진행이나 관리·안내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업장변경 신청기간이나 구직기간을 넘겨 미등록 체류자가 된 외국인노동자는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2만8709명에 달했다. 특히 사업장 변경 신청기간을 초과한 노동자는 2015년 3407명에서 지난해 6404명, 올 8월까지 4582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사건에서 원고 2명이 국가와 C씨를 상대로 청구한 금액은 약 3280만원 수준으로 민사에서는 소액사건에 속한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라는 특수한 제도 하에서 근로자의 권리가 쟁점이 되면서 지난해 9월 소 제기 후 4번에 걸쳐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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