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내를 죽였다', 그늘을 표현하는 이시언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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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11일 개봉한 영화 '아내를 죽였다' (사진=단테미디어랩 제공)
블랙아웃 스릴러라는 장르와 '아내를 죽였다'라는 제목까지. 오늘(11일) 개봉한 영화 '아내를 죽였다'(감독 김하라)의 첫인상은 세다. 한가롭고 평화롭게 연말을 보내고 싶은 관객에게 다소 진입장벽이 높아 보일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제목이 주는 강렬함만큼 아주 잔인하거나 불필요하게 선정적이지 않다. 주인공의 상황이 생활 밀착적이어서, 현실적인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정호(이시언 분)는 남들처럼 직장 다니며 잘 살고 싶은 인물이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이기도 하다. 그런데 직장을 잃게 되면서 많은 것이 꼬인다. 다른 회사에 취직하기 전까지 아내 미영(왕지혜 분)에게 비밀로 하고 막노동을 하다가 우연히 불법 오락실에 들어서고 사채까지 쓸 정도로 도박에 중독된다.

도박꾼들의 사냥감이 되는 이들이 대개 그렇듯, '지금까지는 잃었지만 크게 한 방 따서' 엉망인 것들을 모두 되돌려 놓겠다는 마음으로 도박을 하던 정호. 아내의 시체를 발견했는데, 전날 술 때문에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정말 죽인 건지, 아니면 누가 죽인 건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까마득하다.


'아내를 죽였다'는 정호가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아내 살인사건의 전말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그러나 아주 치밀하고 정교한 스릴러는 아니다. 정호가 그날의 기억을 더 많이 떠올릴수록 실마리가 풀리는 단순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가민가하는 불안의 정서를 계속 깔아두기 때문에 지루하지만은 않다.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쉽게 위험하고 답 없는 길로 빠져들고,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지를 묘사하는 데 집중한 모양새다. 불법 오락실과 높은 이자를 받는 사설 대부업체의 관계, 도우미가 나오는 노래방, 술·담배 판매자들을 역으로 협박하는 등 탈선하는 10대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영화적 재미를 기대한 관객은 예상 밖의 전개에 실망할 수도 있다.

전형적인 선인은 아니지만 그동안 '가끔 밉긴 해도 사람이 나쁘지는 않은' 인물을 꾸준히 연기한 이시언은 정호 역을 연기하며 나락에 떨어진 사람의 그늘을 보여준다. 하루하루 인력 사무소에 나가지만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생활고에 찌든 자의 고단함, 왠지 조금만 더 가까이 가면 손에 닿을 것 같은 일확천금을 향해 타오르는 욕망, 늘 가지고 있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애정, 자책과 후회… 이시언은 대중에게 익숙한 얼간이 이미지의 예능인이 아니라 노련한 배우로서 때때로 노출되는 영화의 헐거움을 메운다.

보고 나면 거짓말, 불법 도박, 과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

11일 개봉, 상영시간 97분 27초, 15세 이상 관람가, 한국, 스릴러·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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