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천지 본부를 친 이재명의 결단…檢·警은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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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칼럼]

이재명 "경기도 공무원들은 신천지 명단을 확보할 때까지 철수하지 마라"

25일 경기도 과천시 모 쇼핑센터 4층에 있는 이단 신천지 부속기관에서 경기도 역학조사 관계자들이 이단 신천지 시설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강제 역학조사 차원에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우린 대구·경북을 초토화시킨 신천지를 너무 모른다.

방역 당국도, 대구시와 경상북도도 신천지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31번 확진자가 신천지대구교회 신도임이 밝혀졌을 당시에 신천지대구교회에 대한 역학조사를 했다면 초동 진화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대구시와 질본은 신천지대구교회 측의 협조를 기다린 결과 이제야 명단을 확보했다.

그것도 신천지대구교회가 넘겨준 자료에 의존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신천지 의심증상자가 갈수록 증가하는 이유도 바로 신천지의 '비밀주의' 속성에 기인하고 있다.

이른바 신천지인들의 포교 수법인 '모략' 전술(위기 때 거짓말)에 속은 것이다.

(사진=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경기지사는 신천지의 이런 행태를 안 것이다.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신천지를 겨냥할 때만해도 자발적인 협조를 하라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신천지는 응하지 않았으며 신천지과천본부 집회에 참석한 2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드러났는데도 명단 제출에 응하지 않자 전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25일 예상을 깨고 이단 신천지 과천총회본부에 대한 긴급 강제 역학조사에 나선 것이다.

경기도는 시설 내부에서 이 환자와 접촉한 신천지 신도의 명단을 포함한 당시 과천예배에 참석한 신도와 교인 1만 명의 명단과 자료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제 역학조사에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출석 신도들에 대한 격리 및 감염검사 등도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칫 제2의 대구 신천지 사태가 경기도서 발생할 수 있는 위중한 상황"이라며 "군사작전에 준하는 방역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경기도청 제공)

 

이 지사는 "대규모 감염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어 신천지 측이 명단을 제출할 때까지 더는 지체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코로나19'와 전쟁상황이다. 신천지 과천본부 신자 명단을 확보할 때까지 경기도 공무원들은 철수하지 마라"고 지시했다.

대구시가 경기도처럼 초장에 신천지대구교회에 진입해 역학조사를 실시했다면 대구·경북의 코로나19 무더기 발생뿐 아니라 부산·울산·광주·경기·강원도 등지로의 확산을 어느 정도 저지했을 것이다.

이 지사의 전광석화 같은 신천지본부 진입은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는 광주시처럼 신천지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시·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광주시가 광주신천지 베드로지파로부터 받은 114명의 의심자를 확인해보니 주소와 이름이 틀린 경우가 여럿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사의 말처럼 신천지가 제공한 자료를 믿을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가 신천지의 '선의'(?)에만 기대하며 시간을 끌다 대구·경북 봉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기도 역학조사관, 관계 공무원들이 25일 경기 과천시 별양동 신천지 과천총회본부에서 코로나19 관련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사진=경기도청 제공)

 

전쟁도, 전염병도,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사건사고도 지휘관이 초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대형 참사가 될 수도 있고, 참사를 최소화시킬 수도 있다.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는 지도자의 무능에다 경험과 판단 미숙이 부른 재해 수준의 사건이다.

사실 사법당국도 신천지본부에 대한 조치를 검토했으나 법의 미비와 이런저런 정치적 고려를 하다 신천지 신도들의 명단 확보 등을 놓쳤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검찰이 조국 관련 일가를 수사할 때는 전광석화처럼 나서더니 신천지에 대해서는 어찌나 뜸을 들이는지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코로나19의 전국화와 한국의 전염병 오명을 효율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경찰과 검찰만큼 위력적인 국가 기관이 없는데도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보여준 검·경의 태도는 크게 아쉽다는 것이 여권의 시각이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신천지를 신천지 집단이라고 지정했으면 무슨 말인지 알아야 하는데 검찰은 공권력이 아닌 검찰만의 기관이 아닌가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신천지본부에서 자료를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신천지는 신도들의 인적사항과 내부 실태 등을 이미 상당부분 감췄거나 부분만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신천지 시설 폐쇄(사진=경기도청 제공)

 

이단 신천지가 전국 시설 리스트를 공개했지만 포교 활동을 위한 센터, 문화센터, 복음방 일부는 여전히 숨기고 있는 것으로 CBS노컷뉴스의 취재 결과 드러났다.

신천지는 지난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신천지예수교회 전국 교회 및 부속기관 주소지 현황'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전국 1100개 관련 시설에서 방역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새로운 신자를 포섭하는 위장센터와 위장문화센터, 복음방 일부는 신천지가 발표한 시설 현황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신천지 측이 발표하지 않은 위장시설은 부산∙김해 및 대구에서만 23군데에 달한다.

'슈퍼전파'의 근거지가 된 대구에서는 위장센터 3곳, 위장문화센터 1곳, 복음방 2곳 등 총 6군데가 공개되지 않았다.

부산·대구 지역 신천지 위장시설. (사진=부산성시화본부 제공)

 

문제는 일반인은 이 시설들이 신천지 관련 시설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천지 교인과 접촉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위장된 신천지의 교육센터들이 우리 주변에 아주 가까이 있다.

인문학 강의, 천연비누 만들기, 캘리그래피 등 취미생활 관련 시설과 간판을 XX 문화센터', 'XX 아카데미'와 같은 이름을 달고 있어 일반인은 신천지가 운영하는 곳이란 점을 의심하기 힘들다.

이단 전문가들은 "지금도 신천지 시설인지 모르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기회에 본인이 다니는 복음방, 문화센터, 스터디룸, 카페 등이 신천지 관련 시설이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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