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령화에 중요성 커지는 이주민 복지 정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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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을 맞아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공약 제안 작업의 하나로 CBS노컷뉴스와 복지국가실현연대 총선지원단이 각계 전문가의 기고글을 연재합니다. 한국사회의 복지 실태를 점검하고 사회복지 정책의 중장기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편집자 주]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대한민국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시행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선거란 대의제 민주주의국가에서 국민이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며 주권행사의 구체적인 방법이다. '이주민 정책'은 인구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으므로, 그 정책 현안과 개선 과제를 점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의미 있다.

이주민은 국적별로는 한국인과 외국인, 세대별로는 1세, 1.5세, 2세 이민자로 구분할 수 있는데, 나날이 그 규모가 증가하고, 구성원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다. 2020년 1월 1일 기준, 한국의 체류외국인 수는 2,524,656명으로,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9%였다. 체류외국인 250만 명 시대가 열린 것이다.

외국인뿐 아니라 '국적취득자'와 '이민자 2세와 1.5세'의 수도 적지 않다. 2018년 1년 동안 한국국적을 취득한 사람 수만 176,915명이었다. 또한, 외국인주민 또는 국적취득자의 자녀인 '이주아동·청소년' 수는 2018년 11월 1일 기준 226,145명이었다. 2019년 1월 1일 기준, 체류외국인, 국적취득자, 이주아동·청소년이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3%에 달했다.

이민은 한국사회의 지속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하다. 2019년 11월까지 한국의 주민등록기준 한국인 인구는 51,851,427명으로 꾸준히 증가해왔으나, 12월 이후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2019)에서는, "총인구는 2028년 5,194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전망이고, 2019년부터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자연감소가 시작될 전망"이라 예측하였고, 그것이 현실화되었다. 이제 한국인만으로는 더는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더욱이, 2020년 1월 이후 한국사회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겪고 있는 위기로 인해, 외국인의 입국이 줄고, 출국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이전인 2019년 12월부터 총인구가 준 데에 이어, 2020년 이후 외국인의 이입이 줄고, 이출이 늘 경우, 인구감소 폭은 더욱 증가할 것이 확실하다. 인구감소, 인구고령화는 대한민국의 장래 설계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데, 이민이 그것에 대처하는 유력한 해결책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한국사회의 이주민의 현실을 반영하여, ① 이민정책과 이민행정조직 정비, ② 이주아동·청소년 지원체계 정비, ③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조직 정비와 종사자 처우개선, ④ 재한외국국적동포 포용정책 강화, ⑤ 차별금지법 제정을 제21대 국회의 정책 과제로 제시한다.

◇이민정책과 이민행정조직 정비

한국은 그간 국제이주 압력에 대해 사안별, 이주민집단별, 정부 부처별로 '문제 해결형 단기적 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외국인노동자, 결혼이민자, 외국인유학생, 외국인 인재, 외국국적동포, 난민신청자 등 대상별 정책은 있으나, 그것을 아우르는 정책은 없다. 정책 명칭도 법무부는 외국인정책, 고용노동부는 외국인력정책, 여성가족부는 다문화가족정책, 교육부는 다문화 교육정책이라 하여, 일관성이 빠져 있다.

그뿐 아니다.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국방부 등도 이주민 관련 정책이 있다. 즉, 부처별 고유 기능에 따라 이민정책을 수행하는 중앙정부 부처는 18개에 달한다. 이주민 관련 정책을 통칭하여 '이민정책'(immigration policy)이라고 부르는 게 전 지구적 표준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외국인정책·외국인력정책·다문화가족정책·다문화교육정책뿐 아니라 각 부처 고유의 기능에 따라 편성된 이민 관련 업무 역시 이민정책의 영역에 포함됨을 알 수 있다.

이민관련 법·제도 역시 분절적이다. '출입국관리법', '국적법', '난민법',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재외동포재단법', '고려인동포 합법적 체류자격 취득 및 정착지원을 위한 특별법', '해외이주법',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다문화가족지원법',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등 다수의 법률이 유기적 관계를 이루지 못한 채 파편화되어 있다.

요컨대, 파편화된 법·제도와 그에 근거를 둔 부처들의 단기 정책으로는 국제이주의 압력 속에 인구구조 변동에 대응하고,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를 확보하며, 공공복리와 국리민복(國利民福)을 늘리는 방향으로 이민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한계에 봉착해 있다.

그러므로 이민정책의 비전과 장기·중기·단기 전망을 제시하고, 통합적·체계적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국제인구이동·다문화사회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정책의 중첩을 제거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한편, 전 정부적 정책운영이 가능하도록 정부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우선, 여러 개로 흩어져 있는 법을 통합하고, 체계를 정비하여야 한다.

동시에, 이민정책 전담 행정조직으로 '국적·이민처'를 신설하여, 이민정책을 체계적으로 입안·심의·조정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국민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삶과 밀접한 전 부처를 아우르는 정책 현안을 다루고, 또 고유 기능에 의해 이민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18개 부처와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므로, 특정 부처의 외청인 청(廳) 조직은 그 한계가 뚜렷하다. 즉, 국무총리 직속인 처(處) 조직으로 설립해야 한다.

◇이주아동·청소년 지원체계 정비

2019년 4월 말 기준 국내 '거주' 18세 이하 '외국인 이주아동·청소년' 수는 99,410명이었다. 그중 합법체류자는 81,600명(82.1%), 불법체류자는 17,810명(17.9%)이었다. 연령별로는 0-5세 46,444명(46.7%), 6-11세 31,102명(31.3%), 12-14세 9,384명(9.4%), 15-18세 12,480명(12.6%)이었다. 15-17세는 7,904명(8.0%)이다. 18세 인구가 17세 인구보다 훨씬 많은 것은, 18세 이상을 성인으로 간주하는 나라가 많기 때문이다.

유엔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미성년자는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하였다 할지라도 그가 법률 위반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무죄로 간주한다. 한국은 1991년 이 협약을 비준하였고, 미성년 아동의 양육권과 교육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31조와 교육기본법 제8조에 근거하여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 총 9년의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므로, '외국인 이주아동·청소년'도 같은 처우를 받아야 한다. 즉, 국내 거주 '외국인 이주아동·청소년' 99,410명, 그중 불법체류자 17,810명도 '양육받을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를 누려야 한다.

이들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나타난 '외국인주민 자녀'와는 별개의 집단이다. 행정안전부 '외국인주민 자녀'는 '한국국적을 취득한 자'의 자녀 및 한국인과 결혼한 '한국국적을 가지지 않은 자'의 자녀 중 미성년자만 집계한다. 그들은 전원이 대한민국 국적자로, 2018년 11월 기준 226,145명이었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이주아동·청소년은 대한민국에서 '양육받을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세부 집단에 따라 그 양상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이주아동·청소년은 언어, 학업, 정체성 혼란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모의 이혼과 재혼 등을 경험한 이주아동·청소년은 더욱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주아동·청소년 지원체계를 강화하여야 한다. 외국인 아동도 '양육받을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을 정비하여야 한다. 특히, 부모가 불법체류자인 이주아동·청소년이 공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이주아동·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전담 사례관리사 제도'를 도입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책 사각지대 이주아동·청소년을 찾아내어 지원하기 위한, 부처 간 연계, 지역 내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아동·청소년을 위해서는 치료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조직 정비와 종사자 처우개선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은 여성가족부에서 가족정책의 하나로 수행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의 안정적 정착과 가족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관협력조직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전국에 설치되어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이래 여성가족부에서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다문화가족·건강가정지원센터협회'에서는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그들은 무리하게 통합한 센터에서는 정책수혜대상자에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부처의 사업수행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다문화가족의 사회통합 차원에서 다문화가족 지원 서비스 중심으로 기능을 전문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가족정책뿐 아니라 이민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여야 한다.

또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직원은 다른 복지기관 종사자보다 열악한 처우를 받는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 동일노동-동일임금 체계로 개선하여, 타 복지기관 종사자와의 불평등을 해소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이 다문화사회 이민자 사회통합 전문가로서 경력을 축적하며, 더욱 내실 있는 다문화가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재한외국국적동포 포용정책 강화

2019년 4월 30일 기준 재한외국국적동포 거주자 수는 888,810명(거주 외국인 중 45.1%)이었다. 1997년에 설립된 대한민국 외교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인 '재외동포재단'이 있으나, 그것은 "재외동포들이 민족적 유대감을 유지하면서 거주국에서 그 사회의 모범적인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9년 법무부는 국내에 친인척이 없는 외국국적동포의 사회적응을 지원하는 '동포체류지원센터'를 서울, 안산, 광주에 설립하였다. 2020년 4월 현재 7개 동포체류지원센터가 국내 무연고 외국국적동포에게 쉼터 제공, 고충·취업·법률 상담 등을 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노동자 대상 외국인력지원센터, 결혼이민자 대상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 비해서는 그 지원 규모가 작고 포괄 범위가 협소하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동포체류지원센터에 대한 인력과 예산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한외국국적동포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의 대상이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한국어를 잘 구사한다는 등의 사유로 상대적으로 소홀히 처우 되고 있다. 외모가 같고, 한국어를 잘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외국에서 살다가 귀국한 다음에는 국내 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외국인 대상 사회통합 프로그램이 기초 한국어 교육 등에 치우쳐 있는 게 현실이라, 그들에게 적합한 사회통합 프로그램이 미흡하다. 한국과 다른 나라의 법·제도·문화 차이 교육 등, 정책 수요를 고려하여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

국적·인종·민족·장애 등을 근거로 한 차별이 만연한 사회는 문명이 아니라 야만이다. 정부가 다문화사회 건설을 외치고, 언론에서 세계시민의 자세를 아무리 강조해도 시민의 마음가짐이 바뀌지 않으면 선진사회 구현은 불가능하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의 의식과 태도를 바꾸는 가장 효과적 방법의 하나는 강력한 제재를 겸비한 법률을 시행하는 것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그런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 차별을 초래하는 고정관념·편견의 근저에 인종·종족뿐 아니라 사회계층·직업·빈부·출신국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으므로, '인종'차별금지법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제17대(2007년 정부 발의), 제18대(2008년 노회찬 의원 등 10인 발의; 2011년 권영길 의원 등 10인 발의), 제19대(2012년 김재연 의원 등 10인 발의; 2013년 김한길 의원 등 51인 발의; 2013년 최원식 의원 등 12인 발의) 여섯 차례에 걸쳐 '차별금지법' 제정을 시도하였으나, '동성애차별금지법반대 국민연합' 등 보수 개신교 세력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모두 좌절되었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을 펼쳤던 인사 중 몇몇은 동성애뿐 아니라 반이슬람을 내세우며 반다문화 운동까지 전개하기도 하였다. 제20대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소수자가 취업, 교육, 재화·서비스의 이용 등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받지 않고 피해 발생 시 구제받을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그것은 사회적 소수자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로,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확보하는 초석 중 하나라는 점에서, 제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제정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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