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무죄, 제식구 감싸기냐? 수사 잘못이냐?[권영철의 Why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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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출연 : 권영철 대기자

법원의 무죄 선고는 이규진 상임위원 1,2심 판결과 배치
이탄희 "1심 판결은 비상식적. 명백한 월권이다"
대법원장의 지위에 영향을 받았지, 권한이 있어서 영향을 받았겠나?
검사출신, "47개 혐의 모두 무죄는 검찰의 수사에 문제가 있다"



◇정다운> 지난 금요일이죠. 사법농단 사태의 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1심 법원이 전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기소된 혐의가 무려 47개였는데요. 재판관여 의혹,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등 모두 인정되지 않은 겁니다.
   
사상 초유의 수사였고, 전직 대법원장이 피고인석에서 1심 재판만 5년을 받았죠. 이 무죄의 의미를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권영철 대기자 어서오세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 1심에서 통 무죄가 선고됐는데요. 법원에서 '제식구 감싸기'를 한건가요? 아니면 검찰 수사가 잘못된 건가요?

◆권영철> 어느 한 가지 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우선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사법농단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탄희 의원은 '비상식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오늘 새벽에 통화를 했는데, "판사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규진 전 상임위원의 판결문에 양승태 대법원장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면서, "그것과는 반대되는 판결"이라고 했습니다.
   
이규진 전 상임위원의 업무수첩에 'CJ 보고, 강경대응 주문' 이런 메모가 나온다는 겁니다. 그리고 아직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아서 정확한 건 확인해봐야겠지만, 재판관여 인사 압박 등의 사실에 대해서는 1심 재판부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다운> 양 전 대법원장이 무죄라면 사법농단,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 자체가 없었다는 건가요?
   
◆권영철> 그건 아닙니다. 1심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부 재판 개입과 법관 독립 침해 행위를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렇지만 대법원장은 공모하지 않았거나 공모를 증명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법원행정처가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제청 결정을 한 재판부에 직권취소 및 재결정 의견을 전달한 일이나 판사 비위 관련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에 선고 시기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것이 대표적인 재판개입으로 인정했습니다.
   
또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에게 헌재 내부 사건 정보·동향 수집을 지시하고,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담당 재판부에 대한 특정 법리 전달 등을 지시한 사실도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를 하나도 인정하지 않은 겁니다. 임종헌 차장이나 이규진 위원으로부터 사전에 관련 내용을 보고받거나 승인하거나 지시한 일이 아예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정다운> 물론 임종헌 차장이나 이규진 상임위원도 대법원 수뇌부이긴 합니다만, 대법원장의 지시나 승인 없이 그런 행위를 할 수 있는 구조인가요?
   
◆권영철> 말이 안되죠, 대법원장의 의사에 반해서 재판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그걸 어떻게 수습하겠습니까?
   
법원행정처 조직에 대해 이해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의 비서조직이고, 관료조직이기 때문에 결재를 받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입니다. 비서나 행정관료가 상관의 지시가 없는데 마음대로 재판에 관여하거나 지시를 내릴 수 있을까요?
   
사법농단 재판과정에서 나온 얘긴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차장의 건배사가 KKSS라고 합니다. 임 전 차장이 KK하면, SS로 받는 거죠, 'KK는 까라면 까고, SS는 시키면 시키는대로 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정다운> 수직적이라고 하면 검찰이 먼저 생각나거든요.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법원행정처 조직 내부도 그만큼 수직적인 구조인가요?
   
◆권영철> 그렇다고 합니다. 이탄희 의원은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는 판사는 판사가 아니라 행정요원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수직적인 구조다. 행정처에 근무해보면 안다"고 말했습니다.
   
◇정다운> 특히 다른 기소된 법관의 경우 1심에서 일부 유죄가 나오기도 했기 때문에 전직 대법원장 봐주기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는데요. 
   
◆권영철> 이 내용은 판결문이 나와 봐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단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유는 재판에 관여하고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에 직접 표기한 사실 등이 드러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재판과 이규진 전 상임위원의 1.2심 판결이 다른 대목은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혐의' 입니다. 이 전 위원에게는 1심과 2심 재판부가 모두 양 전 대법원장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전 위원의 일정파일에 '인사모 CJ(대법원장) 보고(강경대응 주문)' 등이 기재돼있기 때문입니다. CJ는 (Chief Justice)의 약자로 대법원장을 칭하는 겁니다.
   
이 전 위원 사건 1심 재판부는 헌재 정보 수집 지시, 통진당 행정소송 개입에 대해서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의 공모를 인정한 바 있지만 이번 재판부는 이를 모두 부인했습니다.
   
다만 이규진 전 상임위원이 양 전 대법원장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대책 마련 지시를 받지 않았고, 사후에 보고한 기억이 없다"고 증언하면서 1심 재판부가 이를 근거로 공모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전범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서 주심인 김용덕 전 대법관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되면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한 대목과, 대법관회의에서 외교부가 의견서를 낼 수 있게 민사소송규칙을 바꾼 것도 있습니다. 심지어 전범기업 측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한모 변호사를 세 차례 이상 만난 사실도 드러났지 않습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는지는 판결문이 나와 봐야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정다운> 1심 판결문은 어쨌든 형사법적으로 죄를 묻긴 어렵다는 거죠?


◆권영철>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되는 겁니다. 그렇지만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논의하고 판사들의 뒷조사를 해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구체적인 재판에 관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라질까요? 그렇게는 안 될 겁니다.
   
◇정다운> 가장 논란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직권남용 부분인데요, 권한이 없으니까 남용도 없다. 일반인의 시각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설명을 좀 부탁드릴게요.
   
◆권영철> 가장 논란을 빚는 쟁점입니다. 지금 법이나 판례에 따르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본인에게 부여된 권한을 행사해야 되는데, 본인 권한이 아니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성립 안 된다는 이런 논리입니다.
   
대법원장이 1심이나 2심 재판에 관여할 권한은 없죠. 재판은 법관이 독립하여 법률과 양심에 따라 하는 것이니까요. 사실 판사들도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는 현행법으로 처벌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쪽이 다수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양승태 대법원장시절 법원행정처가 구체적으로 재판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지 않습니까? 월권을 한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연합뉴스
이탄희 의원은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위를 남용한 거다. 재판 개입을 하면 판사들이 왜 거기에 굴복을 했겠나? 대법원장이 최고 권력자니까 그 지위에 따라서 영향을 받은 것이지 형식적으로 대법원장이 재판 개입할 권한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따져서 영향을 받고 안 받고 이런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습니다.
   
월권은 분명하니까 그에 맞는 대처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법이 미비하면 보완해야 한다는 거죠.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있는 중견 법조인은 '사법행정권 남용'은 맞지만, 이걸 형사적으로 몰고 간 게 잘못의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에 통째로 갖다 바쳤다고 표현을 했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대법원의 사실상의 수사 의뢰로 진행된 사건이었다"고 책임을 대법원에 돌리는 듯 한 발언을 했습니다.
   
그 때문에 검찰은 법원 서버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고, 대법관을 포함한 법관 100여명이 검찰수사를 받았습니다.

이탄희 의원은 "재판에 개입하는 건 권한이 없는 일이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니까 그런 권한이 어디 있겠나? 그렇다고 그런 권한이 없는 일을 했기 때문에 무죄다? 이런 법리를 우리 국민들이 납득하실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정다운> 월권죄라는 게 현행법엔 없기 때문에 형사 처벌 자체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렇다면 검찰이 당시에 그렇게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것도 납득이 잘 가지 않는데요?
   
◆권영철> 검사 출신, 그것도 특수수사로 이름을 날렸던 사람들의 비판이 나옵니다.
   
검사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은 수사를 총지휘한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하고, 수사팀장인 한동훈은 비대위원장직을 즉각 사퇴함이 마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이원석 검찰총장도 검찰을 대표해 사과하고 항소 포기를 통해 더 이상 불필요한 국가적 에너지 소모가 없도록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 특수수사 체계의 전면적 대수술이 불가피하다고 강조를 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독립조사기구에서는 사법농단 수사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위한 검찰 특수수사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검찰은 수사할 수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진검승부에 지고서도 아니면 말고는 없다"고 했습니다.
   
특수통 출신인 전직 고검장은 "처음부터 무리한 수사였다"면서 "수사팀이 언론 플레이해서 분위기 만들고 국민여론 만들어서 양 전 대법원장 영장 발부하게 만들었던 거지 그게 무슨 범죄를 구성합니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법농단 수사를 문재인 정부에서 지시해서 한 것처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데, 그렇다면 당시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검사장이나 한동훈 3차장이 그런 부당한 지시에 따른 건 정치 권력에 추종해서 수사한 게 되지 않냐?"면서 "그런 논리로 따지자면 수사팀이 더 비난받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검사는 29일 페이스북에 "다른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수사를 하는 사람으로 그 결과에 대해 직과 인생을 걸고 책임지는 수사를 해야 한다"면서, "유무죄는 법원의 판단이라고 방치하는 검사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검사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는데, 이 글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그런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수통 출신의 전직 검사장은 "검찰이 기소한 47가지 혐의 모두가 무죄로 판단됐다는 건 검찰의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정다운> 수사를 하고 처벌할 게 아니라 법관 다른 방식으로 책임을 물었어야 하는 건가요?
   
◆권영철> 그런 평가를 하는 법조인들이 많습니다. 대법원이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검찰에 수사를 맡기는 모양새가 된 건 아무리 비판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물론 대법원이 공식적으로 고발을 하거나 수사의뢰를 한 건 아닙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공식 발언은 "검찰이 수사한다면 협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으로서는 사법농단 사태를 사법부 자체 조사로 끝내려 할 경우 그 결과를 국민이 믿어주겠느냐는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긴 2019년 2월 11일 대법원 모습. 연합뉴스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긴 2019년 2월 11일 대법원 모습. 연합뉴스
사법농단 수사는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특수 1·2·3·4부를 총동원해 수사했습니다. 그 결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전·현직 고위 법관 14명을 기소하고 66명은 비위가 있다고 대법원에 통보했습니다.
   
2019년 당시 한동훈 3차장의 발표 내용 들어보시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재판 개입, 법관 인사 불이익조치, 법관 비위 은폐 등 사건과 관련하여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 공무집행 방해, 공전자 기록 등 위장 및 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고 등 손실죄 등으로 구속 기소하고…."

   
한동훈 3차장은 "검찰은 판결 선고 시까지 최종적으로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사법농단 수사 때문에 윤석열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을 연임했고, 검찰총장으로 직행했습니다. 그로인해 대통령까지 됐으니까 역사의 아이러니라는 중견 법조인의 평가가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결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의해 이렇게 대규모로 노골적이고 끔찍한 공격을 당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는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사법의 정치화는 양 전 원장이 자초한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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