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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신고 당한 대통령의 친구[베이징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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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정재호 대사에게 폭언 들은 주중 한국대사관 주재원 신고
"파티는 끝났다" 발언에 질문 없는 특파원 간담회 등 논란
조사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대통령과 고등·대학교 친구
대통령이 뒷배경인 고위공직자, 누가 통제하고 쓴소리하나

정재호 주중대사. 연합뉴스정재호 주중대사. 연합뉴스
"터질게 터졌다"

28일 오전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가 갑질 신고를 당해 외교부가 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에 대한 주중 한국대사관 안팎의 반응이다.

해당 보도는 베이징 소재 주중 한국대사관에 근무해온 한 부처 파견 주재원이 업무시간에 정 대사에게 불려가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고 이를 녹음해 이달 초 외교부에 갑질로 신고했다는 내용이다.

사실 정 대사가 대사관 직원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언행을 자주해 직원들이 힘들어 한다는 얘기는 이전부터 흘러나온 바 있었다.

한 고위급 외교관이 정 대사로부터 폭언을 들어 힘들어하다 타 지역으로 떠났다는 얘기, 업무보고 시 정 대사의 질책과 핀잔이 도를 넘어 될수있으면 보고할 거리를 만들지 않는다는 얘기 등이 여러 경로를 통해 떠돌았지만 당사자들이 언론 취재에는 입을 다물어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 주재원이 정 대사의 발언을 녹음까지해 외교부에 신고했다니 그동안 소문, 혹은 하소연으로 들려오던 정 대사의 갑질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가 곧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고위직 공직자로서 한 조직을 대표하고 통솔하는 위치에 있다보면 여러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어찌보면 필연적인 일일 수 있다. 인사나 처우에 대한 불만이 쌓여 악의적인 투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구설수에 올랐을때 주변인들의 반응이다. 해당 공직자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면 오히려 주변인들이 똘똘 뭉쳐 그를 보호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 언급한 대사관 안팎의 반응처럼 정 대사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것 같다.

'파티는 끝났다', '질문 없는 간담회' 등 잇따른 논란

정 대사는 취임 직후부터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지난 2022년 8월 취임하자마자 중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인들을 모아놓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언급하며 '파티는 끝났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3년여간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고통을 겪고 있던 기업인들에게 새로 취임한 대사가 희망의 메시지는 커녕 더 암울한 미래를 설파했으니 참석한 기업인들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또, 취임 직후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발언을 실명 보도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1년 넘게 특파원 간담회에서 사전에 이메일로 접수된 질문에만 일방적으로 답변하고 현장 질문은 받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일부 부처나 지방 정부가 언론과의 불화로 '일시적'으로 기자 간담회를 취소·연기하거나 축소한 경우는 있어도 1년 넘게 질문 없는 간담회를 이어가는 것은 민주화 이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이보다 취임 1년 반동안 한중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중국 현지에서 한국 정부를 대표하고 있는 정 대사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 대사 부임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약 1년간 중국 현지 주요 인사를 만나는 데 쓰게 돼 있는 네트워크 구축비를 활용해 중국 외교부와 접촉한 횟수가 단 1건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사로서 중국 측과의 부실한 접촉면을 질타한 바 있다.

베이징 교민단체 한 고위 관계자는 "교민들은 정 대사가 부하 직원에게 갑질을 했는지 여부에는 큰 관심이 없다"면서 "그보다 한중관계가 좋아져야 교민들도 먹고사는데 정 대사가 한중관계 회복을 위해서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의 친구를 4강대사로…이게 최선입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재호 주중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재호 주중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
대사관 안팎에서는 정 대사의 '맷집'이 대단하다는 얘기가 자주 회자된다. 대표적으로 질문 없는 특파원 간담회 문제로 '불통'이라는 언론의 비판 보도가 쏟아졌지만 정 대사는 지금껏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베이징에 파견된 30개가 넘는 언론사 특파원들 대부분을 적으로 돌리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셈인데 이를 두고 혹자는 '학자로서의 자존심'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의 '든든한 배경' 때문이라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서울대 교수 출신인 정 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등학교 동기.동창이자 서울대학교 동문으로 오래전부터 윤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을 이어온 친구 사이로 알려져 있다. 정 대사는 지난 1월 의료 휴가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윤 대통령과 비공개 만남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돌아보면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구를 4강 대사인 주중대사로 임명한 것에 대해 언론이 제대로된 감시자 역할을 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정권 출범 초인데다 중국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니 어쩌면 둔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정권의 힘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자신의 친구를 고위 공직에 앉히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따져물어야 했다. 최고권력자의 친구라는 타이틀을 가진 공직자를 과연 누가 통제하고, 쓴소리를 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했다.

그런 이유에서 익명의 신고로 정 대사의 갑질 의혹이 세상에 알려지기는 했지만 현직 대통령의 친구를 대상으로 제대로된 조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정 대사는 보도 이후 "언론 보도 내용은 일방의 주장만을 기초로 한 것"이라며 "관련자의 명예가 걸려 있는 바, 추측 보도 자제를 요청한다"고 입장을 냈다.

'일방의 주장'이라는 '주장'에 심적 부담이 밀려오기는 하지만 대통령의 친구를 고위 공직에 임명하는데 무감각했던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뒤늦게라도 대통령의 친구에 대한 외교부의 조사와 조치가 정말 공정하고 엄정하게 이뤄질지 눈 부릅뜨고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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