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 연합뉴스중국 당국이 경기 침체 우려에도 대규모 부양책에는 인색하다는 시장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을 통해 정부에 경기 부양 자금을 제공할 것이라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SCMP는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시에 따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조만간 국채 매입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인민은행의 국채 매입은 2000년대 초 이후 20여년 간 사용하지 않았던 조치이다.
SCMP는 그 근거로 시 주석이 지난해 10월 30일 열린 중앙금융공작회의에서 "통화정책 도구상자를 풍부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인민은행은 공개시장 운영을 통해 국채 거래를 점차 늘려야 한다"고 지시한 부분에 주목했다.
시 주석의 지시처럼 화폐 발행권을 가진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 정부의 국채를 매입하면, 정부는 국채 판매로 거둔 수익금을 가지고 경기회복을 위한 대규모 부양책을 펼수 있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사용한 방안으로 경기회복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돈이 너무 풀려 환율 방어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은 물론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중국 위안화. 연합뉴스
SCMP 역시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은 정부 재정 부족분을 중앙은행이 보충하는 이른바 '재정의 화폐화' 우려를 부추기고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양적완화를 뒷받침한 현대화폐이론(MMT)의 논리와 부합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부양책에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시장의 불만이 크다는 점에서 이같은 조치가 시장을 달래고 중국 당국의 정책 신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탠다드차타드(SC)의 중화권 수석이코노미스트 딩솽은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은 쉽고 효과적인 도구"라면서 "유동성을 높이고 경제활동과 성장을 촉진하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SCMP의 전망과 달리 시 주석의 국채 매입 지시가 나온지 5개월여가 지났지만 인민은행은 여전히 공개시장 운영을 통한 국채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로 중국 당국이 이같은 조치를 통해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앞서, 지난 11일 폐막한 양회(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도 중국 당국은 올해 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면서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공개하지 않아 시장의 원성을 산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