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12일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 112주년을 맞아 농업근로자와 농근맹원들의 경축모임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북한이 김일성 주석을 찬양하기 위해 제정한 공식 생일명칭인 '태양절'을 '4.15'로 변경한 것으로 통일부가 추정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일성 생일의 공식 명칭인 태양절과 관련해 "북한은 지난 2월 18일 이후 태양절(김일성 생일)과 광명성절(김정일 생일) 용어를 쓰지 않다가 김일성 생일 당일인 15일에 단 한 건의 기사에 이 용어를 썼다"며 "과거 사례와 비교할 경우 의도적으로 다른 용어로 대체하거나 태양절 표현만 삭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성 생일을 맞아 진행된 의도적 정황을 보면 이 이름이 4.15로 잠정적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공식 생일 명칭을 변경한 배경으로는 우선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19년 서한에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고 밝힌 적이 있는 만큼, 태양절 등 선대 수령에 대한 지나친 신비화를 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김일성과 김정일 등 선대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김정은 홀로서기'의 일환이거나 사회주의 정상국가화 추세에 맞춰 신비화와 관련된 표현의 사용을 자제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처럼 선대 우상화 수위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면서도 김정은의 권위는 높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으나 TV 방송에서는 '주체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와 같은 구호의 현수막이 식별된 적이 있다.
북한은 지난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일성 주석 생일 112주년 기념 청년학생들의 야회 및 축포발사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북한은 특히 최근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이른바 '통일 지우기' 작업을 하며 선대의 일부 업적을 지우고 있는데, '신비화된 선대'는 김정은이 제기한 2국가론에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일성의 생일은 4.15절로 불리다가 지난 1997년 김일성 사망 3년 상을 마치고 김정일 정권이 본격 출범하면서 5개 주요기관 명의의 공동결정서 채택으로 주체 연호의 도입과 함께 태양절로 격상한 바 있다.
그런데 올 들어 지난 2월 18일 이후 태양절 대신 '4월 명절'이나 '4월 봄 명절' 등으로 표현하다가 생일인 15일 노동신문의 경우 한 건의 기사에서만 이 용어를 사용했고, 이날 신문 1면 제호 아래의 '경축' 배너에서도 예년의 '태양절' 용어를 '4·15'로 대체한 바 있다. 태양절 용어는 TV 방송에서도 쓰이지 않고 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태양절 용어 사용을 자제한 기간이 두 달에 불과하므로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려면 내년 김정일 생일 이후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