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이목이 쏠렸던 '김건희 여사‧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자 시민사회 단체들은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과 관련한 야권의 특검 추진 움직임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수사를) 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건 특검의 본질과 맞지 않는, 어떤 면에선 정치 공세가 아니냐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실망스럽고 무책임한 행태"라며 "반성도 변화도 없었던 기자회견"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주범들이 유죄 판결을 받는 상황에서도 이번 정부 검찰은 김 여사를 소환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는 것을 온 국민이 알고 있다"며 "김 여사를 성역으로 여기고 법 위에 서서 군림하려는 윤 대통령의 행태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라고 규탄했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을 놓고는 해병대예비역 단체의 비판도 뒤따랐다. 윤 대통령은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수사 당국에서 상세하게 수사 결과를 설명할 것이다. 그것을 보고 국민이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특검을 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했다. 야당 단독으로 처리한 해당 특검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셈이다.
해병대예비역연대 정원철 회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은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수사 기관의 수사가 미진했을 때 특검을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현재 기준으로 미진하다"며 "(순직 사건이 발생한지) 10개월을 향해 가고 있는데, 아직 결과물도 제출하지 않은 수사 부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특검을 왜 못 받느냐. 범인이 발이 저리니까 못 받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9일 오전 서울시내 한 시장에서 상인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시민단체 군인권센터도 "특검은 일반 수사기관이 압력 없이 공정하게 수사하기 어려운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일반 수사기관의 수사가 다 끝난 뒤에 도입하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나아가 "대통령은 '채상병 사망 사건의 진상이 규명될 것이라 믿고 있다'며 남 얘기하듯 하지만 특검법상 주요 수사 대상은 다른 사람이 아닌 대통령 본인과 측근들"이라며 "윤 대통령이 설 곳은 기자회견장이 아닌 특검 포토라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노동계의 반발도 거셌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지난 2년 간 대한민국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은 초토화됐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진정으로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원한다면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의 진정 어린 대화와 소통에 나서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