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후지산 왜 못 찍게 하나"…日지자체 "위험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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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가와구치코 내 편의점-후지산 인증샷 명소 관광객 촬영 막는 가림막 공사중
경비 관계자 "법규 지키지 않는 관광객 많아 사고 발생 위험 커 조치하는 것"
촬영 제제로 또다른 후지산-편의점 촬영 명소에 관광객들 몰려

후지 가와구치코 로손 에키마에점 앞에 여러가지 언어로 무단횡단을 하지말라는 안내판이 설치된 모습. 최원철 기자후지 가와구치코 로손 에키마에점 앞에 여러가지 언어로 무단횡단을 하지말라는 안내판이 설치된 모습. 최원철 기자
"여기서 사진 찍으면 안 됩니다. 돌아가세요."

일본 야마나시현 가와구치코 마을 내 후지산 촬영 명소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경광봉을 든 경비 관계자에게 제지당했다. 관광객은 한 장만 찍자고 설득했지만 경비 관계자는 완강하게 안 된다는 사인을 보내며 제지했고 결국 관광객은 자리를 벗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후지산 사진 한장 찍고 싶었을 뿐인데 왜 저렇게 막는 건지 이해할 수 없네요. 유명한 명소라서 저도 한 장 찍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라며 토로했다.

근래 일본은 코로나 엔데믹과 엔저의 영향으로 관광객이 몰려 어디를 가도 사람이 많은 '오버투어리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명소로 알려진 곳에는 여러 국적의 관광객으로 붐볐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후지 가와구치코역 근처에 위치한 '로손(LAWSON) 가와구치코 에키마에점'은 가게 간판 위에 후지산의 모습을 함께 담을 수 있어 인증샷 촬영 포인트로 잘 알려져 있다. 후지산 인증샷은 SNS를 좋아하는 관광객이라면 꼭 가봐야 하는 버킷리스트였다.

도쿄에서 약 110km 떨어진 가와구치코 마을은 후지산 동북부에 위치한 작은 소도시로 가와쿠치코 호수와 함께 후지산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롤러코스터로 유명한 후지Q 아일랜드도 근접해 있어 날씨가 좋은 날 이 지역을 여행하려면 관광객들은 아침 일찍 교통편을 구하려는 예약 전쟁을 거치곤 한다. 특히 도쿄 신주쿠역에서 출발하는 '후지카이유' 특급열차는 오전 시간에는 만석으로 예매 난이도가 높고 고속버스도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당일 오전표를 구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후지 가와구치코 로손 에키마에점 도로 건너편 인증샷 촬영 포인트에서 사진 촬영을 하려는 관광객이 제지 당하는 모습. 최원철 기자후지 가와구치코 로손 에키마에점 도로 건너편 인증샷 촬영 포인트에서 사진 촬영을 하려는 관광객이 제지 당하는 모습. 최원철 기자
하지만 무단횡단부터 건물 무단 침입까지 벌이는 일부 관광객들의 몰상식한 행위로 인해 지역 당국은 문제의 인증샷 촬영 위치에서 관광객들이 더 이상 인증샷을 찍을 수 없도록 가림막 설치를 결정했고 지난 6일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이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외신들은 이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후지 가와구치코역. 최원철 기자관광객으로 붐비는 후지 가와구치코역. 최원철 기자

후지 가와구치코 로손 에키마에점 도로 건너편 인증샷 촬영 포인트에 가림막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 최원철 기자후지 가와구치코 로손 에키마에점 도로 건너편 인증샷 촬영 포인트에 가림막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 최원철 기자
경비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관광객의 교통법규 미준수를 지적했다. 그는 "이곳(촬영포인트)과 편의점 사이에는 왕복 2차로 도로가 있는데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이곳은 시내 중심이라서 차가 많이 다니는 곳인데 무단횡단하는 관광객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어떤 사람은 인증샷을 찍겠다고 도로 뒤 병원 건물까지 무단으로 침입한 적도 있다. 인근 주민들은 이런 관광객들 때문에 너무 피해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가 다른 여러나라의 관광객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이곳의 룰(교통법규)을 모를 수 있다. 그래서 어려가지 언어로 안내판을 붙였지만 사람들이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곳은 후지산에 등반하려는 사람들의 동선도 겹치는데 두달 뒤(7월) 입산기간이 시작되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관광객이 많아지면 지역 입장에서는 좋지만 그것은 룰이 지켜졌을 때의 이야기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후지 가와구치코 로손 에키마에점 도로 건너편 인증샷 촬영 포인트에서 차도를 걸어가는 관광객의 모습. 최원철 기자후지 가와구치코 로손 에키마에점 도로 건너편 인증샷 촬영 포인트에서 차도를 걸어가는 관광객의 모습. 최원철 기자
실제 관광객들의 비매너 행위를 목격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경비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에서도 한 외국인 커플은 차도를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녔고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 행렬 가운데 순간적으로 관광객 한 사람이 들어가 사진을 찍는 아찔한 상황도 발생했다. 이윽고 경비원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위험하니까 차도에서 나오세요."

이어지는 사진 촬영 제재에 일부 관광객들은 다른 인증샷 촬영 포인트로 이동했다. 가와구치코에는 로손 편의점과 후지산을 함께 담을 수 있는 포인트가 '가와구치코 에키마에점'과 '가와구치코 마치야쿠바마에점' 두 곳 존재한다. 다른 점포는 '에키마에점'에서 자동차로 3분, 도보로 1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 기자와 함께 이동했던 관광객 그룹은 "건물들이 붙어 있는 에키마에점보다 더 쾌적하게 후지산을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택시에서 관광버스까지…또다른 촬영포인트에도 관광객 '인증샷 행렬'


후지 가와구치코 로손 마치야쿠바마에점을 찾은 관광객들이 도로 경계석에 서서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최원철 기자후지 가와구치코 로손 마치야쿠바마에점을 찾은 관광객들이 도로 경계석에 서서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최원철 기자
10분쯤 걸었을까, 왕복 4차선 국도 교차로 한 부분에서 여러 사람들이 도로 경계석에 나란히 올라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도 사거리에 위치한 '마치야쿠바마에점'은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커다란 주차장이 점포에 있는데 그 덕분에 관광객들은 후지산과 편의점 간판을 배경으로 안전하고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후지 가와구치코 로손 마치야쿠바마에점 앞 도로 경계 부근에 설치된 안내판 주변에서 관광객들이 인증샷을 촬영하고 있다. 최원철 기자후지 가와구치코 로손 마치야쿠바마에점 앞 도로 경계 부근에 설치된 안내판 주변에서 관광객들이 인증샷을 촬영하고 있다. 최원철 기자
그럼에도 주차장 가운데에는 여러가지 언어로 '도로에서 촬영하지 마세요'라는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이곳은 국도 왕복 4차선인 만큼 차량들이 시내보다 속도를 내기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경계석에 서서 촬영하는 사람들이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후지 가와구치코 로손 마치야쿠바마에점 주변에서 왕복 4차선 국도를 무단횡단하는 관광객의 모습. 당시 주변에서 주행중이던 차량들은 급히 속도를 줄일 수 밖에 없었다. 최원철 기자후지 가와구치코 로손 마치야쿠바마에점 주변에서 왕복 4차선 국도를 무단횡단하는 관광객의 모습. 당시 주변에서 주행중이던 차량들은 급히 속도를 줄일 수 밖에 없었다. 최원철 기자
해당 편의점 직원은 "오늘은 후지산 시계가 좋지 못한 날이라서 관광객이 적은 편에 속한다"며 "맑은 날에는 많은 관광객이 방문해 인증샷을 촬영하고 간다"고 전했다. 

직원의 말처럼 이날은 시계가 좋지 않은 날이었다. 아침에는 비구름으로 가득했고 오후 들어 구름이 조금 걷혔지만 해발 3000m가 넘는 후지산 중턱에는 구름이 계속 걸려 있었다. 후지산 전경이 담기는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구름 사이로 보이는 후지산의 모습과 함게 인증샷을 건지려는 관광객들의 행렬은 해질 무렵까지 이어졌다. 역에서 걸어오거나 자전거 또는 택시를 타고 오는 사람도 있었고 45인승 대형버스에서 단체로 관광객이 방문하기도 했다.

인증샷을 촬영하던 한 관광객은 "큰 돈을 들여 여행온 만큼 후지산 인증샷을 꼭 찍고 싶었다. 아쉽게도 구름 때문에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여기까지 온 만큼 인증샷을 남기고 싶었다"고 전했다.

후지 가와구치코 로손 마치야쿠바마에점 주변 건물에 관광객 진입 금지 안내판이 설치된 모습. 최원철 기자후지 가와구치코 로손 마치야쿠바마에점 주변 건물에 관광객 진입 금지 안내판이 설치된 모습. 최원철 기자
단체 여행객을 인솔한 여행사 가이드는 "후지산 뷰 투어에서 로손 편의점 인증샷은 꼭 방문해야 하는 곳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은 뷰포인트가 좋지 않지만 맑은 날에 바라보면 장관"이라며 "후지산 인증샷을 성공한 관광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후지산 등반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관광객들의 인증샷 포인트 방문은 앞으로 더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무단횡단 등 일부 비매너 행위는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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