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잊을만 하면 나오는 정치권 막말…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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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택시기사 말'이라며 공개강연서 "이해찬 2년 내에 죽을 것"
타인 발언이라지만 '죽음' 운운은 부적절
최근 1년새 이해찬·나경원 비롯해 여야 의원들 막말 줄이어
지지층에 효과있고 임팩트 커 막말 유혹 빠지기 쉬워
정치권 신뢰회복 위해 총선 앞두고 환골탈태 보여야

(사진=연합뉴스)

 

"이리 얘기했더니만 택시기사가 이래 얘기를 해요. 에이 거거는 의원님 틀맀십니다. 이해찬이가 그라믄 2년 내에 죽는다는 말 아닙니까. 다음에는 황교안이 대통령 되겠네요. 뭐 까짓거. 그래 얘기를 하대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지난 9일 대구 엑스포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공수처법 저지 및 국회의원 정수 축소 촉구 결의대회' 강연 도중 한 발언이다.

자신이 탑승한 택시 운전기사의 말을 인용했다지만 여당 대표가 곧 죽을 것이라는 내용을 공개된 장소에서 발언한 것이다.

김 의원의 발언을 들은 청중들은 웃었다.

한국당 지지자들이다보니 경쟁당 대표가 헛소리를 했고, 지지정당 대표가 곧 대통령이 된다는 농담에 폭소를 터뜨린 것이다.

그렇다고 김 의원의 발언이 적절했다고 볼 수는 없다.

사람이 죽는다는 얘기는 기본적으로 누구에 대해서도 쉽게 언급해서는 안 되는 내용이다.

특히 김 의원이 서 있던 곳은 엄연한 단상 위, 공석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발언 사실이 알려지자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공당들이 일제히 '막말'이라며 강한 규탄에 나선 것은 당연했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막말이 정치권에서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들어서만 해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다양한 막말들이 상대 진영을 향해 쏟아졌다.

새해 벽두에는 이번 막말의 피해자인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연말에 한 막말로 시끄러웠다.

이 대표는 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정치권에 와서 말하는 것을 보면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그런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며 정부·여당과 대립하는 야권 인사들을 정신장애인으로 치부했다.

지난 5월에는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대구에서 열린 당 장외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담할 때 KBS 기자가 물어봤는데 그 기자 요새 뭐 '문빠', '달창'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당하는 거 아시죠?"라고 청중들에게 질문했다.

정신장애인은 장애인 비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달창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지칭하는 비속어라는 점에서 공당 대표로서는 사용해서는 안 되는 단어였다.

이 외에도 민주당 설훈 의원과 홍익표 의원의 '20대 반공교육' 발언, 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향한 민주당 홍의락 의원의 '실성', 정의당 이정미 의원의 '사이코패스', 문 대통령을 향한 한국당 김현아 의원의 '한센병', 민경욱 의원의 '천엽질', 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기자를 향한 '기레기', 국감장에서 일어난 한국당 여상규 의원의 '병X 같은 게', 이종구 의원의 '또XX 같은 새X' 등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치인들이 의도된 막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지지층에게 효과가 있고, 짧은 순간 큰 임팩트를 주기 때문이다.

막말을 한 인사의 지지층은 상대진영이나 특정 인물을 향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좋지 않은 감정을 대신 표출해주기 막말에 대해 순간적으로 강하게 환호할 수 있다.

실제로 공개석상에서 막말이 행해졌을 때 참석했던 인사들은 대개 환호했다.

그러나 이미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1.8%로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고 쏟아내는 막말들은 정치권의 신뢰회복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tbs 의뢰, 리얼미터 2018년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막말은 더욱 기승을 부리기 십상이어서 한동안 정치권이 이전투구로 얼룩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월 9일 여야 모든 정당은 한글날 논평으로 '바른 말을 하는 품격 있는 정치',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애민'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권이 국민에게 한 약속들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려 한다면 오는 총선을 앞두고 막말의 유혹에서 벗어나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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