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자의 쏘왓]원유 ETN이 '원유 코인'이라 불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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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변동성+선물 거래 특성+레버리지(곱하기 2)= 위험 극대화
"유가 오르겠지" 개인들 몰리며 괴리율 치솟아 연일 '거래 정지'
원유 선물 ETN은 원금이 매일 달라져, 0 되는 순간 휴지조각 될 수도
전문가들, 상품 구조 정확히 이해하고 투자해야

코로나19가 가져온 뜻하지 않은 '주식 열풍'이 이번에는 '원유 선물 ETN' 시장으로 번져간 모습입니다. 특히 많은 분들이 단순하게 "지금 원유 가격이 너무 싸네? 그럼 지금 사서 버티면 오를테니 무조건 이익 아니야?" 하면서 원유 ETN에 과감히 투자를 하고 있는데요.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원유 ETN 투자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며, 현재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투기판'이 될 염려가 있다고 연일 경고장을 날리고 있습니다. 요즘 핫한 투자 원유 ETN, 대체 어떻길래 개인투자자와 전문가들은 상반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그래픽=김성기 기자)

 

1. ETN 넌 뭐냐, 원유 선물은 뭐냐?

ETN(Exchange Traded Note)은 상장지수증권의 약자로, 기초지수의 움직임에 연동되는 파생결합상품입니다. 기초지수가 오르면 가격이 같이 오르는 상품이죠. 기초지수에는 코스피, 코스닥만 있는게 아니라 금, 구리, 원유 등을 활용한 지수도 포함될 수 있는데요. 원유 선물 ETN이라고 하면 원유 가격이 기초지수가 되는 것이지요. 거래소에 상장돼 있기 때문에 손쉽게 사고 팔 수 있고요. 주로 증권사가 자사의 신용 기반에 발행합니다.

선물(先物)은 또 뭐냐. 상품 또는 금융자산을 '미리 결정된' 가격으로 '미래 일정 시점'을 정해 놓고 확보하는 '사전 구매권'으로 이해하면 좋습니다. 이를테면 WTI(서부텍사스산원유) 5월물 1000배럴 어치를 매입했다면 5월 중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에 저장되는 원유 1000배럴에 소유권을 미리 확보한 셈입니다.

그래서 원유 선물의 경우 가격이 많습니다. 가격이 많다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요? 기간 별로 거래가 되기 때문에 '결제월'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는 소리죠.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원유'를 기록한 것은 5월물 WTI였죠.

기간 별로 거래를 하니까, 주식과 달리 '만기'가 있습니다. 주식은 평생 갖고 있어도 상장 폐지만 되지 않으면 큰 문제는 없지만 ETN은 선물에 연동돼 있어서 만기가 있고 언젠가 그 상품을 인도 받아야 합니다.

2. 롤오버 넌 또 뭐냐?

만기가 됐는데 팔지 않고 놔뒀다면? ①내가 상품을 실제로 받거나 ②다음 월물로 갈아타는 방법이 있습니다. 미국 가서 원유를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②번을 택하게 되는게 바로 '롤오버', 갈아타기입니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일반적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원유 가격이 현재보다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해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데요. 5월물보다 6월물 가격이 비싼 식이죠. 이것이 '콘탱고'입니다. (현재는 이게 상식선을 넘어서면서 '슈퍼 콘탱고'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죠) 그렇다보니 갈아타기를 하면서 비용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다음 월물 가격이 지금 월물보다 낮으면 수익이 발생하는데, 이걸 '백워데이션'이라고 합니다.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나진 않죠.

(그래픽=고경민 기자)

 

특히 선물 투자를 할 때 전문가들은 "롤오버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롤오버가 되고나면 예상만큼 수익이 크지 않다"고 합니다. 대체 롤오버 비용이 어떻길래 그러냐고요? 예를 들어 제가 5월에 원유가 10달러일 때 10개를 100달러를 주고 사들인 다음 7월 30달러일때 팔았습니다. 그럼 제 수익은 200달러일까요? 수익은 날 수 있지만 이같은 단순한 계산대로 수익이 나진 않습니다. 5월물을 매수해 7월물일 때 팔았기 때문에 원유 선물 만기는 두 번 있었고, 롤오버는 두 번이나 했습니다. 롤오버를 하면서 가격도 변동이 있지만 보유 수량도 변동이 생기는 부분을 기억해야 합니다.

제가 10달러일때 100달러를 투자했다고 가정해보면, 저는 10개를 살 수 있습니다. 1차 롤오버 때 5월물 최종 가격은 13달러니까, 팔아서 얻은 금액은 130달러가 되겠죠. 그럼 이제 이 돈으로 6월물을 사야 합니다. 6월물 가격은 19달러라서 6.842개 밖에 사지 못합니다. 다시 2차 롤오버 시기가 돌아왔을 때, 6월물 최종 가격인 22달러에 6.842을 팔면 150.524달러가 생깁니다. 7월물 가격 27달러에 매수하면 보유 수량은 5.574개로 줍니다. 7월물 최종가격 30달러에 팔게 되면 167.22달러를 손에 쥐게 되겠죠.

극단적으로 계속 오른다는 긍정적인 가정하에 본다고 했을 때, 67달러의 수익이 생겼습니다. 단순 예상과는 너무 다른 수익이죠. 거기다 예에선 롤오버를 한 번만 했지만 5일 연속으로 하루에 20%씩 롤오버를 하느 경우도 있고 매일 가격 변동폭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수익률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핵심은 수익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3. 괴리율이 높다는 건요? 왜 거래 정지까지 하나요?

괴리율이 치솟아서 한국거래소에서 원유 선물 ETN을 거래 정지한다고 하는데, 그럼 또 괴리율은 뭐냐고요? '가격 거품'이라고 보면 쉽습니다. 괴리율이란 실제 기초지표와 시장가격의 차이를 말합니다.

(사진=삼성 레버리지 WTI 선물 ETN 공시 캡처)

 

예를 들어 지난 27일 괴리율이 너무 높아 거래가 정지된 '삼성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을 보면 괴리율이 448.5%였습니다. 원래 기초지표는 152.23원인데 시장에서 매매된 가격은 835원이었습니다. 원래 가치의 4배나 되는 웃돈을 주고 거래가 된 셈이죠.

왜 이렇게 괴리율이 커지냐, 웃돈을 주고도 거래가 되느냐고 물으신다면, 웃돈을 주고라도 살려는 사람들이 많아서라고 답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국제 유가는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어서 원래 가격은 떨어지는데 사람들의 심리는 "지금 바닥이지만 오르겠지"하고 기대감으로 투자에 열을 올려서죠.

원유 선물 ETN을 달러로 치면, 달러값이 오를 거라고 예상하고 사람들이 너도나도 은행에 와서 달러를 사가 동이 난 상황입니다. 은행이 달러를 더 제공하지 못하니 달러 있는 사람들끼리 웃돈을 주고 받으며 말도 안되는 가격이 나온 셈이죠.

증권사가 물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투자자들이 몰려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격 조절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이렇게 가격 거품이 끼면 어떻게 되느냐. 아무리 거품이 껴도 실제 가치에 수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웃돈을 주고 샀더라도 손해를 볼 수 있겠죠.

(사진=삼성증권 홈페이지 캡처)

 

4. 지금 왜 원유 선물 ETN 시장은 투기판이 됐다는 건가

게다가 원유 선물 ETN은 주가와 달리 매일매일 원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상황에선 매우 위험합니다. 현지시간으로 27일 6월물 WTI는 배럴당 24.6%나 하락했습니다. 관련 레버리지 ETN은 추종 지수의 2배를 따라가니까 49.2%가 하락했겠죠. 만에 하나 50%라도 떨어진다면 관련 레버리지 ETN은 가격이 전날 대비 100% 하락하면서 원금이 0원이 됩니다.

주가는 자신의 원금에서 플러스 마이너스가 있지만, 원유 선물 ETN은 원금이 0이 되는 순간 다음 날 추종 지수가 엄청나게 올라도 소용이 없습니다. 원금이 0이 되면 무얼 곱하든 0이니까요. 전액 손실이 확정 되는 것이지요. 언젠가, 곧, 결국엔 유가가 오르면 나도 수익을 내겠지 하는 생각은 그래서 말이 안됩니다. 상품 구조상 장기적으로 유가가 살아나도 원금이 0이 되는 순간 회복할 수 없습니다.

28일에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롤오버 방식을 6월물에서 7월물로 긴급 변경해 국내 증권사의 원유 선물 ETN도 모두 긴급 롤오버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개미들의 가슴을 서늘케 했습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5월물처럼 6월물도 마이너스로 갈 기미가 보이자 긴급하게 롤오버를 한 거라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만큼 유가 변동성이 크고 롤오버 비용은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원유 선물 ETN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뛰어들었다가 엄청난 손실을 떠안고 안 그래도 힘든 시대에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이 여럿 될 게 가장 두렵다고까지 했습니다. 다음 주 황금 연휴가 끝나고 정지됐던 거래가 재개되면 또 다시 하한가가 연이어 터질 지 모르고요.

유가가 곧 오르겠지 라고 생각해서 꼭 투자를 하겠다면, 원유 선물 ETN이 아니라 채굴업체 주식이나 미국 메이저 원유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 등에 장기 투자하는게 낫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그냥 흘려들을 건 아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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