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어르신들 언제까지 대도시 병원 오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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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칼럼]원격·비대면 의료 부작용 우려 많지만 '가야만 하는 길'

의료진이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코로나19 사태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비대면 일상 속으로 내몰고 있다.

대표적으로 원격의료, 비대면 의료 분야다.

정부는 지난 2월 의료기관이 코로나19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성질환자, 가벼운 증세의 환자 등은 전화로 상담, 처방, 대리처방을 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원격·비대면 의료 행위를 실시해 보니 원격의료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의 지난 2월 24일부터 4월 12일까지 원격의료 활용 현황에 따르면 상급 종합병원 14곳이 2858회, 종합병원 109곳이 2만522건을 전화로 진료했다.

전문 병원 353곳이 1만7861건, 2596개 의원은 무려 6만2757건이 원격 상담으로 이어졌다.

전화 진료와 처방의 효율성과 편리성이 입증됐고, 원격의료를 지원할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도 거의 확보한 상태로 확인됐다.

바로 시행하더라도 문제 될 것이 별로 없는 상황으로, 비대면 의료가 합법화된다면 굳이 지방에서 서울로, 오지에서 지방 대도시 병원을 찾아 갈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정부는 이때다 싶게 원격의료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3일 "비대면 의료 도입을 검토할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5일 "코로나19 2차 대위기를 대비해 인프라를 충분히 깔야아한다는 것"이라며 '비대면 의료' 체계 도입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은 더불어민주당 21대 당선인과 만찬 후 기자들과 만나 "한시적으로 허용한 전화상담 진료가 17만건 정도 나왔다" 며 "장단점을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원격의료를 지지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의료계와 약사회 등의 반대를 의식해 "본격적인 추진은 아니다"고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지만 29일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비대면 의료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의사회와 약사회는 "코로나19로 헌신한 의료진들을 뒤에서 비수를 꽂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의사협회는 "원격의료는 비대면 진료로서의 그 한계가 명확해 오진 등 진료의 질을 담보할 수 없고, 결과에 따른 법적 책임 소지가 불명확하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것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정책에 '포스트 코로나19'라는 상표 하나를 덧붙여 국민의 이목을 속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약사회까지 반대론에 가세해 자칫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파동 때와 비슷한 움직임이다.

정부와 의료·약사계가 첨예한 갈등을 빚을 조짐이다.

코로나19 시민사회대책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원격의료 추진 중단 및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진료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법 개정에 대해 결사항전하겠다는 태세다.

의사들과 약사들이 뭉쳐 저항하더라도 국민이, 특히 농어촌, 그 중에서도 도서 벽지와 오지에 사는 어르신들이 반긴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국민 여론이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우리의 삶을 이전과 이후로 구분 지은 코로나19는 상당 부분 영역에서 비대면을 일상화하고 있다.

의료 행위라고 예외일 수 없다.

지금까지는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의사회와 약사회의 단결과 압력에 굴복해 온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작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음을 의료계도 알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중소기업벤처부가 강원도 규제자유특구에서 처음으로 비대면 의료 실증 작업을 시작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강원도가 국내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으로 20년이 넘었다.

당시 강원도 16개 시군 보건소를 대상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시행됐고, 2007년에는 격오지, 2010년에는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실시됐다.

국회에서도 18대 때부터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무산됐다.

보건복지부 역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를 보완해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체계 구축과 활성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비대면 의료를 고령자가 많음에도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농어촌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시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심해져 '동네의원'의 경영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우려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그럴지라도 2018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의 대도시·중소도시·군 지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2.6%가 원격의료 도입에 찬성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한국은 아직 제도화 첫 발도 떼지 못했으나 미국과 중국, 일본은 크게 앞서 있다.

미국의 올해 원격의료 수요는 당초 예상치 3,600만 건이었지만 10억 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를 맞아 원격의료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일본 역시 라인헬스케어와 메디플랫을 이용해 전 국민 대상 원격 상담 창구를 설치해 원격의료를 활용하고 있다.

중국의 원격의료는 오는 2025년 16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50조 규모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의사와 약사들이 농어촌에 오려고 하지 않는 것도 원격의료를 추동하는 한 요인이다.

보건복지부가 3월24일~4월24일 올해 공중보건장학생(일정기간 공공보건의료업무 종사 조건으로 장학금 지원)을 모집한 결과 14명 모집에 4명이 신청했다.

농촌지역의 오랜 숙원사항인 공공의대 설립과 함께 원격·비대면 의료 도입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정부와 슈퍼 여당인 민주당은 원격의료를 농촌지역부터 우선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반발이 상당한 의료계와 약사계를 설득해야 함은 당연하다.

원격의료를 더 늦췄다간 미래 먹거리이기도 한 의료계와 약학계의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뒤떨어지게 된다.

코로나가 원격의료를 재조명하면서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더욱이 의료계도 인공지능의 태풍을 원격의료 도입으로 대처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존의 의료 방식을 고집하다간 인공지능에 다 먹히게 될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대체될 직업으로 의사와 약사, 변호사일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대형병원 약국들은 현재 인간 약사가 아닌 AI 약사로 대체하고 있다.

'인간의 인간에 대한 불신'이 최고의 직업으로 꼽는 직업군들의 설자리를 잃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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